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며의 결혼일기 제 1화, 우리 남편은 버스 드라이버
모두가 잠든 새벽.
가족들이 깰까 조심조심.
방에 불도 켜지 않은 채
거실에서 들어오는
희미한 불빛에 의존해
준비를 시작한다.
졸린 눈을 채 다뜨지 못한 채,
현관문을 나서
항상 들르는 곳은
집 앞 편의점.
아침은 늘
삼각김밥과 캔커피 하나
남편이 하는 일은
다 좋다고 생각한 나였지만,
버스는..
"정말 하고 싶은거야?"
다시 생각해보면 안될까?
싫었다.
굳이 왜 스물 여덟이라는
젊은 나이에
위험하고 힘든 일을
선택하는 것인가.
나와 아이를 위한 선택이라는
그의 말을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하루종일 걱정되어
아무 일도 할 수 없었으니까.
그 뿐인가?
지인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으면
"위험한 일이라 그 정도 받나?"
"자존심 상하겠다?" 라고 말했다.
나는 자꾸만 화가 나고
마음이 무너졌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운전하는 버스에 올랐다.
운전석 바로 뒤에 앉아
그를 가만히 보았다.
그날따라 버스는
왜 그렇게 크게 보이던지.
운전대를 잡은 남편은
왜 또 그렇게 작아보이는지.
유일한 쉬는 시간은
신호 대기 때 뿐이고
화장실도 급하게 빨리 빨리
운전하랴, 신호보랴.
정말 쉴 틈이 없었다.
난 솔직히 그동안
그가 하고 싶어서
마음대로 일을 결정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버거운 일을
도대체 누가 하고 싶어하겠는가.
그제야 알았다.
정말 나와 아이를 위한 선택이었구나.
책임저야 하니까
힘들게 결정한 거구나.
그래서 나는 이제 같은 이유로는
절대 울지 않는다.
자존심이 왜 상해요?
우리 남편은요.
일주일에 딱 하루 쉬어도
그 날은 꼭 가족과 함께 하는 사람이에요.
본인도 하고 싶은 일 많지만,
나와 아이가 더 소중해서
자신은 포기하고 희생하는 사람이에요.
모두가 잠든 새벽 세시 반,
그는 오늘도 출근을 하겠지만,
나는 더이상 화나지도 슬프지도 않다.
그저 이렇게 멋진 남편과
사는 것이 감사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