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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작가 Nov 20. 2022

너도 여행 가고 싶니?_여행에서 만난 인연

6. 여행에서 만난 인연

6. 여행에서 만난 인연


 2016년에 유럽 여행을 하면서 정말 많은 인연들이 생겼고 그중에서 몇몇은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도 몇 번 만났다. 하지만 각자 일상을 살아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락이 뜸해지고 지금은 그 누구와도 연락을 하고 있지 않다. 하지 않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게 아닐까. 어찌 보면 당연한 거 같다. 여행에서 만난 사이가 일상까지 들어오기란 여간 쉬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애초에 여행지에서 끝났어야 할 인연을 억지로 일상까지 끌고 들어온 걸 수도 있겠다.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이탈리아에서 만난 사람들이 잊히지 않고 기억에 남는다. 유독 기억에 남는 건 소름 돋을 정도로 나와 일정이 비슷했던 형 한 명이 아직도 잊히지 않고 기억이 난다. 가끔 유럽 여행 사진들을 보고 다시 한번 가고 싶어서 비행기 티켓을 찾아볼 때면 그 형이 생각이 나곤 한다. 


 당시 내 이탈리아 여행 일정은 흔하디 흔한, <밀라노-베니스-피렌체-로마>였다. 신기하게도 밀라노에서 베니스로 넘어갈 때 같은 기차를 탔고 같은 숙소를 쓰게 되었으며 심지어 같은 방을 쓰게 되었다. 이런 인연이 또 있을까? 당시 내가 베니스에서 묵은 숙소는 인기가 있는 숙소는 아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베니스에 가면 본섬에 숙소를 잡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나는 굳이 본섬에 잡을 이유를 찾지 못하여서 메스트레역 바로 앞에 있는 숙소를 잡았다. 아무튼 그 넓은 숙소에 2박 3일 동안 형이랑 나밖에 없었다. 


 밀라노에서 베니스로 가는 과정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이탈리아 기차의 악명은 이미 소문으로 익히 들어서 마음을 단단히 먹었는데 4시간이나 연착이 될 줄은 몰랐다. 연착의 원인은 누군가가 선로로 뛰어 들어서였다. 친절하게도 이탈리아어로만 방송을 해줘서 전혀 알아듣지 못했고 옆에 있던 노부부가 설명을 해줘서 당시 상황을 알게 되었다. 베니스를 2박 3일로 잡아서 일정이 타이트했는데 연착까지 되어서 굉장히 아쉬움이 크게 남았던 도시가 되었다. 그 형도 나와 같이 2박 3일이었고 같은 열차에 있었어서 굉장한 아쉬움을 토로했던 기억이 있다. 


 알고 보니 이탈리아에서의 일정이 비슷해서 시간이 맞으면 같이 보내기로 했고 대부분의 시간을 형과 보냈다. 가는 도시도 같았고 도시에서 머무는 기간만 달랐다. 생각해 보니 형과 그렇게 많은 대화를 나눈 거 같지는 않다. 사실 여행지에서 만난 사이에 해봤자 여행 관련된 이야기 말고는 할 게 없으니까. 그래도 10일 정도 같이 여행을 했으니 조금은 사적인 이야기도 했던 거 같다. 당시에 내 여행은 대략 한 달이었고 그중 1/3을 같이 보냈다. 그래서 그런 건지 어디서 뭐하고 지내는지 궁금하다. 나만 특별하게 느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죽기 전에 한 번은 만나보고 싶다. 딱히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 아닌데 그냥 진짜 궁금해서. 기적처럼 마주친다고 해도 알아볼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진짜 단순히 궁금하다. 그 이후에 어떻게 지냈는지. 


 베니스 하면 또 기억이 나는 사람 2명이 있다. 신혼여행으로 온 부부가 기억이 나는데 베니스에 왔는데 곤돌라 한 번은 타야 하지 않을까 하면서 동행을 형과 같이 구하고 있던 와중에 연락이 온 부부였다. 왜 기억에 남냐면 당시 본인들 말에 의하면 곤돌라를 너무 타고 싶었는데 같이 탈 사람 구하기가 어려웠고 신혼부부라서 사람들이 잘 안 껴줄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리고 젊은 친구들 사이에 끼기 좀 민망하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그 부부의 나이 정도 된 거 같은데 그럴 수 있겠다 싶더라. 곤돌라가 둘이서 타기에 부담스러운 가격이긴 하니까. 근데 나와 형은 사람이 안 구해질까 봐 오히려 걱정이었는데 쉽게 2명이 구해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보통 곤돌라 탈 사람 구하는 게 어렵지 않은데 유독 그날은 구하기 어려웠다. 아무튼 겨우 6명을 맞춰서 탔다. 곤돌라를 타고나서 자기 부부를 껴줘서 고맙다는 의미로 과자와 음료를 사주셨다. 그리고서 한 2~3시간은 이야기를 나눈 거 같다. 


 이게 나는 여행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장점이라고 하면 장점이고 단점이라고 하면 단점이겠지만 여행에서 만난 인연은 여행에서 끝이 난다는 것이다. 일상에서 만났더라면 이렇게까지 기억에 남지는 않았을 텐데 아마 여행에서 만났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부여가 되는 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아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여행에 가면 사람이 좀 감정적으로 변한다는 걸. 그리고 타지에서 만난 한국 사람들에 대한 그런 뭐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좀 그런 게 있다. 아무튼.


 여행에서 만난 인연이 일상까지 이어지기는 어려운 이유가 여행하면서 만났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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