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정치

질문이 생기는 자리

by 우리동네지영씨

전동 휠체어가 바쁘다.

여기 있는가 싶으면 저쪽에 가 있고, 앞을 본다 싶으면 뒤로 돌아 있다.

뱅글뱅글 바쁘게 돈다.


경희씨는 마치 처음 말 배운 아이처럼 사람만 보이면 ‘안녕하세요’를 하고 있다.

다가오는 사람에게 인사만 한다면 그리 바쁠 게 없는데 경희씨는 인사를 하기 위해 사람이 어느 방향에서 오는지 살핀다.

이야기하다가 사람이 오면 그대로 정지하는 건 옛날 말이다.

사람이 오면 그 방향으로 관심을 돌린다. 다가오는 시민은 잠시지만 우리의 주인공이다. 적당하게 가까워지면 인사를 한다. 이건 타이밍이 중요하다. 시민이 우리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시민들 표정 속에 애써 외면하고자 하는 의지가 스치듯 보일 때도 ‘안녕하세요’는 머뭇거리지 않는다.


처음 ‘안녕하세요’를 할 때 경희씨는 광장에 없었다.

광장에서 ‘불편한 1분’에 대한 이야기, 그걸 깨기 위해 ‘안녕하세요’를 했던 이야기, 인사에 시민들의 반응에 관한 이야기를 썼다.

경희씨에게 글을 보냈다.

다음날 경희씨는 내가 직접 쓴 글인지 물었다.

그러고 나서 경희씨의 ‘안녕하세요’가 시작됐다.


시의회 집회를 마치고 이제 시청광장에서 점심 집회를 한다.

끝나야 끝나는 끝장 집회다.

시청광장은 한 500배쯤 사람이 많다.

나의 ‘안녕하세요’는 쉴 틈이 없다.

사람이 많은 만큼 보는 사람도 는다. 질문하는 사람도 생긴다. 물론 외면하는 시민도 있다.

잠깐이라도 눈이 마주치고, 여기 사람이 있다는 것만 알리는 것이 ‘안녕하세요’의 역할이다.


시청의 점심시간.

외부 식당가에서 시청까지 주 동선은 하나다.

그 출입구에 서 있다.

건널목 신호가 바뀌면 밀물처럼 사람들이 쏟아져 온다.

마치 손님으로 붐비는 식당 주인처럼 마음이 급하다. 연신 ‘안녕하세요’를 한다.

점심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 시민이 말을 건다. 무슨 내용이냐고 묻는다.


사람이, 멈추고, 질문을 한다.


새로운 광장에선 질문이 나온다. 시민이 이해하기 쉽게 내용 설명을 했다.

여기는 다른 곳, 광장의 성격에 맞춰 시민의 언어로 시민이 한눈에 공감할 수 있는 문장을 만들어야 한다.


정치권에 이야기하려고 시의회 앞에 섰던 경희씨는 광장에서 시민과 닿았다.

시민과 닿아서 깨달은 것은

결정권이 있는 정치인 한 명은 자신이 공감하지 않으면 바꿔주지 않는다는 것.

그러나 시민의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어쩔 수 없이 된다는 걸.

결국 시민은 상관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

정치인에게 얘기하는 것만이 아니라 시민도 설득해야 한다는 걸.

무관심은 반대가 아니라 아직 닿지 않은 것이라는 걸.


광장에서 시민과 시민이 서로를 피하고, 서로를 없는 사람처럼 지나치며 불편함을 각자 혼자 견뎠다.

갈등도 합의도 아닌 단절이다.


‘안녕하세요’는 이제 단순한 인사가 아니다.

이 아름다운 말이, 모르던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관계의 문을 연다.

요구도 아니고 주장도 아니다.

시민의 시도다.

불편한 1분을 깨기 위한 시도, 나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시도가 시민과 연결되는 것, 이것이 정치가 아닐까?

광장에서 ‘안녕하세요’ 정치는 이렇게 시작되고 있다.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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