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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1박 카페 11곳

1박 2일은 생각보다 긴 시간이다

by 호작가

제주에서 지내고 있는 누나에게 연락이 왔다. 제주도에 소개해주고 싶은 카페가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제주에 내려오라는 것이었다.

당연히 비행기 값은 쥐어주면서 말이다. 돈은 받았으니 안 갈 수는 없으니, 부랴부랴 제주 내려가는 비행기를 알아봤다.

평일에 가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나는 주말에만 시간이 되기 때문에 와이프와 스케줄을 조정하고 제주도로 1박 2일 카페투어를 하러 갔다.


가기 전에 대략 20곳 정도를 알아봤고 도민에게 추천을 받고 추리고 추려서(챗GPT만세) 15곳 정도를 리스트를 작성을 했다.

시간은 충분했고 20곳 정도를 다 가고는 싶었지만 이후에는 굳이 더 이상 방문하지 않아도 될 거 같아서 누나 집에서 쉬었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어디를 갈 수 없기도 했다.


<풀잎들 커피 아카이브>

핸드드립만 있으며 정말 미니멀한 카페다. 정말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 아닐까 싶다. 극악의 미니멀리스트인 누나도 감탄했던 곳이다.

공간에 울리는 음악 그리고 커피를 내리는 사장님이 너무 잘 어울렸다. 본인에게 무엇이 어울리는지 아는 사람이었다.

공간에 어울리는 음악과 거기에 어울리는 사람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다면 이 카페를 꼭 방문하는 걸 권장한다.


커피 맛은 말할 것도 없다. 매우 만족해서 케냐와 콜롬비아(디카페인) 원두를 사 왔는데 정말 환상의 맛이다. 이 가격에 이 정도의 맛을 낸다면. 사장님은 땅 파서 장사하시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테이블은 따로 없고 벽에 의지가 있어서 등을 대고 앉는 방식이다. 테이블이 필요하면 사진에 있는 스툴을 가져다가 사용하면 된다.(셀프) 그래도 음료는 가져다주시고 정리까지 해주신다.

사장님이 약간 내향적인 거 같지만 토크를 시도하면 또 그렇지도 않다. 굳이 먼저 다가오시지는 않지만 다가가면 또 멀어지는 스타일은 아니시다.

디저트 2종과 원두 5종이 준비가 되어있다. 이번에 카페투어를 하면서 원두를 추천받기보다는 사장님들의 취향을 물어보고 사장님들의 픽을 마셨다. 여기 사장님의 픽은 <케냐 워시드> 보통 워시드를 즐겨 드신다고 하셨다.

그래서 원드를 케냐를 사 온 것도 있고 마셨는데 맛있기도 했고 디카페인 같은 경우는 굉장히 호불호가 갈리지만 궁금해서 사 왔다. 근데 정말 사 오길 잘했다. 호불호가 확실하게 갈리겠지만 나는 완전 호 그 자체다. 초반부는 포도의 단맛과 산미가 올라오며 이후 허브맛이 아주 강하게 온다. 아마 이 허브맛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게 아닐까 싶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내려서 마셔도 굉장히 맛있다. 얼음이 녹으면 연해질 법도 한데 그렇지 않고 허브맛이 굉장히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내가 제주에 살았더라면 새로운 원두가 들어올 때마다 가지 않았을까. 사장님의 생두 선택과 로스팅 그리고 내리는 것까지 완벽하지 않나 싶다.

어쩌면 공간이 주는 매력 때문에 커피가 맛있고 이곳을 한 번 더 가고 싶어 하는 게 아닐까 싶다.



<홀리싯 커피 서플라이>


누나가 종종 가는 카페다. 꽤나 감각적이며 오트라떼가 예술이라는 평이다. 한 껏 기대를 하고 방문을 했다.

바를 조금 특이하게 짰다고 해야 할까. 가운데로 길게 바를 만들고 양쪽으로 테이블을 두셨다. 사진을 찍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손님들이 있어서 찍기는 어려웠다.

아무튼 사장님이 검은색을 바탕으로 녹색을 포인트로 주신 걸 알 수 있다. 머신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들이 블랙색이다. 포인트를 주고 싶은 것들은 녹색.


