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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작가 Nov 18. 2022

너도 여행 가고 싶니?_파리에서 도둑 취급받은 썰

5. 파리에서 도둑 취급받은 썰

5. 파리에서 도둑 취급받은 


 어째서 파리에서는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 것일까? 낭만이 가득한 도시에서 어떻게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까 싶기도 하다. 그것도 이틀 연속으로 당했다. 지난번엔 돈을 잃었고 이번엔 적당한 해프닝으로 끝이 났지만 너무나도 억울한 이야기다.


 파리에 온 한국인이라면 필수로 들리는 곳이 있으니 바로 '몽주 약국'이다. 나도 여느 관광객과 다를 바 없이 일행들과 몽주 약국에 들렀다. 나의 목적은 오롯이 하나 유리아주 립밤이었다. 친구들에게 선물하기 위해서 몇 개만 샀다. 그리고 일행들과 밥을 먹으러 갔다. 생각해보니 이날 날씨가 그리 좋지 않았다. 약간 비가 올랑 말랑 한 여행하기 좋지 않은, 마치 미래에 무슨 일이라도 생길 걸 암시한 듯한 날씨였다.


 몽주 약국 근처에 맛집이 있다고 해서 다 같이 밥을 먹으러 갔다. 코스처럼 몽주 약국을 들르면 이 식당을 가야 한다며 일행 중 한 명이 찾은 맛집이다. 그럭저럭 괜찮은 식사를 마치고 목이 말라 식당 건너편에 있는 마트로 물을 사러 갔다. 파리에 갔으니 또 에비앙을 안 마실 수가 없어서 에비앙을 하나 사서 카드로 결제를 했다. 그리고 바로 우리 뒤에 이미 충분히 취한 듯한 남성 2명이 술을 1병을 구매를 하는데 사건이 여기서부터 시작이 되었다. 갑자기 나를 도둑 취급을 하며 내가 자기들의 돈을 숨 쳐 가서 5유로가 부족해서 계산을 못 한다고 하는 것이다. 순간 너무나도 당황을 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말문이 막힌다는 게 무엇인지 제대로 경험을 했다. 막말로 내가 훔치면 500유로를 훔치지 뭐하러 5유로를 훔치겠는가? 심지어 뒤에서 계산을 기다리는 할머니가 나에게 다짜고짜 화를 내는 것이다. 아마 이 할머니도 내가 훔쳐갔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이 억울함을 어떻게 표현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훔치지 않았다. CCTV 한 번 돌려보자"라는 아주 쉽고 간단한 말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머리가 백지가 되어서 그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그래도 정신을 차리고 할머니에겐 내가 훔치지 않았다며 얘기했고 할머니는 갑자기 나에게 영어를 할 줄 아냐고 물어보셨다. 이 상황에서 이게 중요한가 싶었지만 일단 아니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그 남성들의 쇼 아닌 쇼는 끝이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도 건너편에서 계산을 하는 직원이 자신의 지갑에서 5유로를 꺼내며 "당신들의 돈이 여기 있으니 가지고 가라"라고 하며 상황이 마무리가 되었다. 아마 이 직원이 나를 도와주지 않았으면 나는 꼼짝없이 도둑 취급을 받으며 내가 돈을 지불해줬어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야속하게도 당시 내 앞에 있던 계산을 도와준 직원은 그 어떤 말을 하지 않았다. 그 사람이 제일 잘 알면서도 왜 나를 도와주지 않은 것인지 의문이다. 그 직원도 그 직원의 사정이 있었겠거니 하겠지만 이 억울함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이후에 할머니도 나에게 사과를 했다. 결과적으로 나는 누명 아닌 누명을 벗었고 할머니에게 사과를 받았으며 내가 돈을 더 내지 않았다. 그런데 너무나도 황당하고 억울했다. 사기꾼 아저씨에게 14유로를 뜯겼을 땐 허탈하고 웃음이 났는데 이번엔 돈을 뜯긴 것도 아닌데 어찌나 황당하고 억울하고 화가 났던지. 차라리 처음부터 돈이 좀 부족한데 달라고 했다면 오히려 줬을 거 같은데 말이다.


  내가 수월한 여행을 하려면, 내가 편한 여행을 하려면 언어는 정말 필수다. 내가 불어를 할 줄 알았다면 아니, 최소한의 영어만 조금이라도 했으면 이렇게까지 억울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내 억울함을 다 설명하지 않아서, 내 이야기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더 억울했던 거 같다.


 이처럼 파리는 나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들을 많이 만들어주었다. 파리에 가기 전부터 나는 파리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센 강을 거닐며 여유롭게 커피 한 잔 하고 유람선을 타고 에펠탑을 보며 낭만 그 자체의 도시라고 생각을 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거 같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파리가 낭만이 가득한 도시라고 생각한다.


 '언어는 날개다.'라는 어머님의 말씀이 생각나는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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