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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작가 Nov 21. 2022

너도 여행 가고 싶니?_부다페스트에서 한 달이나 살았다

7. 부다페스트에서 한 달이나 살았다

7. 부다페스트에서 한 달이나 살았다


살았다고 하기에 기간이 짧아서 민망하기는 하지만 내가 여행을 준비하던 당시에 유행했던 게 바로 '한 달 살기'였다. 첫 유럽 여행이 너무나도 만족스러웠기에 다음 유럽 여행을 어디로 갈지 굉장히 고민을 했다. 지난번 여행 때 가지 못 하고 아쉬웠던 곳 위주로 여행 코스를 짜고 있었는데 나도 왠지 모르게 이 유행에 편승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계획을 다 엎고 한 달 살기 좋은 도시를 찾았다. 


 이번 여행은 나 혼자 가는 게 아니고 친구 2명 포함 총 3명에서 가는 것이기에 혼자 갈 때보다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그리고 각자의 여행 스타일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타협점 또한 찾아야 했다. 고맙게도 그 친구 2명은 내가 짠 계획대로 다 따라와 줬다. 


 한 달 살기가 정해진 이후에 여행지를 유럽이 아닌 곳부터 찾아보기 시작했다. 당시에 유럽보다는 동남아시아 쪽이 유행인 것도 있었고 경비를 고려해보았을 때 동남아시아로 노선을 변경하는 게 맞는 거 같아서 알아보았지만 마땅히 한 달을 보낼만한 곳이 없었다. 여행이 끝나고서 경비를 정리해보니 동남아시아에서 보낸 거랑 큰 차이는 없었다. 그리고 그 수많은 도시 중에서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왜냐면 거리상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거리라서 그런 거 같기도 하다. 물론 한 달을 사는 건 다른 이야기지만 애초에 생각 자체가 거리가 먼 나라와는 다르게 생각이 되는 거 같다. 자고로 인간이란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는 것에 대해 동경이나 욕심이 없기 때문에. 여행도 마찬가지인 거 같다. 


 결국 돌고 돌아서 다시 유럽으로 왔다. 유럽에 있는 수많은 도시 중에서 어디에서 살지 정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왜냐면 다 좋아 보였기 때문에. 일단 숙소부터 정해야 하기 때문에 에어비앤비를 열심히 뒤졌다. 한 달을 성인 남성 3명이 지내기 좋고 그 도시에서 사는 느낌이 나는 그리고 경비도 아낄 수 있는 숙소의 형태는 에어비앤비가 최고가 아닐까? 그리고 도시를 정하는 방법을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숙박을 수락하면 그 도시에서 머무는 걸로 정했다. 


 도시를 정하는 방법이 정해졌으니 이제 열심히 호스트들에게 연락을 돌리기만 하면 된다. "동시에 여러 도시에서 수락을 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 아닌 걱정을 했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모든 호스트가 거절을 했다. 낭만의 도시인 파리부터 시작해서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프라하, 뮌헨, 베를린 등 수많은 도시에 있는 호스트들에게 연락을 했으나 다 거절당했다. 이유는 보수 공사를 해야 해서 집을 빌려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이유를 설명해주는 호스트들도 있었지만 답장 없이 거절만 하는 경우도 있었다. 숙소를 구하는 게 이렇게 여러운 것일 줄은 몰랐다. 물론 아예 비싼 곳부터 알아봤으면 쉽게 구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예산 내에서 구해야 하기 때문에 조금은 어려운 것도 있었다. 하지만 예산 내에서도 도시 당 우리가 갈 수 있는 숙소들은 정말 많았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알아본 곳이 부다페스트였다. 그런데 웬걸, 3명에게 문의를 했는데 3명 다 예약을 수락을 해서 당황했다. 셋 중에서 가격과 위치 그리고 숙소의 상태가 제일 좋은 곳으로 결정했다. 


 부다페스트가 한 달 살기에 적합한 도시면서 동시에 적합하지 않은 도시다. 물가가 낮고 치안이 꽤나 괜찮으며 날씨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한 달 동안 할 게 너무 없다는 것이다. 어떤 마음으로 가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부다페스트에 한 달이나 있기엔 정말 할 게 없는 건 맞다. 그렇지만 도시를 구석구석 보고 근교도 다녀온다면 부다페스트는 한 달 살기에 충분한 도시라고 본다. 그리고 겨울에 해가 짧았기 때문에 여름처럼 하루 일정을 길게 잡을 수 없었고 약간 휴양지에 쉬러 가는 느낌으로 갔기 때문에 만족스러웠다. 

 

 다들 부다페스트 하면 밤에 불이 켜진 국회의사당이 생각나겠지만 나는 정반대다. 불이 켜진 국회의사당도 충분히 아름답지만 낮에 보는 불이 꺼진 국회의사당이 훨씬 아름답고 멋지다. 남들은 야경을 보러 가는 도시지만 내가 본 부다페스트는 낮이 더 아름다운 도시였다. 


 내가 부다페스트가 아닌 볼거리가 많은 큰 도시에서 한 달 살기를 했더라면 나는 일처럼 여행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부다페스트가 할 게 없는 건 아니다. 물가가 낮으니 여행하기 부담스럽지 않으며 강을 따라서 걷기 좋고 유람선도 있으며 문화생활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아마 야경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부다페스트를 알아보면 딱 그 정도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한 달을 살아보니 정말 볼거리가 너무나도 많다. 


 근데 만약에 누군가가 한 달 살러 부다페스트 간다면 약간 말리고 싶은 마음은 있다. 생각보다 만족하기 어렵고 본인이 어떻게 하냐에 따라서 할 수 있는 경험들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도시들 같은 경우엔 굳이 내가 찾아 나서지 않아도 눈에 보이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은데 부다페스트는 그렇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에 부다페스트가 마음에 든다면 정말 많이 알아보고 가야 할 것이다. 내가 한 달 동안 살면서 약간 후회하는 것 중 하나가 관람차와 아이스 링크에서 스케이트를 타지 않았다는 이 두 가지 정도? 이 정도는 남겨둬야 다음에 또 가고 싶은 마음이 들 거 같아서 아쉽게도 남겨놨다. 이 남은 아쉬움을 채우기엔 일주일이면 족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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