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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작가 Oct 26. 2022

해고는 처음이라_어쩌다 백수

 오늘은 최근에 백수가 된 나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카페 창업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제목처럼 보이지만 막상 글을 읽어보면 그렇지 않을 것이다. 해고는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누구나 해고를 당할 수 있으며, 카페를 운영하면서 근로자를 해고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내 경험에 빗대어서 어떻게 하면 이러한 상황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지 또한 어떻게 하면 직원을 해고하기까지 이르지 않을 수 있는지 얘기해보려고 한다.


 해고의 이유는 경영 악화로 인함이다. 거짓 하나 없는 사실 그 자체다. 그렇기에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없다. 내가 내 급여를 깎으면서 카페의 매출을 올려보겠다고 할 이유가 있지 않으며 그 정도의 애착이 있지도 않았고 그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었다. 나는 여전히 최악의 상황을 충분히 면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쉬운 부분들이 조금은 있다. 하지만 이건 내 영역 밖의 일들이라. 그리고 나의 태도가 처음부터 이런 건 아니었다. 몇 개의 사건들로 인해 내 태도가 바뀌게 된 것이다. 


 내가 해고를 당하면서 든 생각은 고용주와 근로자의 입장 차이는 절대 좁혀질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고용주가 직접 일을 하면서 동시에 자신이 카페를 하는 이유와 카페의 비전을 제시하고 행동으로 보여준다면 근로자는 자연스럽게 따라오고 고용주가 원하는 카페를 만들 수 있다. 다만 그게 아니라 정말 사업의 목적이고 카페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면 또는 카페에서 일을 해보지 않았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근로자와 부딪힐 수밖에 없다. 적어도 근로자에게 카페의 비전을 제시한다면 단기간에 카페가 망할 일은 없으며 근로자들을 교육할 때 훨씬 수월하다. 다만 전제조건은 고용주가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해고의 원인을 나에게서 찾기보다, 나를 해고한 사람에게서 찾아보기로 했다. 그 사람을 탓을 하는 게 아닌 경영자 입장에서 분석해보기로 했다. 그전에 나도 어느 정도는 예상은 했다. 매장이 돌아가는 걸 보니 가까운 시일 내에 인원을 감축하겠다는 것을. 다만 그 시기가 생각보다 빨랐을 뿐. 아무튼 경영자 입장에서는 인건비가 늘 고민일 것이다. 시간을 잘라서 인원을 쓰기엔 인력 관리가 쉽지 않을 것이며 한자리가 터지면 그거 메꾸는 것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돈 조금 아끼려다가 카페 전반적인 퀄리티를 낮출 수가 있다. 여기에 왜인지는 모르지만 파트타이머보다 정직원을 선호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파트타이머의 돈을 받고 정직원처럼 일할 사람을 원한다. 아무튼 정직원이 책임감이 있을 거라는 허상 아닌 허상 때문인지 대부분의 인력을 정직원으로 구성하게 된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대충 이런 말이 아닐까? 그렇기에 경영이 어려워지면 인건비부터 손을 대는 이유가 이것이다. 대체가 가능하기 때문에. 동일한 시간을 일해도 적게 받고 일할 사람이 있기에,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건비라는 건 굉장히 직관적이며 지출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가장 먼저 손대는 게 아닐까? 재료비는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이기에 최우선으로 손을 봐야 하는 게 바로 인건비다.


 매출 감소로 인해 직원을 줄이는 건 누구나 직면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그 최악의 상황에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최악의 상황을 직면하지 않기 위해서 직원들에게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 내가 지금까지 쓴 글들을 제외하고 어쩌면 매장을 오픈하기 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이게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의미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둘 다 겪어본 사람으로서 굉장한 차이가 있다. 그리고 직원을 어떻게 대하는지가 정말로 중요하다. 사람을 쓸 줄 아는 것과 귀한 줄 아는 것 또한 능력이다. 


 주저리주저리 적어놨지만 결국 모든 건 돈으로 인해 발생된다. 그렇기에 늘 다음이 있어야 한다. 카페가 언제까지나 장사가 잘 된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에. 지난 글을 보면 알겠지만 이건 사업자든 근로자든 늘 다음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내 사업을 유지할 수 있으며 내 삶을 안위할 수 있다. 사업하는 사람이라면 카페가 아닌 다른 곳에서 현금을 창출해야 하며 근로자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서로가 한 발씩 양보할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사업자와 근로자의 관계가 좋다면 말이다. 


 해고라는 게 다 나쁜 건 아니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선택이 맞았는지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는 것이다. 경영악화라는 상황에서 인건비를 줄이는 게 최선인지 아니면 다른 방법이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근로자도 얻어가는 게 있다. 나는 덕분에 부업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게 되었으며 경영자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었다. 덕분에 한 단계 성장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내가 경영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가이드를 잡게 되었다. 또한 넘쳐나는 시간 덕분에 책을 많이 읽을 수 있게 되었으며 글 또한 열심히 쓸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이 사라져서 살기 조금 버겁긴 하다만 또 그렇게까지 버거운 수준은 아니라서 괜찮다. 적재적소에 돈들이 조금씩 생기고 있어서 아직까진. 


 말이 해고지 어쩌면 경영 수업을 들은 게 아닐까? 이론과 현실의 차이 그리고 직접 경험해봐야 아니까. 어쨌든 이번 해고는 내겐 꽤나 값진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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