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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조 Dec 02. 2023

연말을 보내는 법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마지막 20대를 보내고 있는, 7년 차 직장인은 '연말' 하면 인사평가와 연말정산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안타까운 두뇌를 장착하게 됐다.


크리스마스, 파티, 연말모임, 데이트, 눈, 선물...

이런 행복한 단어들과 멀어지게 된 시점이 언제부터였을까...?


크리스마스는 그냥 회사에 안 가도 되는 휴일로 전락했고 파티나 모임은 집순이인 나에게 사치다.

눈이 오면 길이 우산을 챙겨야 하고 젖지 않을 신발을 신어야 하며 길이 얼어 미끄러울 걱정부터 하게 된다.


그럼에도, 가족과 연인이 있어 주말엔 최대한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려고 발악해 본다.

파워 집순이에 침대 밖이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경험은 소중하고 오히려 주말을 더 알차게 노는 게 다음 한 주를 더욱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란 것을 조금씩 느끼는 중이다. (요즘은 '주말에 어디서 뭘 할까?' 고민하는 게 낙일 정도이다.) 때론 휘황 찬란 재밌을 곳을, 때론 한가하게 힐링할 수 있는 곳을 찾는 편이다.


얼마 전엔, 연인과 처음으로 놀이공원에 가봤다. 그것도 그날 점심 즈음 갑자기 얘기가 나와 바로 인터넷으로 구매까지! 우리 둘 다 몇 달치 계획을 세워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인데 웬일인지 그날은 마음이 통해, 답지 않게 급하게 움직인 날이었다. 유치하게 머리띠를 쓰고 사진도 남기고 놀이공원의 트레이드 마크인 동화 같은 성 앞에서 한껏 유치한 포즈도 취해봤다.


평소라면 절대 사 먹지 않을 콜팝도 먹어보고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가 앞자리를 사수하면서까지 퍼레이드를 끝까지 다 보았다. 하도 많이 걸어 발가락에 조금만 힘을 잘못 줘도 근육이 뒤틀리듯이 쥐가 날 지경이었지만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행복감이었다. 물론, '무탈한 것이 행복이다'는 신조를 가진 사람으로서 평소에도 자주, 많은 행복을 느끼며 산다. 그렇지만 이런 행복은 결이 다르달까? 이벤트성이 강할수록 도파민이 폭발하는 행복감이 오는데, 이게 또 기분을 붕 띄워준다.


꼭 놀이공원이 아니어도 된다. 평소 가보지 않은 동네로 가서 카페에서 책 한 권을 완독 해본다던가, 쇼핑을 자주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필요에 의한 소비가 아닌 욕구 충전용 소비를 해도 좋다. (물론, 형편껏!)


추운 겨울, 이불속에서 나오기 싫고 따뜻한 집에서 귤이나 까먹으며 쉬는 것도 좋지만 겨울은 자연적으로 일조량이 적어 우울감을 줄 수 있다. 그리고 두꺼운 패딩 속에서 지방량이 한껏 늘어가는 걸 보면서 언제까지 모른척하려는가! 행복은 상태가 아니라 '기분'이다. 찾아내야 한다. 나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요소를.


일단 따뜻하고 근사한 옷을 걸쳐보자. 집에서 혼자 패션쇼를 해도 좋다. 그렇지만 일단 옷을 걸쳐보면 나가볼까? 하는 기분이 들 수도 있다. 그때! 망설임 없이 나서보자. 그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은 부지런하게 행복하고 있으니까.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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