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그녀는 늘 급하다.
어떤 날은 머리가 젖어 있다. 어떤 날은 코트를 입지도 못하고 손에 들고 빠르게 걸어온다.
아침이 얼마나 분주했는지 엿볼 수 있다.
그녀가 나타나면 시계를 보지 않아도 대략 몇 시쯤인지 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다가와 문을 열고 들어가 버린다.
가만히 서 있는 우리를 한 번도 쳐다보지 않는다.
집회에 사람이 많아 보이고 싶다. 속물 같아도 그러고 싶다.
경희씨는 아침, 점심 집회 사진을 찍어 단체 톡방에 올린다. 잠깐 들렀다가 가더라도 사람이 가장 많은 시간에 사진을 찍는다. 이건 그냥 룰이다.
사진 찍는 사람도 사진에 나와야 한다. 한 사람도 소중하다.
사진 찍을 시간이 되면 우리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자리에 계실 땐 계속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 눈이 마주치는 그 순간을 기다린다.
순간이 되면 바로 나오신다. 말하지 않아도 느낌으로 안다.
대략 사람이 모였다 싶으면 뒤돌아 시의회 문 쪽으로 다가간다.
우리는 모두 시의회 문을 바라본다.
약속이라도 한 듯 늘.
오늘은 안 계신다. 기웃기웃 한참 찾아봐도 안 보인다.
학교 끝나고 집에 가서 ‘엄마’ 불렀는데 아무도 안 보이는 기분이랄까.
기다려 보지만 보이지 않는다.
오늘 눈이 마주친 사람은 그녀다.
그녀가 나온다. 무슨 용무냐는 표정이다.
사진 좀 찍어주세요.
외투도 안 입고 얇은 니트 한 장 걸친 그녀가 떨면서 사진을 찍어준다.
추워 보인다.
아침 집회를 마칠 날이 다가왔다.
이제 시청으로 옮겨서 점심 집회만 한다고 한다.
지나가는 사람 한 명 없던 그 날부터 항상 같은 시간에 오던 쌍둥이 유모차가 요즘 안 보인다.
감기 걸려 따로 어린이집 가던 날부터 볼 수가 없다.
시의회 직원들이 출근한다.
안녕하세요.
눈이 마주치면서 고개를 숙이지 않으니 점점 낯이 익어간다.
눈이 마주치면 사진 찍어주러 나오던 직원분이 안 계신 날은 서운하다.
광장에 서서 이렇게 정이 든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정을 나눈다.
그녀는 오늘도 머리가 젖어 있고, 코트를 입지도 못한 채 급하게 걸어온다.
안녕하세요.
경희씨가 인사를 한다.
네, 안녕하세요.
응답.
그녀가 웃으며 응답을 한다.
그녀는 우리를 피하지 않았고, 우리는 그녀를 바라만 보지 않았다.
이제 우리는 말을 텄다. 마음을 텄다.
아침 집회 마지막 날.
오늘은 그녀가 이미 출근한 모양이다.
시의회 문이 문제가 생긴 건지 들락날락하며 자동문을 시험한다.
안녕하세요.
경희씨가 익숙하게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그녀가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듯 인사를 한다. 그러고 자기 볼일을 본다. 시선을 맞추지도, 걸음을 멈추지도 않는다. 자연스럽다.
사람과 외계인이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사다.
나보다 늦게 나온 경희씨가 쌍둥이 유모차 봤냐고 묻는다.
오늘도 지나가지 않았다. 한 번 더 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추운 겨울 아침, 광장에 서 있는 일은 끝났다.
경희씨는 아침마다 광장에 섰다.
광장의 아침은 달라진 게 없다.
행정은 우리의 요구를 조금도 들어주지 않았다.
하지만 경희씨의 광장은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는 것에서 인사를 건네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시민들은,
응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