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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섬원 Mar 28. 2024

타일랜드 부두술에 대하여

미선정은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내게는 징크스가 하나 있다.

태국에 다녀 오면 좋은 일이 하나씩 생긴다는 것이다.

나는 이걸 부두술이라고 부른다. 태국은 불교 문화권이긴 하지만, 공포영화로 유명한 나라이기도 해 말맛이 은근히 어울리잖아. 레이시즘 같지만 아무튼 그렇다. 아무튼 내 부두술의 성과는 다음과 같다.


2021년 겨울, 태국에서 아르코 사업 선정 메일을 받았다.

2022년 여름, 태국에서 레이블러 NIA 관련 사업에 참여(껀바이껀 알바지만)하게 됐다.

2023년 봄, 태국에 다녀온 뒤 프리랜서에서 계약직으로 고용형태가 바뀌었다.


그래서 발간지원 사업에 지원해 놓고 환과 함께 방콕행 비행기를 예매했다. 환과는 지난 해에도 방콕에 함께 다녀온 적이 있는데 여행의 과정이 참으로 다사다난하였으므로(이 썰은 환을 비롯한 관련인 세 명의 허락을 받으면 소상히 적어보도록 하겠다) "우리 다시 가서 찝찝함을 놔두고 오자"는 요량이었다. 사실 환은 내 부두술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그런고로 2024년 꽃샘, 서울문화재단 발간지원 사업 결과 발표를 앞두고 태국행 비행기를 탔다. 태국 여행에 대한 이야기는 <태국에 여름방학을 두고 온 사람> 이라는 이름으로 묶어 내고자 하니 여기서는 부두술에 대해서만 쓰겠다. 하필이면 태국이었던 이유는 찝찝함의 해소와 더불어 "이미 몇 차례 가본 여행지"라는 점이었다.


나는 같은 곳을 여러 번 방문하는 것, 봤던 영화를 또 보는 것, 본 만화 계속 보면서 "이런 장면도 있었구나"라며 감탄하는 걸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내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재방송부터 시작해서 재주행, 재탕, 재현 등 앞에 '재'자가 붙는 일은 처음보다 훨씬 여유롭다. 난 해본 적 없지만 재수를 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자 하니 첫 수능보다 덜 긴장된다고들 하더라. 아님 말고. 여하간 네 번째 도착한 방콕은 여전히 덥고, 붐비고, 미세먼지로 가득했다. 골백 번은 먹은 땡모반과 무삥도 그대로였다. 사소한 것들은 변했으나 대체로 그대로인 공간에서 사소한 비밀을 찾아내는 일. 그런 탐색의 며칠을 보내고 왔다.


감기와 함께 귀국한 뒤 서울문화재단 발간지원사업 결과를 확인했다.

미선정이었다.


말그레(는 내가 몸담고 있는 청년작가모임의 이름이다) 단톡방에 이 사실을 알렸더니 진만 있으면 미스코리아 완전 수집인데 아깝네요, 정도의 대답이 돌아왔다. 큰 기대 없이 신청한 지원사업이었기 때문일까, 이 문장이 되게 재밌었다. 앞으로는 (진)미선정으로 적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골은 박살날 것 같고, 귀국 이튿날 바로 출근까지 한 상태에서 미선정 소식을 들으니 방콕에서의 부두술이 왜 효과가 없었는가를 고민하게 됐다. 재택근무였던 금요일 내내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얻은 결론은 단 하나다.


이번 부두술의 성과는 발간지원사업이 아니었던 걸까?

다른 무언가 내 인생의 변곡점이 되어 줄 사건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뭔가 새로운 것들을 해보고자 했다. 1월 1일, 신년 계획을 세우며 했던 1/4분기 내에 웹소설 연재 시작하기는 2/4분기 내로 미뤄 놓았으니 다른 걸 시작해 보려 한다. 내 친구 지또술의 설득에 힘입어 클라이밍을 배워 보겠단 다짐도 했고, 다른 적절한 취미도 하나 찾을 생각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거, 퀴퀴하게 북마크 한 구석에 처박혀 있던 브런치를 새로 시작했다.

후치수식의 방식으로 부두술을 성공시키기 위해 브런치에 헛소리를 주기적으로 적을 예정입니다.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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