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림

스며드는 순간

by 우리동네지영씨

어 왔다!


기다리진 않았다. 그래도 오면 얼른 봐야 한다.

온다고 하지도 않고 온다.

언제 오는지도 모른다.

진짜 기다리지 않는다.

하지만 오면 반갑다.


기다리지 않는데, 올 때까지 참는다.

오늘 안 오면 내일은 오겠지.

지금 아니면 오후엔 오겠지.

놓치면? 그래도 또 온다.


오긴 온다. 멈추진 않는다.

오기만 하면, 아니 내가 왔다는 걸 알면,


재빠르게 클릭!


소리 없이 온 손님.

언제 왔는지 모르게 조용히 와서 나를 부추긴다.

하루에 몇 번이나 오는지 모르겠다. 오면 일단 모아둔다.

사용기간은 길지 않다. 그래도 겹치면 운이 좋은 셈이다.


오늘도 핸드폰 화면 위쪽에 확인하라는 알림이 줄 서 있다.

카톡 알림, 문자 알림, 페북 알림 등등.

역시 그중에 있다.


망설일 것 없이 가장 먼저 확인한다.

며칠 동안 모은다. 일단 모으기만 한다.


신경 쓰지 않아도 친절하게 사용기한이 하루 남았다는 알림이 온다.

이제는 움직여야 할 때다.


장바구니를 열어 목록을 본다.

급한 게 있는지, 아니면 궁금한 게 있는지 천천히 살펴본다.

그중 하나를 선택한다.


이제 주문. 잠깐!

주문 전 항상 하는 의식이 있다.


흘깃 보기


장바구니부터 결제하는 순간까지 시선이 오래 머무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말 그대로 흘깃, 아주 잠시, 살짝만.

최종 내가 내야 하는 금액만 확인한다.


할인해줘서 사는 거 아니야. 어차피 사려고 마음먹고 있었다고!


선배님 책이 나왔다는 얘기를 들었다.

교보문고에서 책을 샀다는 인증샷이 올라왔다. 한 권 남은 책을 자기가 샀단다.

온라인으로 책을 구매해서 다음 책으로 줄 세워 뒀다는 글과 사진이 올라온다.

영화모임에 동은샘은 그 책을 들고 왔다. 이미 다 읽으시고 소감까지 말씀하신다.

달력을 보니 공부하는 날까지 여유가 있었다.

평소 습관대로 모아서 사면 될 일이니 모든 게 순조롭다.

언제까지 사야 하는지 대충 날을 봐 둔다.

가능하다.


별점 이벤트 알림은 계속 온다.

누가 확인하지 않지만 내 기대 별점 기준은 명확하다.

아직 읽어보지 않은 책에 대해 과하게 주고 싶지 않고, 그렇다고 책을 쓴 작가에게 인색하게 굴고 싶지 않다.

딱 중간


도서관에는 우리집 보다 책이 훨씬 많다. 그래도 내 책을 가져간다.

바리바리 가방이 무겁다.

무슨 심보인지 도서관 책은 반납할 때 내가 읽은 느낌도 같이 두고 오는 것 같다.


빠르면 하루, 늦어도 이틀이면 책이 집 앞에 와있다.

이렇게 책이 쌓인다.

이미 책을 다 읽은 기분이다.


책은 사는 것인가, 읽는 것인가

이것은 할인인가, 사치인가


요즘 최대 고민은 보이지 않는 것을 어떻게 보이게 하느냐이다.

한참 고민에 빠져있을 때 알라딘의 알림은 잠시 쉬어가는 여유를 준다.

책은, 보이게 하려고 애쓰는 내 고민 앞에 당당히 ‘실물’로 나타난다.


알라딘은 두드린다.

시도 때도 없이 두드린다.

열기 위해서 두드리지만, 열리지 않아도 두드린다.

여는 것은 내 선택이지만, 결국 두드리면 열린다.


모든 흐름이 자연스럽다.

거부감이 없다. 멈춤 없이 진행된다.

나는 재미까지 얹어서 오히려 과정을 즐기고 있다.


보이지 않던 것이 눈에 띄는 건 마음이 움직였다는 표시다.

변하지 않고 반복적으로 하는 일은 상대의 상황이 변하면 그때 비로소 보인다.

한 번 해본 경험은 같은 일을 할 때 또 요긴하게 쓰인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 모두가

두드림이 해답이 될 수 있을까


두드림은 생각보다 멀리 닿는다.

그저 스며들 뿐인데


어느 순간, 곁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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