성수동에 있을 법한 느낌의 매장이다. 인테리어도 그렇고 사장님의 복장 또한. 여기가 좋았던 건 화장실이 내부에 있고 굉장히 깔끔했다는 점. 그리고 이솝 핸드 워시가 있었다는 점. 통만 이솝이 아니라 진짜 이솝… 이거 가능한 건가?


사장님이 손이 굉장히 빠르셔서 혼자서 일하시는데도 불구하고 메뉴가 굉장히 빠르게 내려온다. 음료 사진은 없지만 드립 커피 한 잔, 오트 라떼 한 잔 그리고 미숫가루를 주문했는데 보통 한 잔씩 끊어서 나오거나 한 잔은 진작에 나오고 한 잔씩 천천히 나와서 먼저 나온 음료의 맛이 좀 아쉬울 수 있는데 여기는 동시에 3잔이 나왔다. 이걸 보면 사장님이 얼마나 손이 빠르며 일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지 알 수 있다. 되는 대로 음료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3잔이 나올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이건 확실히 배울 점이다. 3명이 3잔을 동시에 만든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여긴 사장님과 적당한 스몰토크를 하러 오고 싶은 곳이다. 커피 맛은 덤이며 분위기 또한 좋다. 제주의 성수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1인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면 꼭 가서 일하는 방법 또는 순서에 대해 배우면 좋을 거 같다.

힙하지만 20대는 아닌 30대를 위한 곳이 아닐까?

<커피 파인더>


제주 시내 중심가?라고 해야 하나. 약간 부평 문화의 거리 같은 곳이라고 하면 될 거 같은데 아무튼 거기에 위치한 카페이며 꽤나 유명하다.

가격이 착하기도 하고 다양한 커피들과 디저트 그리고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엄청난 자부심이 있는 곳이다.


내부는 조금 더웠고 어수선했으며 정신없었다. 아마 컨셉이지 않을까 싶은데 지금까지 갔던 카페들과는 정반대 편에 있는 곳이라 아마 더 그렇게 느꼈던 게 아닐까 싶다.

2016년부터 시작된 10년이나 된 카페이다. 제주에서 10년이나 카페로서 살아남았다는 건 강하다는 것. 즉,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다. 카페들의 무덤인 제주에서 10년이나 살아남은 이유가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일단 카페의 존재의 이유가 명확하다. 사장님의 비전과 가치가 명확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비전과 가치만으로 살아남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블루리본을 받으셨다.


다만 약간의 부담스러움은 있다. 내가 매일 가는 카페라면 이 카페의 가치에 동참할 거 같고 이왕 카페를 가면 여기를 갈 텐데 뭐랄까,, 알 수 없는 부담스러움이 있다. 커피 홀더에도 그 부담스러움이 묻어난다. 어쩌면 이 부담스러움이 누군가에겐 이 카페를 다시 방문하게 만드는 이유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래도 한 번은 갈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 카페가 크고 카페로서 사회에 어떻게 이바지할 것인가 고민한다면 꼭 방문해서 경험하길 권한다. 다만 나는 이번 한 번으로 만족할 거 같다.


나도 한 때 커피 한잔에 일정 수익을 기부하는 운영방식을 고민했었고 후보에 여전히 있다. 최근에 아는 형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생각보다 손님들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커피도 마시고 기부도 하고 좋은 거 아닌가 싶었는데 여기 카페를 경험해 보니까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거 같다.

나는 단순히 커피 한 잔만 사서 나오고 싶었는데 기가 다 빨려서 나오는 느낌이다. 재미있는 건 직원분들은 굉장히 친절했으며 스몰토크를 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카페 내부가 조금 더워서 답답하기도 했고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들이 더 기를 빨리게 한 게 아닐까 싶다. 굳이 한 가지 이유를 더하자면 이미 아침부터 카페를 7곳이나 다녀왔기에 몸과 마음이 지쳐있어서 이 카페를 온전히 즐기기 어려웠을 것이다.


테이크 아웃하면 무려 1,000원이나 할인해 준다는 점. 이건 굉장한 메리트가 아닐까? 사이즈도 16온즈다.


<88 로스터스>


제주도 화북동에 위치한 로스터리 매장이다. 제주에 왔다면 꼭 방문해야 하는 로스터리 매장이라고 해서 방문하게 되었다.

시간이 되었다면 커피 한 잔 사서 바다까지 갔을 텐데 그 정도의 체력은 안 되었다.

