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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창업할 수 있을까?_사장의 덕목

47. 사장의 덕목

by 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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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사장의 덕목


창업도 해본 적도 없는 일개 직원으로 일하는 내가 사장의 덕목을 논하는 게 굉장한 모순이지만, 원래 사람은 모순덩어리니까. 미래의 나에게 하는 말이자 동시에 다짐이 아닐까 싶다.


가게의 주인은 그 누구보다 열심히 해야 한다. 이런 글을 쓸 때면 늘 생각나는 분이 계신데 처음 카페에서 일할 때 만나게 된 대표님이시다. 굳이 안 오셔도 되는데 매장에 종종 방문하시고 굳이 바닥을 손걸레질을 하셨다. 누군가는 청소하라는 눈치를 주는 거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본다. 대표님은 모범을 보이시려고 하신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대표님은 오시면 항사 뭐라도 챙겨주고 싶어 하셨다. 그래서 샌드위치를 사주시거나 금일봉을 주셨다. 액수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를 신경 써준다는 그 스탠스가 중요한 거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대표님은 사람을 쓸 줄 아시는 거 같다. 주인처럼 일하라는 말은 할 수 없으니 그와 비슷하게 일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아시는 분인 거 같다.


굳이 안 줘도 되는 금일봉부터 명절과 생일까지 챙겨주셨던 이유를 굳이 따져보자면 직원들을 오래 일하게 만들고 싶으셨던 거 같다. 새로운 직원을 뽑아서 교육하고 그동안 서비스가 떨어지는 걸 걱정하셨던 게 아닐까. 기본적으로 여유가 있으셨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에게 내 여유를 나눠 줄 이유는 없지만. 이 대표님은 조금 다르게 생각하셨던 거 같다. 결국 매장을 좋은 퀄리티로 유지하고 싶은셨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방법들을 사용하셨던 것이다.


만약에 매장을 자동으로 돌리고 싶다면 나를 대체할 사람을 주인처럼 만들고 자동으로 돌려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에게 합당한 무언가를 제시해야 한다. 그게 돈이 될 수도 있고 비전이 될 수도 있고 그 이외의 무언가가 될 수도 있다. 이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는 비전 아니면 돈이라고 생각한다. 둘 중 하나라도 제시해야 나 대신 일을 해주는 사람이 주인처럼 일은 안 해도 그와 흡사하게 일을 한다는 것이다.


비전도 없고 돈도 안 되는 곳에서 열심히 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러니까 근로자가 무엇 하나라도 얻어갈 게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단 나를 대체할 직원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운영하는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오래 일하고 좋은 서비스를 원한다면 그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사장 또한 매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 직원은 빠르게 정리하는 게 좋다. 땅 파서 장사하는 건 아니니까.


되어본 적 없는 사장의 입장을 대변해 보자면 아마 직원들에게는 차마 말 못 할 고충들이 많지 않을까. 그중에서 가장 큰 건 사업의 리스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막말로 직원은 매장이 잘 되든 안 되든 월급쟁이니까. 망해도 다른 곳 알아보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사장은 그렇지 않다. 그러니까 사업이 잘 되면 리스크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이다. 그래서 직원들은 원급쟁이로 살아가는 반면에 사장은 그렇지 않다. 때론 월급쟁이로 살아가는 게 나을 때도 있겠지만.


사실 사장의 입장은 내가 사장이 되어서 생각해도 늦지 않다. 고용주와 근로자의 입장 차이는 절대 좁혀질 수 없으며 고용주는 조금이라도 아끼고 더 벌고 싶은 반면에 근로자는 조금이라도 덜 일하고 편하고 싶다. 그렇기에 이 둘의 관계는 늘 충돌하며 좁힐 수 없다는 것이다. 근데 나는 분명히 중간 지점에서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또 아닌가 보다.


일을 할 줄 모르면 고집이라도 없어야 하는데 일에 대한 경험이 없이 바로 사장부터 된 사람이 고집까지 세다면 그 매장에서는 일을 하지 않는 걸 권한다. 일머리가 없는 사장과 일하는 건 생각보다 최악이다. 결정권자가 일을 할 줄 모르는데 매장이 돌아갈 수가 없다. 카페에서 적어도 6개월에서 1년은 직원으로 일을 해봐야(이왕이면 빡빡한 프랜차이즈에서) 카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 수 있으며 동시에 직원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고충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알아야 이용할 수 있다. 이용한다는 말이 좀 웃기기는 한데 아무튼.


마지막으로 사람은 보이는 걸 믿는 동물이다. 눈에 보이는 게 전부다. 그러니까 직원들에게 자랑은 하지 말자. 특히 매출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뭘 샀는지 뭘 바꿨는지 사실 전혀 궁금하지 않다. 이 모든 건 질투로 돌아온다. 설령 그게 자랑이 아니라 일상이든 사실이든 그게 무엇이든 중요하지 않다. 그렇게 자랑을 하고 싶으면 돈을 주고 해라. 앞서 이야기한 건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결국 사람이 일하는 거니까.


본디 사람이라는 동물은 망각의 동물이다. 지금이야 내가 이렇게 비판적으로 글을 쓰지만 나도 결국 사장이라는 위치에 올라가면 똑같아질 수 있다는 것. 그것을 예방하기 위해 주변사람들에게 혹시나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 있다면 뺨을 때려달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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