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의 빛을 따라: 오늘의 무명작가, 연하일휘 작가님

일상의 숨결을 글로 품어내는 사람

by 호주아재

오늘 소개할 무명작가는 '연하일휘 작가'님입니다. 에세이 분야의 크리에이터라는 호칭이 딱 어울리는 분으로, 소소한 일상을 깊은 울림으로 바꿔내는 글을 쓰시는 작가입니다.
그녀의 공간에는 어린 시절의 기억, 언니와 조카와 함께한 따뜻한 순간들, 그리고 일상 속 풍경들이 물감 번지듯 고요하게 흐릅니다.

그 안에서 특별하지 않아 더 특별한 하루들이 반짝이고, 그 하루들은 읽는 이의 마음까지 잔잔한 물결을 남깁니다.
마치 오래된 기억의 서랍을 열어보듯, 순수했던 그때로 슬며시 돌아가게 만드는 글들입니다.

비가 내린 자리의 은은한 냄새, 소복이 쌓인 눈이 품던 포근함, 코끝을 스치던 달큼한 여름바람, 파도 끝에서 흰빛으로 부서지던 물결까지...
그녀의 글을 읽다 보면, 풍경이 조용히 몸을 일으키는 순간이 있습니다.
장면이 스르르 눈앞으로 미끄러져 나오고, 작은 소리 하나까지 따라오며, 마음 한쪽에 살포시 내려 않음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한 문단을 넘길 때마다 독자는 어느새 그녀가 바라본 세계 속으로 발을 들여놓게 됩니다.

또한, 그녀의 글에는 가족의 그림자가 깊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여러 번의 뇌졸중으로 인지 장애를 얻고, 심장 수술까지 겪은 아버지...
그러나 누구보다 따뜻하게 가족을 품어온 분으로, 작가님에게는 삶을 단단히 붙잡아주는 존재로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한 분 더, 제주에서 심방(무속인)으로 살며 늘 그녀에게 힘이 되어주셨던 할머니와의 추억의 글이 되어 곳곳에 스며 있습니다.

특히 할머니를 떠올릴 때마다 펼쳐지는 감정의 결들은 오래도록 머문 향기처럼 잔잔합니다.
필사한 시 한 구절, 오래 들여다본 꽃 한 송이, 그 모든 것들이 다시금 할머니의 온기를 불러옵니다.
그녀의 글 속에서 할머니는 단순한 가족의 한 사람이 아니라, 삶을 이끌어 준 큰 기둥처럼 자리합니다.
그래서일까요.
그 추억을 따라 읽고 있으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가슴 한편이 서늘하게 먹먹해지고, 작가의 슬픔이 조용히 공유되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최근 몇 해 사이 태어난 귀여운 조카에 대한 '참 이모의 육아 기록'이 유난히 빛납니다.
졸망졸망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조카를 보며, 누가 먼저 마음을 열었는지 모를 만큼 깊어지는 애정.
사소한 순간에도 서로 티키타카를 주고받으며 마음을 더 내어주는 과정이 유머러스하고 따뜻합니다.

그녀의 글에는 '선생님으로서의 하루'도 조용히 자리합니다.
사춘기 중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웃음과 걱정, 단호함과 애정이 하루 안에서 몇 번씩 뒤섞입니다. 투덜거리다가도 금세 웃으며 다가오는 아이,
직설적인 말로 상처를 주고는 집에 가서 후회하는 아이.
그런 모습을 보며 그녀는 말은 단호하게 하지만 마음은 늘 무너지는 '여린 선생님'입니다.
아이가 울컥한 마음을 숨기고 등을 돌릴 때,
그녀는 교탁 앞에 잠시 멈춰 서서
조심스레 말의 결을 다시 떠올립니다.
그리고 '내가 조금 더 따뜻하게 말할걸...'
하며 스스로에게 조용히 말을 건넵니다.
그녀의 교실 이야기를 읽으면
사춘기라는 고단한 시기 속에서도 아이들의 순수함이 보이고, 그 변화에 누구보다 먼저 울고 웃는 사람이 바로 그녀임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됩니다.

브런치에서 흔히 보이는 반려동물 이야기도 등장하지만, 그 결은 조금 다릅니다.
15년째 함께하는 몰티즈 노견 '조로'는 한쪽 눈의 시력을 잃고, 심장 사상충 감염까지 겪었지만 여전히 가족보다 더 큰 사랑을 주고받는 존재로 등장합니다.
'루피'는 관절 문제로 힘든 시간을 보낸 적이 있지만, 여전히 고양이 같은 행동으로 집안에 웃음을 퍼뜨리고, 앙탈 많은 '쵸파'까지...
그 일상 속 작은 드라마들은 읽는 이를 흐뭇하게 웃게 합니다.

그래서 그녀의 글을 읽다 보면 어느새 입가에 자연스레 미소가 걸립니다.
잔잔한 온기가 스며오고, 지친 하루 속에서 작은 숨을 돌릴 틈이 생깁니다.
과하지 않은 위로, 억지스럽지 않은 감동.
그저 일상이 건네는 조용한 속삭임 같은 문장이 마음에 스며듭니다.

연하일휘 작가님의 글은
삶이 얼마나 조용하고도 깊은 사랑으로 흐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작은 아카이브(Archive)에 가깝습니다.

혹시 오늘 하루가 조금 무겁게 느껴진다면,
그녀의 글이 잔잔한 위로가 되어줄지 모릅니다.
그래서 그녀의 글들을 천천히, 살며시 건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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