저 문은 열기 굉장히 빡빡하고 무거웠다. 강한 자들만 들어갈 수 있는 매장인 건가…? 물론 이 문을 지나서 가면 보다 쉽게 열 수 있는 문이 있다. 출입문이 2개니까 자신의 힘을 확인해보고 싶다면 사진에 있는 문을 이용해 보도록.

로스터리 매장이니 게이샤 하나 시켜주고 짝꿍은 자몽+파인몬차를 주문했다.

아니 저거 자몽파인몬차 왜 이리 맛있음? 양도 냥냥하고 커피보다 이걸 더 많이 마신 듯.

개인적으로 커피는 아쉬웠다. 게이샤라서 무려 10,000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마셨는데 내가 무슨 커피를 마시고 있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배가 부른 것도 있었지만 마시고 싶지 않아서 1/3 정도 마셨는데, 예의상 좀 더 마셔서 절반 정도 마시고 남겼다.

게이샤라고 하면 우리가 흔히들 기대하는 맛이 있는데 심지어 로스터리 매장이니까, 근데 가스 다 빠지고 향과 맛이 거의 남지 않은 원두를 내려서 마시는 맛이었다. 좀 많이 아쉬웠다. 그래도 짝꿍의 음료가 굉장히 맛있었기 때문에 오케이다.

그리고 88 로스터스에는 굉장히 무섭고 매섭고 사나운 맹수 한 마리가 있다. 이름은 팔팔이다. 아주아주 용맹하면서도 사납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눈높이를 맞추면 웃어주지만 내가 일어서면 바로 짖기 시작한다. 근데 머리 긁어주면 그냥 좋아한다. 그냥 긁어주면 좋아하는 거 같다. 머리 긁어주면 자기가 간지러운 곳이 있는지 요리조리 몸을 돌리다가 들어 눕는다. 상전이 따로 없다. 맹수를 다루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눈높이를 맞추고 긁어주면 된다.

가면 항상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갔을 때는 없었는데 산책을 마치고 매장에 와서 볼 수 있었다. 그래도 간다면 기다려서라도 보고 오는 걸 추천한다. 굉장히 귀엽기 때문이다.

<Fika Coffee>


키에키 커피 스탠드에서 한 블록만 더 가면 있는 카페다. 제주도에서 보기 어려운 카페라고 해야 하나? 힙한 건 아니고 동네 카페 느낌인데 메뉴들이 꽤 괜찮아서 방문하게 되었다.


이미 커피를 6잔 이상 마신 상태라서 더 이상 마시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왔으니 한 잔은 해야 하니까 고민고민하다가 <Fika소>라는 메뉴가 있길래 주문했다. 짝꿍은 커피를 마시지 못하기 때문에 청귤차를 주문했다. 그러고 보니까 제주에서 방문했던 카페들 중에서 청을 직접 담가서 판매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진짜 하나부터 열까지 수제인 곳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정도는 해야 제주에서 살아남는 것인가,, 그리고 얼그레이 파운드케이크를 주문!

파운드케이크는 집에서도 만들어봤는데 품이 많이 드는 건 아닌데 오븐에서 많은 시간을 잡아먹어서 은근 시간이 걸리는 디저트 중 하나다. 4종류의 파운드케이크가 있었는데 짝꿍은 안 먹는다고 해서 평소 즐겨 먹는 얼그레이로 주문했다.


솔직히 굳이 굳이 찾아갈 카페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주변에 있다면 한 번은 가도 괜찮을 거 같다. 주문한 메뉴가 꽤나 괜찮았으며 짝꿍의 청귤차 또한 훌륭했다. 뭔가 인테리어만 좀 요즘 스타일이었다면 어땠을까 싶었지만.. 사장님 또한 굉장히 밝고 친절하셨는데.. 그리고 머신이랑 그라인더도 고가의 제품들이었다. 진짜 다 괜찮았는데 인테리어가 뭐랄까.. 카페 같지 않다고 해야 하나? 원래는 식당이었는데 카페로 바꾼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조금만 바꾸면 훨씬 괜찮을 거 같은데. 제주에서 방문한 카페들 중 유일하게 아쉬움이 많이 남는 카페다. 차라리 뭐 하나라도 별로였으면 모르겠는데 다 괜찮은데 인테리어가 조금 아쉬워서 더 아쉽다.

