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쓴다
두 죙횡무진이 만난 것인가.
어쩌면 한 발짝도 못 나간 건 나 이고,
이런 나를 세상 밖으로 꺼내는 게 경희씨 같다.
오늘 내가 쓴 기사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시민기자 앞에 내 이름을 달고.
경희씨 단체가 토론회를 열었다.
자주 기사 써주는 기자가 참석을 못 한다며 기사를 써주면 내주겠다고 했다.
경희씨가 좋아한다.
근데, 누가 써?
약속이라도 한 듯 내 앞에서 눈이 멈춘다. 당첨.....
토론회 전날, 기자는 예시용 기사를 한 편 보내줬다.
이렇게 쓰면 돼요.
진짜 당연히 내가 쓰는 걸로.
경희씨는 벌써 고맙다는 인사를 몇 번이나 했다.
어쩔...
당일 같은 시간에 세종보 600일 기자회견이 있었다.
거긴 사람이 더 없다. 잠깐이라도 자리를 채워야 한다.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달렸다.
경희씨랑 함께하면서 여러 번 이야기를 들었지만, 토론회는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다.
기사는 써야 하니 말하는 사람이 바뀔 때마다 사진을 찍으러 들락거렸다.
왔다 갔다 하니 더 모르겠다. 대략난감.
안 되겠다. 이러다간 기사고 뭐고 다 망친다.
김밥같이 망칠 순 없지 않은가.
실패는 한 번으로 족하다.
발언자들 말을 무조건 다 받아 적었다.
오늘따라 식사가 더디다. 밥만 먹고 가면 될 것을 커피도 마시자고 한다.
내 속 타는 걸 어찌 알겠냐만.
모르지만 그래도 잊기 전에 써야 한다.
노트북이 말썽이다. 10년 쓴 고물 노트북 충전기가 끊어졌다. 어찌어찌 살려가며 사용하는 중이다.
이리저리 돌려 겨우 충전 가능 상태로 만든다.
자료집을 봐도, 메모해온 것을 몇 번씩 봐도 어렵다.
일단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