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가 고생이 많다. 각국의 스트롱맨과 극단주의를 상대하랴, 새롭게 부상하는 테크놀로지, 인공지능을 상대하랴 바람 잘 날 없다.
노벨 경제상을 받으면 대런 아세모글루 교수님은 민주주의를 위해서 조직의 힘을 강조한다. 2차 대전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는 노동자와 중산층이 함께 성장하는 전례 없는 황금기를 누렸지만, 식민지에서 막 해방된 세계는 그렇지 못했다. 예외로는 일본과 한국이 있는데. 일본은 종신 고용과 고임금으로 부의 분배가 이루어졌고, 한국은 북한의 존재와 87년 민주화 이후 노동 조직을 통해 포용적인 성장이 가능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살짝 윤홍식 교수님의 분석을 가져오면 일본의 분배체계는 국가가 아닌 기업 중심으로 이뤄졌고, 이것을 학습한 한국도 국가보다는 사적 영역을 중심으로 부의 분배가 이뤄졌다. 7, 80년대 수출 중심 중화학 공업 육성을 통해 노동 시장의 이중 구조가 자리 잡았고, 87년 이후 조직된 노동이 대변하는 목소리는 대기업 정규직이었다. 중소기업 직장인과 비정규직은 노동조합을 구성하기 힘들었고, 이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맞이한 새천년에 산업이 제조업에서 서비스 산업으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등장한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의 조직이 최근의 이슈다.
다시 애쓰모글루 교수님께 돌아와서 아무튼 인공지능 시대에 중요한 것은 노동과 시민의 조직이다. 윤홍식 교수님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먼 옛날 반공에서부터 지금에 사적 자산을 바탕으로 한 각자도생의 경험이 매우 켜켜이 쌓여 있어서 조직하기가 보통 쉽지 않다.
유발 하라리도 민주주의를 걱정한다. 인간은 이야기가 필요하다. 옛날부터 신화가 큰 힘이 되었다. 그러나 이야기, 신화만으로는 질서를 잡을 수 없다. 모두가 영웅 행세를 하는 사회를 생각해 보라. 질서를 잡기 위해 인간은 점토에 쐐기를 박고, 종이에 문자를 써서 목록을 작성했다. 이렇게 작성한 목록을 통해서 세금도 걷고 나라도 운영할 수 있었다.
문서에 목록을 작성하면서 대두된 문제가 <오류 검출>이다. 최근의 블록체인도 오류를 막고자 했던 먼 옛날의 노력에 아이디어를 둔다. 아무튼 오류 검출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하나는 종교적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과학적 방식이다. 종교적 방식을 통해서는 사회의 질서를 잡을 수 있지만 이것이 지나치면 마녀사냥으로 이어진다. 과학적 방식으로는 참된 진리를 발견할 수 있지만 이것으로는 사회 질서를 잡기 어렵다. 강도 맞은 과학자는 동료 평가가 아니라 경찰을 찾아간다.
그렇다면 사회의 진실과 질서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무엇이냐 했을 때 유발 하라리는 민주주의를 제시하고, 이것이 최근 인공지능을 통해 도전을 받고 있다고 이야기를 푸는 것 같다.
또 건너뛰어서, 스트롱맨의 당선과 의회 폭동에 충격을 받은 스티븐 레비츠키 교수님은 자신의 책(어떻게 극단적인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위한 해결책은 "더 많은 사람들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반복적으로 말한다. 평소 생각하지 못하고 배제했던 더 많은 다양한 사람들이 선거에 참여해서 자신들이 원하는 대표를 선출할 수 있으면 있을수록 민주주의는 더 나아진다고 말한다.
이것은 <독재자의 핸드북>에서도 같다. 독재자는 자신의 힘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핵심 그룹을 작게 유지한다. 그룹의 범위를 넓히는 순간 자신의 힘은 무너진다. 하지만 어느 선을 지나면 지도자와 더 많은 시민이 함께 힘을 누릴 수 있는 구간에 도달하고, 이것이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 같다. 이 선을 넘지 못하는 사회는 민주주의가 아닌 독재에 머무르게 된다.
아무튼 시국도 시국이고, 최근 보는 책들도 다 민주주의로 꿰이는 것 같다. 세계 유수 학자님들이 다 민주주의를 걱정하시는 중이다. 모쪼록 더 나은 사회와 정치로 모두 한 발짝씩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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