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안간 갑자기 '커피를 끊어봐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아, '갑자기'라곤 했지만 나름의 여러 이유가 겹치긴 했다.
매일 아침, 다른 팀원들보다 조금 일찍 출근해서 아몬드브리즈 한 팩에 2샷을 타서 아이스 라떼를 마시는 게 하루의 시작이었다. 거의 1년 넘게, 출근하는 날은 매일 같은 루틴이었다. 이른 아침 고요한 사무실을 만끽하기도 하고 샷을 내릴 때의 향긋한 커피 향이 그렇게도 좋다. 아침 식사를 따로 하지 않아, 아몬드 브리즈 한 팩은 은근히 빈 속을 채워주기 괜찮은 대안이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혈당 관련된 인스타그램 피드를 몇 번 봤더니 너무나 똑똑한 알고리즘은 혈당 조절하라는 잔소리 피드를 어마무시하게 띄우더란다. 그러던 중, 공복에 커피를 마시는 게 혈당 조절에 도움이 안 된다는 내용이 자주 보였다. 인슐린 분비 시스템을 둔화시켜 그 이후의 식사 때 혈당 조절이 잘 안 된다나 뭐라나...
그리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식욕이 왕성해져 여름보다 살이 쉽게 붙는 것 같고 평생 할 수 있는 식습관에 정착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려던 찰나이기도 했다. 아, 그럼 간헐적 단식을 하려면 커피를 끊어야 하는데 일석이조겠군!
원래도 먹는 양이 많지 않아서 점심, 저녁을 오후 7시 이전까지 먹고 다음날 아침을 거르는 간헐적 단식을 해보고 있다. 언제 다시 패턴이 바뀔진 모르겠지만 아침 공복을 유지하게 되면서 커피도 안마시게 됐다.
처음엔 2~3일간 잠이 심하게 오고 두통이 왔다. 타이레놀 1알로도 해결되지 않았다. 하루종일 피곤했다 보니 밤에 일찍 잠에 들었다. 자고 나서도 그다지 개운한 기분은 아니었는데 4일 정도 지나니 오전에 집중력이 좋아진다는 기분이 들었다. 오히려 청명해진 기분이랄까. 난 카페인 없으면 아무것도 못할 거라는 말을 농담 삼아 입에 달고 살았는데 반은 진심이었다. 그랬던 내가 오히려 따뜻한 보리차를 찬양하게 되다니! (원랜 찬 음료만 마시고 물도 안 마셨다. 최악이었군.)
주말이면 카페에서 책을 읽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매번 아.아만을 고집하는 사람이었다. 단 음료도 마시지 않기 때문에 선택지는 무조건 '차'가 되었는데 티백 하나 넣어주면서 그 가격인 게 너무 아까웠다. 근데 생각해 보자. 커피 원두 한주먹 꽉 압축하여 물 조금으로 액기스 내는걸 물에 타는 것뿐이지 않나! 더군다나 차는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훨씬 다양한 향과 맛이 블렌딩 되어 있는 티백이 많아서 이것저것 시도해 보는 재미도 있다!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은 몸에 아무리 뜨거운 차를 들이부어도 쉽게 열이 오르지 않는다. 프로 수족냉증러는 겨울이 참 힘들다. 수족냉증이 혈액순환이 잘 안 돼서 생기는 게 가장 큰 이유이기 때문에 체액 자체를 늘려 혈액이 잘 돌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하루에 대략 1리터 정도는 따뜻한 차로 마셔주니 확실히 움츠렸던 몸에 생기가 돈다.
이젠 매일 아침 커다란 텀블러에 따뜻한 보리차를 가득 우리는 것부터 하루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