<키에키 커피 스탠드>


요즘 제주에서 핫한 카페들을 꼽자면 키에키 커피 스탠드를 빼놓을 수 없다고 한다. 잘은 모르겠지만 메뉴를 보았을 때 사장님께서 호주에서 커피를 배웠을 거 같다. 그리고 굿즈를 판매하시는데 아마 티셔츠로 추정이 되는데 사장님이 잘 어울리시기도 하고 스타일이 좋으셔서 구매하시는 분들이 많으신 거 같다.


한국에서 보기 드문 형태의 카페인 스탠드. 일본이 갔을 땐 종종 있어서 어색하지 않았고 스탠드가 무슨 뜻인지는 알았지만 한국에 과연 어울리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카페 내부 구조가 꽤나 특이하다고 해야 할까? 한 번은 방문해도 충분히 재밌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좁지만 개방감이 있다. 가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이다.


긴 시간을 머물지는 않았지만 짧은 시간 동안에 많은 러너분들이 다녀가셨다. 아마 러너들의 성지이자 요즘 러닝이 열풍이니까. 사장님의 신발이 온 x파프였던 거 같은데. 아무튼 러너들의 인싸 기질을 감당할 수 있다면 추천하는 매장이고 아니면 조금 힘들 수도? 근데 힙함을 느끼고 싶다면 무조건 방문해야 하는 매장이 아닐까. 사장님의 스몰토크도 좋고 서비스도 좋고 화장실이 매우 매우 협소한 걸 제외한다면 아주 나이스한 매장이 아닐까? 하지만 이솝이 있기 때문에 화장실이 작은 건 약간 커버가 되는 부분이라고 해야 할까.


스탠드 매장을 하기에는 앞에 인도가 너무 좁았고 울퉁불퉁했다. 지금보다 2배는 더 넓어야 괜찮았을 거 같은데. 그렇다고 내부에 좌석이 많은 것도 아니라서. 근데 포장하는 손님들이 꽤나 있는 걸 보아하니까 사장님과 스몰토크를 깔고 매장에 잠깐 있는 사람과 포장하는 사람이 주 고객인 거 같고 나 같은 사람들이 이제 좀 있는 거 같다. 힙한 카페만 찾아가는 힙헌터들ㅎ

조금 아쉬운 건 커피가 내 스타일이 아니라는 점? 누군가의 취향이겠지만 시그니처 메뉴와 아메리카노는 둘 다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분명한 건 누군가의 취향인 커피라는 것.

근데 이 정도 커피 맛 내는 곳은 제주에 정말 널리고 널렸는데도 불구하고 여기가 꾸준히 손님들이 찾아오는 이유는 아마 사장님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매장이 특색이 있는 것도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나 같은 관광객들에게 한해서 의미 있는 것이며 일회성이기 때문에 이 이유 하나로 제주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건 아닌 거 같다. 여기 매장도 사장님을 소비하러 오는 매장이라고 본다. 사장님과의 소통과 사장님이 약간 워너비인 분들이 보이는 거 같다.

풀잎들 아카이브에서도 느낀 거지만, 매장에 어울리는 복장과 헤어 스타일을 하는 건 어쩌면 카페 사장의 기본 덕목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또한 그에 맞는 음악을 트는 건 기본이다.


협소한 공간에 최적의 동선과 매장을 짜는 건 여기 매장에 와서 보면 다 배울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완전히 오픈된 바이기 때문에 청결에 꽤나 신경을 써야 한다.


<카페 성지>


도민들과 관광객들에게 굉장한 사랑을 받고 있는 매장이다. 커피를 즐기는 커피 애호가들이라면 무조건 방문해야 하는 매장이며 많은 원두들이 구비되어 있기 때문에 다양하게 기호게 맞게 원두를 선택해서 즐길 수 있다.


일본에 있는 글릿치 커피 로스터스가 생각나는 매장이다. 직원분에게 물어보니까 사장님께서 매장에 사용되는 페인트 색상을 직접 블렌딩 하셨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좀 더 달라 보이는 거 같기도 하고?

다만 내부가 전부 어두운 우드톤이다 보니까 약간 답답한 느낌이 없잖아 있다. 심지어 매장이 넓은 편은 아니라서 더 협소한 느낌은 있다. 우드가 주는 분명한 장점이 있는데 그건 공간이 좀 넓거나 단순히 우드로 도배해서 주는 건 또 아닌 건가 싶기도 하다.

