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장애인이야!
앞치마를 벗는다.
집에 가요?
아니요. 화장실 가려고요.
혼자 갈 수 있어요?
네
아차차.
내가 왜 그랬을까.
왜 혼자 갈 수 있는지 물었을까.
이건 침범이다. 요청하지 않았는데 내가 먼저 한 발짝 앞서 가버렸다.
송년회에서 경희씨랑 마주 앉았다.
내가 처음 경희씨와 밥을 먹던 날이 생각났다.
오늘은 포크가 아닌 젓가락으로 음식을 먹는다. 채소와 함께 오징어무침을 야무지게 집어 먹는다. 역시 흘리지 않는다. 연한 베이지색 옷을 입고 왔기에 혹시 몰라 앞치마를 하고 있었던 것이지, 앞치마도 깨끗하다. 손이 불편하니 국물을 먹기 쉽지 않을 것 같지만, 홍합탕 국물이 너무 맛있다고 한다.
젓가락으로 음식을 한번 먹기 위해 초집중한다. 말 한마디를 하기 위해 애쓴다. 그 모습을 계속 바라본다. 나도 모르게 경희씨가 견디고 있는 일상의 차별이 떠오른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시선에서부터 느껴지는 차별을 매일 견뎠을 경희씨 모습에 마음이 쓰인다.
옆 가게 사장님이 경희씨를 발견하고 식당으로 들어왔다. 바로 전날 2차로 그 식당에 갔었다.
경희씨가 밝은 게 너무 좋다며 한마디 하신다.
아프지 마세요.
그러고는 자기 가게로 돌아가 귤을 한 쟁반 갖고 오신다.
아프지 마세요.
사장님은 들락거리며 또 경희씨에게 아프지 말라고 한다.
저 안 아파요.
광장에서 경희씨는 대장이다. 경희씨가 없으면 분위기가 사뭇 다르고, 경희씨의 전동 휠체어는 종횡무진 바삐 움직인다. 경희씨가 철수하자고 하지 않은 한 광장은 멈추지 않는다.
경희씨의 반응에 사장님은 아프지 말라고 하는 대신 힘내라고 한다. 사장님은 표정과 말투, 행동으로 최대한 배려를 한다. 배려의 말들 속에 편견이 들어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경희씨의 투쟁은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혼자 할 수 있도록, 도움이 필요한 일은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장애인이라고 무조건 도와야 한다는 것은 편견이다. 무조건의 배려 또한 편견이다.
화장실에 간 경희씨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가게 유리창으로 경희씨가 돌아올 화장실 가는 길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5분만 더 기다려보고 그래도 안 오면 가봐야겠다.
아까 실수했으니 이번엔 걱정되어도 조금 참아본다.
개선장군처럼 경희씨가 나타났다.
유리창을 보고 있던 나와 눈이 마주친다.
왜 보고 있었는지 안다는 듯 경희씨가 살짝 고개를 끄덕인다.
코너를 돌아서 가게 출입문까지 온다.
자동문 버튼까지 손이 잘 닿지 않는다. 몇 번 시도 중이다. 나는 경희씨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 가게 문을 열고 자기 자리로 정확히 돌아온다.
오자마자 물티슈를 찾는다. 물티슈 포장지를 입에 문 채 옷을 닦는다. 혹시 화장실에서 실수로 묻은 걸 닦는 건지 옆 사람이 묻는다. 경희씨는 팔에 묻은 양념을 닦는 중이란다. 화장실에서 거울을 본 게지.
살짝 웃음이 난다.
경희씨가 다급하게 입술을 닦는다. 오징어무침을 먹으면서 혹시 묻었을 고춧가루 양념을 닦는다.
그러고는 늦게 온 사람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경희씨가 한참 이야기 중이다.
가족들과 함께 있을 때 도와달라고 하면 놀린다고 한다.
너는 이것도 못 해?
나, 장애인이야~!
친구들 앞에서 식당 사장님 이야기도 꺼낸다.
글쎄, 나보고 아프지 말래. 나 안 아픈데
참으로 유쾌하다.
경희씨의 집중은 자신을 지키려는 노력이다.
존엄이란 말이, 눈에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