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25일, 브런치 작가로 등록이 되었다.
그로부터 여덟 달 정도가 흘렀고, 그 사이 약 200편에 가까운 글을 썼다.
돌이켜보면 처음부터 작가가 되겠다는 마음은 없었다.
갱년기가 시작되면서 마음이 생각보다 크게 요동치고, 별일 아닌 말에도 감정이 앞서며, 이유 없이 가라앉는 날들이 잦아졌다.
그런 이유로 나는 그저 하루를 조금 덜 흔들리며 버티고 싶었다.
머릿속은 늘 산만했고, 하루가 끝나도 무엇을 했는지 남는 게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 문득, 그날을 흘려보내지 않고 붙잡아 둘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기처럼 하루로 끝나는 기록 말고, 조금은 더 오래 이어갈 수 있는 방식이었으면 했다.
그렇게 나의 글쓰기는 자연스럽게 시작되었다.
책은 예전부터 꾸준히 읽어왔다.
그래서 글쓰기도 그리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문장을 많이 봐왔으니, 쓰는 일도 비슷할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막상 첫 문장을 쓰는 순간 그 생각은 바로 무너졌다.
읽는 것과 쓰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고,
머릿속에 있던 말들은 생각만큼 쉽게 글이 되지 않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몰라서, 잘 쓴다고 느껴지는 작가님들의 글을 더 많이 읽기 시작했다.
용기를 내어 많은 작가님들과 글벗도 맺었고, '미야의 글빵연구소'에서 기초부터 배우며 맛있게 글을 쓰는 방법도 알게 되었다.
누군가 자신의 시간을 내어 글을 가르쳐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정말 큰 힘이 되었다.
그럼에도 글은 더디게 나아갔다.
아는 것과 써내는 것 사이의 거리는 생각보다 멀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예전에 쓴 글을 다시 열어 문장을 고치고, 지우고, 다시 쓰는 일을 반복했다.
그러다 보니 휴대폰은 자연스럽게 손에 붙어 있는 물건이 되었다.
길을 걷다 말고, 밥을 먹다 말고, 떠오른 단어 하나가 아까워 메모장을 열었다.
그 짧은 순간들 덕분에 마음은 잠잠해졌지만, 그만큼 다른 시간들은 조용히 밀려나고 있었다.
가족과 나누던 대화가 조금씩 줄어들었고,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나는 가족과의 온기를 나누는 대신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때는 크게 의식하지 못했지만, 지나고 보니 놓쳐버린 순간들이 있었다.
굳이 기록하지 않아도 되었을 웃음, 아무 말 없이 흘려보냈어도 좋았을 시간들이었다.
나를 위한 시간도 점점 사라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쉬는 일이 괜히 불안해졌다.
머릿속이 비어 있으면 다시 휴대폰을 들었다.
그런 날들이 쌓이자 마음 한편에서 질문이 고개를 들었다.
"이 일은 왜 계속 붙잡고 있는 걸까?"
"아무런 보상도 없고, 크게 알아주는 사람도 없는데......"
"시간 낭비 말고 이 시간에 조금 더 진취적인 다른 무언가를 하고 있다면?"
이런 질문들이 잦아질수록 글은 점점 무거워졌다.
쓰는 일은 즐거움보다는 책임에 가까워지고,
연재일이 다가오면 괜히 마음이 먼저 바빠졌다.
한결같이 나의 글을 읽어주시는 80여 분의 독자들이 떠올랐다.
약속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글보다 앞섰다.
그러는 사이 하루를 살아내는 일은 점점 숨이 찼다.
어느 순간, 이 모든 게 글 때문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쁘다는 말 뒤에 숨은 건 내 마음의 여유 부족이었고, 갱년기라는 이유로 스스로를 너무 쉽게 밀어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글이 막히는 날에는 삶도 함께 숨이 막혔다.
2026년 새해를 맞아 거창한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다.
다만 글을 쓰는 방식은 조금 달라졌으면 했다.
글 때문에 삶을 밀어내지 말자는 마음이었다.
살아가는 시간을 품은 채로 글을 쓰고 싶었다.
많은 독자가 없어도 괜찮다.
조회수가 높지 않아도 괜찮다.
내 글을 진심으로 읽어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은 문장을 남기고 싶다.
글쓰기는 여전히 느리고 서툴다.
그래도 이 시간 덕분에 무너질 것 같던 날들을 건너왔다.
말로 꺼내지 못한 마음을 문장 속에 내려놓으며 하루를 버텼다.
이 글들은 잘 보이기 위한 글이 아니라, 스스로를 붙잡기 위한 기록이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나는 꽤 외로웠다.
그 외로움을 화면 속에 남겨두었지만, 그마저 없었다면 더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글들이 완전히 헛된 시간이라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오늘도 나는 메모장을 연다.
완성된 문장을 쓰기 위해서라기보다, 오늘을 무사히 지나왔다는 표시를 남기기 위해서다.
이 글들이 누군가에게 닿지 않더라도 괜찮다.
그날의 내가 이 글 덕분에 하루를 넘겼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