짝꿍은 딸기 그라니따를 주문했고 나는 수박바 맛이 나는 그리고 멜론과 패션후르츠 맛이 일품인 드립을 주문했다.

일단 여기 가서 딸기 그라니따를 판매하고 있다면 무조건 마셔라. 진짜 먹어본 그라니따 중에서 탑이다. 위에 올라간 바닐라 아이스크림은 조금 아쉬운데 차라리 딸기 그라니따를 더 주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아무튼 정말 정말 맛있다. 또 먹고 싶다. 이건 내가 배워서 나중에 매장 차리면 팔고 싶을 정도?


그에 비하면 커피는 조금 아쉽다. 이 원두가 원래 어떤 맛을 나타내는지는 모르겠지만 저기 소개지에 따르면 내가 명확하게 느껴야 하는 맛과 향은 3가지로 볼 수 있는데 그중에서 나는 수박바 그 밑에 맛밖에 느끼지 못했으며 후미에 너무 쓴 맛이 올라와서 좀 아쉬웠다. 아마 내가 커피를 마시고 느끼는 능력이 좀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근데 이 원두를 판매하는 곳이 있다면 꼭 마셔보기를 권한다. 정말 신기하다. 커피에서 수박바 맛이 나기 때문이다.


내가 갔을 때 직원분 혼자서 일을 하고 계셨는데 꽤나 바빠 보였지만 이런 매장의 특성상 시간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보통 오기 때문에 다들 잘 기다리고 바로 앞에서 바리스타의 움직임이라고 해야 할까. 일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단순히 기다린다기보다는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다만 특정 시간에는 직원이 한 명은 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기본적으로 드립 2잔을 주문하고 거기에 원두까지 구매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한 번에 몰리면 왕창 몰려버리니까. 심지어 드립백을 미리 만들어 놓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바로 제조해서 주기 때문에 정말 시간 여유를 가지고 방문하기를 권한다. 만약에 원두를 살 계획이 있다면 들어가자마자 원두부터 주문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커피 라이트>


여기 시그니처 메뉴 정말 추천한다. 엘더 라이트라는 메뉴인데 주스와 필터 커피를 혼합한 메뉴다. 이런 비슷한 메뉴를 다른 카페에서 많이 마셔봤는데 여기만큼 밸런스 좋고 깔끔한 곳은 못 봤다. 7,000원인데 작은 잔에 나오지만 정말 매력적이고 돈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그리고 굉장히 큰 얼음을 하나 넣어주시는데 아마 얼음이 빠르게 녹으면 음료가 밍밍해질까 봐서 큰 얼음 하나를 넣은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매장에 소음을 받아줄 요소들이 하나도 없어서 조금만 얘기해도 금방 시끄러워지고 공간이 울려서 오래 있기에는 조금 버겁다. 정말 힙한 카페의 모든 요소들을 다 갖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우 매우 탐나는 백예린의 LP… 사장님이 LP를 수집하시는 걸까 아니면 매장 인테리어 일부 중 하나일까.


바는 꽤나 심플하다. 공간을 최대한 활용한 오픈형 바라고 하는 게 맞을 거 같기도 하고. 이렇게 다 보이는 바는 처음 보는 거 같은데 또 매장이랑 잘 어울려서.. 어떻게 보면 가성비가 아주 좋은 바라고 할 수 있겠다. 근데 이게 사장님이랑 어울린다. 그래서 참 신기하다. 사장님이 여기서 일을 해서 이런 바이브가 나는 건지 아니면 원래 그런 바이브를 가지고 있어서 이런 매장을 한 건지. 이런 매장을 하다 보니까 그런 바이브를 가지게 된 건지. 알 수는 없다.


다양한 드립 용품들과 잔들이 있는 걸 봐서는 드립을 주문하면 아마 올 때마다 다른 잔에 마실 수 있지 않을까? 다양한 잔을 준비하는 건 다음 방문을 기대하게 만드니까. 예쁜 잔을 수집하는 것도 그리고 어떤 게 예쁜 잔인지 아는 것도 중요한 거 같다.


