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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지이 Mar 14. 2024

충실할 충. 장비 충.

어디에 충실할지는 본인이 정하는 것 이기에.

여러 가지 충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약간의 혐오스러움을 내포한 단어로 많이들 쓰는 것 같던데, 대표적으로 진지충, 한남충, 경박충 등등.... 그중에 '장비충'이라는 단어도 있더라. 가진실력에 비해 장비에만 돈을 들여서 뽐내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라고 생각하는데 , 이런 못생긴 단어에 무슨 의미가 그렇게 중요하나 싶기도 하다.


장비는 모든 취미에 가장 첫 번째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실력이 없을 땐 장비로 밀어붙여야 그나마 폼이 난다. 어떤 스포츠든 안타까운 실력은 사고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그 사고의 최소한의 예방책이 되어주는 것이 장비 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허름한 장비들을 우습게 볼 일도 아니다. 적재적소에 적절하게 잘 사용되는 장비야 말로 최고의 장비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할 것은 <폼>이라는 무한한 영역이다.

개개인이 생각하는 '폼'이라는 영역은 너무도 다르기에 어느샌가 그 '폼'의 영역에 장비를 슬쩍 밀어 넣은 모양새가 지금의 아웃도어 시장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일까? 급변하는 세상의 속도에 맞춰, 가면 갈수록 고도의 테크놀로지가 적용되어 더욱 가벼워지고, 더욱 강력하며, 더욱 빠르게 , 더욱 쾌적하게 내 몸의 성능자체를 올려주는 멋진 제품들이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온다. 물론 폼나게.

성능은 두말할 것도 없이 멋지고 아름다우며 곱디고운 아웃도어 제품들이 여기저기 지천에 널렸다는 소리다.

선택지가 다양하니 지갑 열릴 일이 항시 대기 중이다.


예뻐요! 저는 이걸로 할게요

나는 옷이라는 장비에 몰두해 왔다. 정확히 말하면 옷. 가방. 모자.라고 하는 게 맞지.

그렇다. 흔히 말하는 그 등산복. 북극여우를 모티브로 한 브랜드에 빠져 매 시즌 당당하게 카드를 긁어댔다.

이유는 다양했다. 필요하니까. 고성능이니까. 이쁘니까. 이 색깔은 없으니까. 이것도 이쁘니까.. 이건 없으니까.

결국 폼으로 간다. 필요에 의해 사는 건 초반에 다 끝났는데도 더더욱 갈구한다.

옷과 나머지 폼나는 액세서리들은 다 갖춰졌지만 결국에 돌아보면 트래킹에 필요한 장비들은 하나도 없다.

가장 기본이라는 텐트와 침낭은 거들떠본 적도 없었다.


준비물 목록을 확인하세요
<피엘라벤클래식코리아>의 패킹리스트.가장앞줄의 필수장비엔 형광펜을 칠 할수 없었다.

<피엘라벤클래식>은 행사 전 참가자들에게 필수장비와 , 필요장비, 있으면 좋은 장비들의 목록을 제공한다. 필수장비의 경우 지참하지 않으면 출발자체를 할 수 없다고 하니 , 어쩌면 트래킹 필수장비인 셈인데 폼내기에 급급해 필수장비가 하나도  없는 나는 목표로 하던 트래킹을 하기도 전에 출발자격을 박탈당하고 있는 거다. 나름 장비충 소리를 종종 듣고 있던 내가 트래킹에 필요한 장비는 턱없이 부족함을 느꼈을 때 난 무엇을 준비했던 걸까? 하고 이마를 탁 쳤다.


실전에 진입하는 단계 중 2단계에 돌입했다.

준비물 목록을 체크하고 현재 나의 상태를 다시 보는 거다. 폼나는 트래커가 아니라.’ 폼‘만 나는 어설픈 등산객 인 나와 마주한다. 부끄럽다. 폼생폼사라는 단어가 있다지만 날 위한 단어일 줄은 몰랐다. 그래도 한 가지 위안이 되는 건 사계절을 가진 대한민국의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레이어링’즉 옷으로 체온을 유지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이 큰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까마득하게 쌓인 구매해야 할 장비목록과 , 그 장비를 적절하게 사용하기 위해 터득해야 할 각종 방법과 기술들, 장비와 장비의 비교와 추천하는 브랜드 등... 숙제가 쌓여만 간다.

이제 외적인 ‘폼’에 충실하기보단 , 트래킹을 보다 쾌적하고 안전하게 만들어줄 트래킹패킹 리스트에 충실한 장비충으로 거듭나야만 한다.

결론은 장비충은 어찌 되었든 장비충의 길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 결국엔 다 갖추게 되고 나중엔 분명 폼까지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기에. 이제 장비확충에 충실하게 임해보는 거다. 한번 살 거 제대로 된 걸로 가실게요. 그 대신 ‘폼’은 못 버립니다.

충실할 충. 그냥 저는 그런 장비충 이라서요.

패킹리스트 준비?뭐 별거있겠어요?좋은걸로 사면 그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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