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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작가 Oct 31. 2022

해고는 처음이라_어쩌다 백수(2)

 백수가 된 기념으로 어디 여행이나 다녀올까 싶다가도 그럴 시기가 아닌 거 같아서 남들 여행기로 보며 만족을 하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카페 투어라는 명분을 덧붙인다면 일반적인 여행이 아니지 않을까? 정말로 해외에 괜찮은, 평소에 궁금했던 카페를 가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 다만 시기가 지금이 적절하지 않아서 고민 중인 것이다. 창업을 하기 전에는 꼭 다녀오려고 하는데 지금 다녀오기엔 조금 아까울 거 같아서. 


 그래서 대략적인 루트를 생각해보니까 부산-> 제주도-> 일본 이렇게 해서 카페 투어를 좀 해보고 싶다. 대형 카페보다는 작은 카페 위주로. 정말 내가 창업을 하면 현실 가능성이 있는 사이즈 정도를 보면 좋을 거 같은데. 지금 이제 또 일본의 하늘길이 열렸고 엔화도 하락세고 여행객들이 엄청 붐빌 거 같은 시기는 또 아닐 거 같아서 굉장히 고민이 되긴 하는데. 다 좋다 그거야. 근데 진짜 지금 가야 하는 이유가 있냐는 것이다. 


 평소에 경험을 굉장히 중요시 여기는 편인데, 경험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긴 한데 지금 여행을 가게 된다면 아니다. 여행이 아닌 커피 공부라고 하자. 그래야 조금이나마 괜찮을 거 같다. 커피 공부를 하러 가게 된다면 사려고 했던 장비를 사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못 사는 게 아니라 그 시기가 조금 밀리는 것뿐. 그런데 과연 그만큼의 가치가 있을 것인가? 경험은 돈을 주고서도 못 사는 거고 거금을 들여서라도 하는 게 경험인데 과연 지금 이 시점에 경험이 필요한 시기인가? 아니면 장비를 사는 게 맞는 걸까? 무엇이 맞다고는 하지 못하겠지만 저울질을 하기엔 충분하다고 본다. 


 백수가 돼서 가장 좋은 건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점과 책을 읽을 시간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백수가 된 시점과 맞물리지는 않았지만 브런치를 제외하고도 다른 곳에서 같은 내용의 글을 연재하고 있게 되었다. 이 또한 내가 브런치에 집중을 하게 되어서 얻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일을 할 땐 주제가 끊임없이 생각이 났는데 일을 하지 않으니까 주제가 생각이 나지를 않는다. 정말 쥐어짜 내고 있다. 그래서 주제를 얻기 위해 새로운 카페를 조금씩 가보곤 하는데 일할 때랑은 좀 다른 거 같다. 전리품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무언가를 얻기 위해 카페를 방문하는 건 좀 고된 일이다. 가서 카페가 어떤지 살펴보고 맛도 음미하고 주제 하나 얻을 거 없나 살펴보고, 마치 심사위원 빙의해서 남의 사업장을 샅샅이 뒤지는 약간 좀도둑 같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읽고 쓰는 시간이 많아져서 좋다. 


 내 성격상 한번 들어간 곳에서 안주하곤 한다. 그러니까 새로운 것보다는 기존의 것을 선호하고 안정감을 추구한다. 그래서 이번에 해고를 당하지 않았더라면 그 자리에 안주했을 것이다. 적당한 월급과 적당한 일의 강도 그리고 매니저라는 직급 그리고 워라벨이라고 할 수 있는 직장과 집과의 거리. 너무나도 완벽했기에. 주말에 쉬지 못하는 게 조금은 아쉬웠지만. 나머지는 굉장히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어쩌면 나는 안주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벼랑 끝이라고 하기엔 과하지만 아무튼 야생에 덩그러니 남겨지니 생각이 많아지고 나에게 자극을 찾는 거 같다. 내가 진짜 커피를 내리는 게 맞는 것인지?, 나에게 바리스타라는 직업이 맞는지, 정말 창업을 해야 하는 것인지?, 내가 커피를 정말로 좋아하는지 등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거 같다. 또한 지난 글에서 썼지만 경영자 입장에서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카페는 어떻게 경영을 해야 하며 근로자와 얼마큼이나 생각이 다른지 등 많은 걸 깨닫게 되었다. 여전히 깔끔한 마무리가 되지는 않았지만 덕분에 많은 걸 깨달았기 때문에 이 또한 값지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덕분에 브런치에 쓸 주제가 생겨서 좋다. 마침 <카페 창업할 수 있을까?> 주제가 떨어져 가고 있는 시점이었는데 시기 좋게 주제가 생긴 것이다. 처음에는 쓰려고 하지 않았던 주제였다. 뭐 자랑할 게 있다고 쓰겠냐만 2달이 된 이 시점에서 돌아보니 해고라는 게 꼭 나쁘지만은 않았다. 좋은 경험을 했고 느낀 바가 많기에 나누면 좋을 거 같아서 글을 썼다. 그리고 잠시 쉬어가는 느낌으로 한편만 쓰려고 했었다. 어쩌다 보니 한편을 더 쓰긴 했지만. 갑자기 해고 관련된 주제가 생각이 나면 앞으로 한편 정도는 더 쓸 수 있을 거 같지만 아마 여기가 마지막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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