밖에서 대충 봤을 때 지금까지 간 카페들 중에서 창업 비용이 가장 적게 들었을 거 같은 매장인 거 같은데.. 근데 또 테이블이랑 의자, 조명, LP, 잔 등 내가 모르는 것들이라서 또 모르겠다. 대충 보면 적은 금액으로 최고의 효율을 뽑고 있는 매장이 아닌가 싶다.


여기는 시그니처 메뉴 때문이라도 다음에 또 방문할 예정이다.

<카페 단단>


이번에 제주를 방문한 이유가 여기 때문이다. 누나가 꼭 방문했으면 하는 매장이었다. 그래서 사장님께 연락을 드리고 사장님의 귀한 시간을 조금 사용할 수 있었다. 1인 카페로서 카페 사장으로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며 창업하기 전에 어떤 걸 고려해야 하는지 등 많은 인사이트들을 얻을 수 있었다.


1인 매장의 정점을 찍은 곳이 아닐까 싶다. 여기에 로스팅까지 하면 아마 1인 매장으로서는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고 있으며 탑티어에 속하지 않을까? 제주에서 6년째 매장을 하고 계시니까 말 다 했지.


커피가 아주 깔끔하다. 방문하기 전에 누나가 커피가 아주 깔끔하다고 했는데 여기를 가보고 다른 카페들을 가보니까 어떤 의미의 깔끔함인지 알 거 같다. 명확한 맛들이 존재하며 그 이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드립이다. 드립 원두는 제주에 있는 <묵음>이라는 매장에서 받고 계시고 에스프레소 메뉴 원두는 프로파일을 스승님과 잡고 때에 따라 조정을 하며 원두를 납품받고 계신다.


직접 만드시는 바나나 푸딩은 아주 일품이다. 방문해서 있다면 무조건 먹기를 추천한다.


짝꿍은 여기 화장실을 매우 극찬했다. 휴지 대신에 손수건이 있으며 화장실 상태가 아주 깔끔했다. 도대체 왜 사람들은 매장을 이용할 때 화장실을 중요하게 여길까. 나도 음식점이든 카페든 화장실이 별로면 다시 방문하지 않는다. 진짜 말도 안 되는 맛이 있다면 다시 방문하는데 그게 아니라면 굳이 재방문하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는 맛과 인테리어, 사장님과의 스몰토크, 분위기까지 완벽한데 화장실에서 화룡정점이라고 해야 할까? 무엇 하나 아쉬운 게 없는 매장이 바로 여기다.


1인 카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카페 단단>을 방문해서 사장님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면 명확하게 답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우리는>


아침 9시 전에 갔는데도 이미 손님들이 있었다. 여기가 굉장히 젊은 MZ 친구들이 오는 아주 힙하고 힙한 카페라고 한다. 신기한 게 사장님과 대화를 나누지도 않았고 매장이 시끄럽지도 않았으며 매장에 푹신한 소파가 있어서 편하게 있었는데 기가 빨렸다. 음악이 재즈가 흘러나왔는데 명곡 중에서도 명곡들만 나와서 합격이었는데 나는 왜 기가 빨렸을까. 심지어 매장이 시끄러웠던 것도 아닌데 말이다.


드립이 있는 매장은 음료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에 차분한 마음을 가지고 카페를 구경하며 눈과 귀로 매장을 즐기고 있자. 내가 드립을 주문했다면 더 오래 걸리니까. 이게 제주의 매력이 아닐까. 단순히 빠르게 빠르게 음료를 받아서 후루룩 마시고 나가는 게 아니라 음료를 마시기 전에 눈과 귀로 먼저 카페를 즐기는 것이다. 그래서 사장님들이 인테리어랑 음악에 신경을 쓰시는 걸까?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음료가 나와있으니까. 손님의 시간을 가져갈 많은 요소들이 필요한 거 같다.

화장실 들어가는 입구 옆에 건의함 비슷한 게 있었다. 요즘은 리뷰에 남기고 대놓고 이야기하고는 하지만 나는 이렇게 아날로그로 글로 받는 게 좋다고 본다. 이 마저도 대부분의 카페는 없지만 발전을 하기 위해서라면 건의함은 필수라고 본다.


