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가격과의 전쟁
45. 가격과의 전쟁
글을 쓰기 전부터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가격에 대한 이야기는 카페에 관련된 이야기 중에서 가장 할 말이 많은 부분이 아닐까 싶다. 이 상품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이건 소비자 입장과 판매자 입장이 다르기에 그 중간을 잘 잡아야 한다. 소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판매자는 판매자 입장에서만 생각하기 때문에 늘 가격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소비자는 비싸다 생각하고 판매자는 비싸다고 하는 소비자를 이해하지 못한다.
가장 중요한 건, 소비자는 판매자가 이 상품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신메뉴의 가격이 6,000원이라고 할 때, 소비자는 이 신메뉴를 개발하기까지의 판매자의 노력, 시간, 비용 등 알바가 아니다. 소비자는 이 음료의 값이 6,000원이 적절한지만 오로지 생각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적절한 가격을 정하는 건 어렵다.
적절한 커피의 값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내 매장이 어디에 있고 주 소비층이 누군지를 생각한다면 커피 값을 정하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다. 그리고 커피의 값은 상방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앞서 이야기한 것들을 고려해 본다면 금방 값이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원두에 큰돈을 쓰지 않으려고 하는 걸 수도 있다. 내가 받을 수 있는 아메리카노의 값이 정해져 있는데 단가가 맞지 않는 원두를 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커피 값이 높은데 비싼 원두를 쓰냐? 그건 또 아니다. 그런데 원두값만 생각할 수는 없다. 임대료부터 생각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건 알바가 아니라는 게 핵심이다.
결국 내가 판매하는 가격이 설득력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내가 이 만큼의 값을 받을 수 있을 만큼의 음료와 디저트에서 퀄리티를 내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또한 퀄리티가 살짝 밀려도 인테리어나 지리적인 요인이 있는지 생각해 보자.
제주도 바닷가 근처에 있는 카페들은 맛과 상관없이 가격이 대체적으로 높다. 특히나 바다가 보이는 카페라면 더더욱이나 그렇다. 하지만 소비자는 비싸다고 생각하지만 받아들인다. 왜냐면 전망이 좋기 때문에. 그리고 대게 일회성이기에 충분히 지불을 한다. 또한 구매력이 받쳐주는 상권에 있는 매장이라면 퀄리티가 받쳐주면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냉정하게 내 돈 주고도 먹을 음료들인지 생각을 해보자. 좋은 재료를 쓰는 건 소비자는 관심이 없다. 그래서 맛이 있냐는 것이다. 이 돈을 주고 너는 먹을 거냐는 거다. 당연히 좋은 재료를 쓰면 싸구려를 쓰는 것보다 맛이야 있겠지. 근데 이게 소비자가 원하는 맛인가? 이건 또 다른 문제다. 그렇기에 내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좋다고 생각하는 걸 팔지 말고 오로지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카페들 때문에 가격으로 경쟁하려는 곳들이 있는데 이건 자기 살을 파먹는 것이다. 결국 자기가 파는 음료의 가치를 하락시키는 것이다. 4,0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3,500원에 판매한다면 소비자는 3,500원에 팔아도 되는 걸 지금까지 4,000원에 팔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500원 때문에 오는 손님들도 있는데 여기서 진짜 커피가 맛있지 않은 이상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소비자는 싼 가격에 비싼 커피를 마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절대로 가격으로 경쟁하려고 하면 안 된다.
차라리 더 좋은 재료를 써서 가격을 더 받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어정쩡하게 중간값을 받을 바에는 박리다매로 저가로 많이 팔거나 고급화 전략으로 비싸게 받거나 둘 중 하나가 그나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싸면 싸니까, 비싸면 비싸니까. 이런 생각이 드는데 그 중간에 있는 가격은 그 어떠한 생각도 들지 못한다. 고급스러운데 가격이 착할 수는 없다. 상품이 고급스러우면 가격도 고급스럽고 상품이 싸구려면 가격도 저렴하다. 이것은 불변의 법칙이다.
더 이상 소비자는 싸다고 좋아하지 않고 비싸다고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가격기 그만큼의 값어치가 있는지 또한 설득력이 있는지를 본다. 그렇기에 가격을 생각하기 전에 퀄리티를 어떻게 끌어올릴지를 생각하자. 그렇다면 가격을 정하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다. 시간과의 싸움이 될 수는 있지만 결국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