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키퍼에게서 들은 이야기
호텔에서 오래 일한 하우스키퍼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방을 정리하다 보면, 말하지 않아도 국적이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중에서도 한국인 투숙객은 비교적 알아보기 쉬운 편이라고 했다.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우선 방이 깔끔하다. 침대는 흐트러지지 않았고, 쓰레기는 깔끔하게 한 곳에 모여 있다. 별다른 룸서비스 요청도 없고, 투숙객 불만사항도 거의 없다. 하우스키퍼들 사이에서는 손이 덜 가는 손님으로 꼽힌다고 했다.
그런데 꼭 하나, 공통된 특징이 있다.
바로 '수건'이다.
1박 2일인데도 수건을 넉넉하게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처음엔 다들 이유를 몰라 궁금해했다.
"혹시 호텔 로고가 새겨진 수건을 기념품으로 가져가려 하나?"
그리고 다음 날, 방을 정리하면서 알게 된다.
수건이 전부 사용되어 있다는 사실을...
그 이유는 바로 '샤워'였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호주인들은 샤워를 아침에 한 번만 한다. 하루를 시작하는 습관일 뿐, 하루를 마무리하는 의식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다르다고 했다.
아침에 한 번, 외출 후 한 번, 잠들기 전 한 번.
여행 중에도 샤워는 하루의 리듬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몸을 씻는다기보다 하루를 정리하는 느낌에 가깝다. 그래서 수건이 모자라게 되고,
샤워하는 횟수만큼 수건이 필요하게 된다.
그리고 아침에 체크아웃이 끝난 방을 정리할 때,
하우스키퍼가 한국인임을 확신하는 두 번째 순간이 온다고 했다. 바로, 쓰레기통을 비울 때다.
그 안에는 종종 '3분 라면 용기'가 들어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국물이 남지 않은 채 깔끔하게 비워진 '컵라면'이다.
조식이 제공되는 호텔인데도 불구하고,
전날 밤이나 이른 새벽에 먹은 흔적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깨끗하다고 했다.
흘린 자국도 없고, 냄새도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먹고 난 뒤까지 신경 쓴 흔적이 느껴진다고 했다.
하우스키퍼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 손님들은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방은 깨끗하고, 요청 사항은 적고, 대신 다 사용된 수건은 욕실 바닥 구석에 접혀서 놓여있고, 라면 용기는 국물까지 깨끗이 비워진 채 정리돼 있으며, 먹고 다 마신 맥주 캔이나 병도 가지런히 분리수거되어 있죠"
어디를 가든 익숙한 방식으로 하루를 정리하고,
불편함은 최대한 드러내지 않으려는 태도.
그게 여행 중인 한국인의 본모습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호텔에서 한국인을 알아보는 법은 사실 누군가를 구분하는 기술이라기보다, 그 사람이 하루를 어떻게 마무리했는지를 읽어내는 일에 가깝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방 안에는 낯선 나라의 공기와 소음 속에서도 오늘 하루를 무사히 지나왔다는 조용한 안도가 남아 있다. 그 안도는 여행자들이 다시 짐을 꾸려 또 다른 하루를 향해 나설 수 있게 해 주는 가장 작은 준비일지도 모른다.
수건과 라면, 맥주 캔 그리고 음료수 병까지, 사소한 흔적 하나하나가 한국인만의 조용한 방식으로 하루를 정리하는 의식이 되어, 낯선 공간에서도 자기만의 일상을 지켜낸 기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