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보다 빠르다

사람들은 정말 모른다

by 우리동네지영씨

경희씨가 기다린다.

경희씨 도착시간을 어림하고 일찍 나섰는데도,

경희씨가 먼저 와있다고 한다.

버스 정류장에 있겠단다. 날씨가 춥다. 경희씨는 더 춥다.

공유자전거를 탔다. 손이 얼 것 같은데, 허벅지가 터질 것 같은데 감각이 없다.

빨리 가야 한다.

경희씨가 기다리기로 한 버스 정류장을 보면서 어디쯤 있나 찾다가 고개를 돌리니 바로 앞에 있다.

경희씨!


둘 다 놀랐다.


버스가 서고, 경희씨가 기사에게 버스 탈거라고 말한다. 버스에서 경사로가 내려오면 경희씨는 망설임 없이 전동휠체어를 몰아 버스에 오른다. 익숙하게 자리를 잡는다.


횡단보도 신호가 언제 바뀌었는지, 시간을 알리는 숫자가 보인다.


갈 수 있어요? 난 갈 수 있는데.


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는 먼저 달린다.

경희씨는 전동휠체어 속도를 맞추고 뒤따라 달린다.


5초가 남았다.


전동휠체어를 운전하는 경희씨는 트랜스포머 같다.

마치 인간과 로봇이 결합한 형태로 눈앞에 존재한다. 멋지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행사장에 좀 일찍 도착했다.

너무 일찍 도착하면 폼이 안 나는데.


경희씨가 멈칫한다.


가서 간단하게 식사하면 얼추 시간 맞을 것 같아요.


행사가 시작되고, 사회자가 경희씨를 소개한다.

경희씨는 전동휠체어를 크게 돌아 정확한 자리에 멈춰 인사를 한다.

정중하다. 한치의 오차도 없다.

경희씨는 행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킨다. 마무리로 단체 사진을 찍는다고 한다.

모두 무대 위로 올라가야 한다.

계단이다. 경사로가 없다.

난감하다. 이런 상황에 항상 경희씨의 그 표정이 나온다.

경희씨가 멈춘다.


아래에서 찍어요.


경희씨가 자리를 잡고 내가 그 옆에 섰다.

무대 위로 올라갔던 사람들이 경희씨 주위로 몰려든다. 자리가 붐빈다.


행사가 끝나고, 뒤풀이 장소까지 거리가 있는데 이동할 수 있냐고 묻는다.


경희씨는 사람보다 빨라요.


사람들은 정말 모른다.

화, 금 연재
이전 11화새로운 시민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