양평 생활 일기
텃밭에 심은 모종들이 잘 자라 주었다. 올 봄에는 손이 많이 가지 않고 무난하게 잘 크는 것들로만 심었다. 고추와 가지, 강낭콩,토마토는 저마다 고운 꽃을 피어내고 열매를 달았다.
가느다란 줄기와 잎 몇장이 전부였던 강낭콩 모종은 비가 많이 온 어느날 이후,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초록 잎 사이 사이 잘 자란 콩 꼬투리가 보일 때 마다 마음이 흐뭇했다.
장마가 시작된다고 해서 텃밭에 나왔다.제법 손 끝이 야물어진 네 살 아이는 엄마를 돕겠다고 엉덩이 옆에 붙어 섰다.작은 그릇을 들고 기다리면 아이가 하나씩 강낭콩을 따다 넣는다.집중 하던 아이 앞으로 작은 벌레가 날아 들었다. "엄마 이제 그만 할래"라고 말한다. 남김없이 따 온 강낭콩은 물로 한번 씼었다.생각만큼 꼬투리가 쉽게 열리지 않았다.힘을 주어 비틀어야 한다. 잘못하면 안에 들어있는 콩알이 바스러지니 섬세한 손길을 요한다.입이 열린 꼬투리를 아이에게 주면 콩알만한 제 손가락으로 콩알을 하나씩 빼어냈다. 아! 작다. 너무 빨리 수확했나보다. 아이는 "아이고 귀여워" 라고 말했다. 콩은 한 줌 정도 나왔다.콩밥을 만들어 먹기로 했다.
이어지는 콩밥 후기,극소량이었지만 콩은 콩이다. "내가 따 온 콩이야" 라며 아이가 콩밥을 맛있게 먹었다. 이게 바로 시골 생활에서 얻는 즐거움이겠지.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텃밭을 가꾸어 보기를 추천한다. 콩처럼, 텃밭 속에서 아이도 싹을 틔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