짝꿍은 커피를 마시지 않지만 가끔 크림이 올라간 음료는 마신다. 그 마저도 본인 취향이 아니면 한 두 입 마시고 말린 하지만 여기는 아주아주 짝꿍의 취향이었다. 커스터드 우유 위에 커피 크림이 올라간 대표 메뉴인 <옷옷>이었는데 꽤나 매력적인 메뉴다. 방문하면 꼭 한 번은 마시는 걸 추천하다.

대표 메뉴가 강력했던 탓인 건지 디저트와 커피는 보통이었다. 제주도에서 충분히 만날 수 있는 맛이었다.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또 엄청난 맛은 아니라는 점. 단순히 여기는 커피를 마시러 오기보다는 이 공간을 소비하러 오는 곳이 명확했다. 거기에 음료의 맛이 꽤나 좋은 건 덤이라고 본다.

이렇게 귀여운 것들이 곳곳에 있고 이런 거 말고도 마스킹 테이프에 적힌 것들이 있는데 이런 걸 찾는 맛이 쏠쏠하다. 매장을 구석구석 보게 된다.

그러면서 아마 여기 매장의 매력을 하나둘씩 알아가는 거 같다.


바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사장님이 계셔서 찍지는 못했다. 좁은 공간에서 최적의 동선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바가 짜여있다. 이런 건 와서 보면 좋을 거 같다.

인싸가 되고 싶다면 꼭 방문해야 하는 카페. 아니다. 인싸라면 방문해도 충분한 카페. 근데 <옷옷>을 마시기 위해 방문할 가치가 충분히 있는 매장이다.



<스타벅스>


공항에 가기 전에 스타벅스에 들렸다. 제주에만 있는 특별한 메뉴를 먹은 건 아니지만, 어쩌다 들렸는데 역시 스타벅스다. 개인 카페가 스타벅스를 이기기란 불가능하고 스타벅스가 제공할 수 없는 것들을 제공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스타벅스가 제공하는 대부분의 것들을 제공하는 건 기본이다.




마무리…

제주도에서 카페를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 거 같다. 하는 것도 어렵지만 살아남는 건 10배는 더 어려운 거 같다. 갖춰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1인 카페의 정점을 찍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마저도 보장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매일 같이 수많은 카페들이 생겨나고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매력적인 카페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원래는 더 많은 카페들을 가려고 했는데 비가 많이 오기도 했고 더 이상 카페를 가는 건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손님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고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지 이제는 내가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할 때이다.


적어도 내가 방문한 카페들은 한 가지만 강조하는 또는 흔히들 말하는 원툴인 카페는 아니다. 맛은 기본이며 서비스는 이미 최상이다. 거기에 인테리어 또한 감각적이다. 여기에 가치를 더하고 손님들이 올 수밖에 없는 무언가를 제공한다. 그건 각자 사장님들의 몫이다. 나에게는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가 손님에게 제공할 수 있는, 나만이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이게 없다면 살아남기 힘들 거라고 본다. 결국 이 이유 때문에 손님들은 재방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화장실이 정말 중요하다. 화장실이 지저분하거나 작거나 상가에 있는데 관리가 안 되어 있다면 다시 가기 꺼려진다. 굳이 이솝 핸드 워시를 둘 필요는 없고 그냥 깔끔하기만 하면 된다. 화장실이 별로면 다시 방문할 때 망설여지는 건 기분 탓일까.


제주에서는 기성품이 먹히지 않는다. 내가 간 카페들 중에서 기성품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매장은 없었던 거 같다. 만약에 기성품을 그대로 사용하려면 정말 완벽한 제품이 아닌 이상은 직접 만들고 볶고 준비한다. 1인 카페의 숙명이 아닐까 싶기는 한데 그렬러고 프랜차이즈 안 하고 개인 카페 하는 거니까. 기성품을 사용하는 게 잘못된 게 아니라 사용을 하더라도 현명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기성품은 손님들이 바로 안다는 것. 기성품을 활용을 한다면 모를까 그대로 사용하는 건 적어도 제주에서만큼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핸드드립 컵노트는 3개가 최대가 아닐까? 4~5개씩 느끼는 건 훈련을 한 사람들이고 커피를 깊게 즐기는 사람들이고 대부분은 라이트 하게 즐기는데 컵노트가 많으면 좀 혼란스러우면서 부담스럽다. 설명은 간단명료한 게 최고다. 커피는 눈과 귀로 즐기는 게 아니라 입과 코로 즐기는 것이다. 맛으로 증명해 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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