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민이 나타났다

70대 남성, 30대 여성, 30대 남성, 그리고

by 우리동네지영씨

많이 늦지 않았는데, 겨우 2분 늦은 것 같은데, 평소와 다르다.

벌써 나와 한 줄로 나란히 서 있다.

끝부터 한 명씩 인사를 하며 자리를 옮기는데 낯선 사람이 있다.

오늘 처음 본다.

피켓도 들고 있다. 좀 더 살펴보니 오늘은 피켓을 세 개 모두 가지고 나왔다.

처음 보는 70대 비장애인 남성이다.

같이 서려고 나오셨단다.


선생님, 여기서 이렇게 피켓 들고 서 계셔도 괜찮아요?


괜찮아요. 상관없어요.


지나가던 젊은 남자가 우리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묻는다.

흔쾌히 응한다. 사진을 찍고 나니 어디에 쓸건 지 궁금하다.

경찰이다. 자료 수집용인가보다. 혹시 자기 SNS에 올려 소문내주려나 했더니만….


광장에 선지 30일째다.

30일 만에, 처음 보는 시민이 함께 섰다.

1시에 출근인데 일부러 한 시간 일찍 나오셨다고 한다.

자신의 시간을 나눠주는 시민이 생겼다.


겨울은 겨울이다. 공기가 점점 차다. 해도 없고 유난히 흐린 날이다.

늦었다. 뛰었다. 사실 매일 나갈 의무는 없다. 안 나간다고 뭐라 할 사람도 없다.

늦었다고 타박하기는커녕 반갑게 맞아 줄 거다. 나 혼자 안달이다.


키가 큰 남자가 서 있다. 흰색 롱패딩을 입은 여자가 서 있다.

오늘도 피켓이 전부 나왔다. 가까워질수록 누군지 알겠다. 광장은 모를 테지만.

나는 알지만, 광장은 모르는 사람이라는 게 꼬숩다.

광장에 서는 건 쉽지 않으니까. 고달프게 하니까.


경희씨 표정이 유난히 밝다. 내가 와도 크게 반기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다.

하긴 나도 즐겁긴 하다.

지나가는 시민들은 오늘따라 더 웃는다.


안녕하세요


즐거워도 인사를 멈출 순 없다.

추위에 주머니에 넣어뒀던 손을 얼른 꺼내 공손하게 모은다.

웃으며 가던 시민이 자신도 공손하게 인사를 받아준다.

고생하십니다


장애인 집회에 왜 비장애인이 서 있는지 묻는 시선이 없다.


새로운 광장에 선지 이제 사흘째.

이곳은 지나가는 사람이 많고, 한 시간이 정신없이 흘러간다.

그런데.

사흘 만에 밝고 유쾌하다.

함께하는 시민이 늘어서 그런가, 인사로 소통해서 그런가, 밥을 먹고 돌아가는 마음이 여유 있어서 그런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인사를 하면서 틈이 나면 광장에서 겪은 일을 이야기했다.

시의회 여직원 이야기는 몸으로 상황설명을 곁들였다.

경희씨에게 기억하지 않냐며 확인까지 해가며 신이 났다.


12시 58분. 그만 들어가자고 한다.


안 돼요. 1시까지는 해야죠.


1시 땡!

미련 없이 철수다.


앗. 저기 살구색 코트 입고 오는 여자분이요.

그 여직원이에요.


가까워질수록 떨린다. 긴장된다.

그분은 우리를 보고 어떤 표정을 지을까.


앞사람과 동선이 엉키는 바람에 인사 나누기가 좀 어정쩡하다.

아...인사하고 싶은데..

무리 다 싶지만,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어머, 네~안녕하세요.


활짝 웃으며 인사를 나눈다.

목소리는 듣던 중 가장 높은 톤으로, 양손은 가지런히 모으고, 상체를 약간 숙이며 인사를 한다.

봤죠? 맞지!


비록 행정은 아직도 문을 닫고 있지만,

우리의 광장은 조금씩 열리고 있다.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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