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창업할 수 있을까?_에스프레소 세팅 후기

35. 에스프레소 세팅 후기

by 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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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에스프레소 세팅 후기


오늘은 약 한 달 전에 다녀온 에스프레소 세팅 후기를 기록하려고 한다. 아버지의 지인이 카페를 오픈을 한다고 해서 에스프레소 세팅 및 몇 가지 팁을 전수해주러 다녀왔다. 사전에 머신과 그라인더를 알았더라면 보다 수월하게 진행을 했을 텐데 사전에 어떠한 정보가 없어서 준비를 하지 못해서 조금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세팅은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국민 머신이 되어버린 시메와 피오렌자또 그라인더를 사용하고 있는 매장을 그대로 인수를 받아서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도 시메와 피오렌자또는 익숙해서 정말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현존하는 머신을 다 써볼 수는 없지만 요즘 소규모든 대규모든 하이엔드가 아니라면 시메에서 정리가 되는 거 같다. 이제 갈리는 게 그라인더긴 하지만 머신은 시메 아니면 하이엔드인 거 같다. 그 사이가 없는 듯한 느낌?

아무튼 미리 준비해두신 원두로 커피 세팅을 잡았다. 에스프레소는 요즘 트렌드에 맞게 1:1.7~1.8 사이로 세팅을 잡았고 다행인 건 몇 번 추출하지 않아서 사장님과 의견이 일치했다는 것이다. 이게 가장 어려운 게 아닐까? 내가 맛있다고 했을 때 사장님이 별 로거나 차라리 나는 별로인데 사장님이 마음에 들면 그러면 된 건데, 사장님이 원하는 맛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니까. 운이 좋았던 건지 원두가 좋았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금방 맛을 찾아서 그 맛을 기준으로 메뉴 레시피를 설정해드렸다. 여기서 조금 애를 먹었지만 결국 사장님의 스타일대로 해드렸다. 그리고 우유가 들어가는 메뉴는 커피 맛을 더 들어낼지 아니면 우유를 더 강조시킬지만 결정해서 레시피를 잡으면 된다고 설명을 해드렸다. 남는 시간에는 혼자서 매장을 운영하다 보니 빠르게 음료를 나갈 수 있게 동선을 정리해드렸고 그에 맞는 비법들을 전수해드렸다. 그리고 매장에 부족한 집기들이 몇 개 보여서 링크를 보내드렸다.


당시 커피 세팅보다 많은 시간을 잡아먹은 것이 컵 사이즈와 가격이었다. 상권이 유동 인구가 많지 않고 이미 기존에 카페가 있던 걸 인수해서 하는 것이기에 컵 사이즈와 가격을 바꾸긴 쉽지 않았다. 사장님은 컵 사이즈를 16oz에서 14oz로 바꿀 생각이었으며 가격 또한 올릴 생각이었다. 기존에 아메리카노 가격이 말이 안 되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곳에서 매장을 여는 게 아니라 기존에 있던 카페를 인수하는 것이기에 컵 사이즈와 가격을 바꾸는 건 모험이었다. 하지만 퀄리티만 밀리지 않는다면 충분히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가격은 올렸으나 컵 사이즈는 바꾸지 않았다. 아무래도 가격은 올랐는데 사이즈는 줄어들면 있던 손님마저 잃을 수 있기 때문에, 그래서 14oz와 16oz의 레시피를 두 개를 제공해드렸다.


커피 맛은 동네에서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느낄 정도로만 했고 이외의 것들에 대해서 더 많은 대화를 했다. 글에서 늘 썼지만, 커피를 마시는 건 매장에 손님이 들어와서 하는 가장 마지막 행동이다. 제일 중요한 건 손님을 오게끔 만드는 것이며 한번 온 손님을 지속적으로 올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동네에 카페가 많지 않은 건 장점이지만 그만큼 이용할 사람이 없다는 걸 뜻하기도 한다. 장점이자 단점이다. 그렇다면 한정된 손님을 어떻게 끌어 모을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여기서 어려운 게 있다. 내가 볼 때 좋은 아이디어가 사장님에겐 좋은 아이디어가 아닐 수 있으며 사장님이 생각하는 좋은 아이디어가 내가 볼 때 좋지 않은 아이디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디까지 말해야 할 것인가? 분명히 사장님도 본인이 그리는 그림이 있을 테니까. 도움을 요청하는 게 아니라면 내가 나서서 무언가를 이야기하기엔 부담이 아닐까?


나는 에스프레소 세팅이 단순히 커피 맛을 잡고 레시피 수정을 해주는 게 아닌, 이 커피를 어떻게 하면 팔지 그리고 손님을 어떻게 하면 유지하고 신규 손님을 받을지까지 해주는 게 에스프레소 세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거부감이 드는 사장님들도 계시겠지만 적어도 세팅을 부탁한 거라면 여기까지는 마음을 열어둔 게 아닐까 싶다. 아무튼, 나에겐 꽤나 값진 경험이 되었다. 내 매장이라 생각을 하고 세팅을 하게 되니까 단순히 에스프레소 세팅만 하게 되는 건 아닌 거 같다. 아무래도 나는 오픈 매장을 두 번이나 해봤으니 더욱 눈에 들어오고 필요한 게 무엇인지 보이는 게 아닐까 싶다. 오픈 매장에서 근무를 한 경험은 진짜 그 어떤 경험보다 큰 거 같다. 이미 세팅이 된 매장보다 내가 하나씩 만들어가는 매장이 창업하는 느낌도 나고 배울 건 훨씬 많다. 물론 몸은 좀 고되지만 그만큼 얻어가는 것이 있기 때문에.


이 글을 보고 혹시나 에스프레소 세팅을 부탁하게 된다면 꼭 세팅을 부탁하는 사람에게 커피가 아닌 그 이외의 것들도 물어보고 자문을 구해보자. 그 외의 곳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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