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간대를 살지 못하는 가족

어머니가 두고 간 손길

by 호주아재

어머니가 우리 가족을 보러 호주에 오신 것은 3년 만이었다.


공항에서 처음 마주한 순간, 말보다 먼저 얼굴에 반가움이 스며들었다. 안부를 묻기도 전에 웃음이 나왔고, 그 웃음 속에는 기다려온 시간의 무게가 함께 담겨 있었다. 오랜만의 가족 상봉은 소란스럽지 않았다.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집 안의 공기가 조금 달라졌다.


두 달 동안 특별한 일은 없었다. 그래서 그 시간이 더 오래 남았다. 어머니는 예전과 다르지 않게 집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계셨다. 며느리의 자리와 어머니의 자리를 구분하지 않으셨고, 아내가 부엌에 서 있으면 옆에서 조용히 설거지를 도와주셨다. 아이가 숙제를 시작하면 말없이 책상 옆에 앉아 조용히 바라보셨다. 어머니는 집 안의 흐름을 바꾸지 않으시면서도 중심을 잡고 계셨다.


곧 중학생이 될 손자와는 시간을 아끼듯 보내셨다. 호주에서 태어나 한국말이 서툰 손자는 가끔 영어를 섞어 말했고, 때로는 이해가 어려워 잠시 멈추기도 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하루에도 몇 번씩 같은 질문을 반복하셨다. 학교생활은 어떤지, 친한 친구들과 같은 중학교에 가는지...

레고 상자를 앞에 두고 설명서를 한 장씩 함께 넘기며 작은 블록을 함께 맞추셨다. 손에 익지 않은 작은 조각들을 맞추는 동안에도 돋보기안경 너머로 보이는 어머니의 얼굴은 유난히 편안해 보이셨다.


어머니의 걱정은 늘 말끝에 따라붙어 있었다. 혼자 사는 딸 이야기와 아들의 건강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 식탁 위에는 내 영양제가 줄지어 놓였고, 나는 출근 준비를 하며 한꺼번에 약을 챙겨 먹었다. 괜찮다고 말했지만, 그 말이 몸 상태까지 드러내는 말은 아니었다. 어머니는 약의 개수와 복용하는 습관만으로 이미 내 건강을 읽고 계셨다. 그렇게 어머니의 잔소리로 시작한 출근 전 아침은, 소란스럽지만 동시에 마음 한편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야속하기만 한 시간은 그런 마음을 배려하지 않았다. 특별할 것 없던 두 달은 눈치 없이 흘러갔고, 어느새 어머니가 떠나는 날이 왔다.

새벽 네 시, 온 가족이 함께 일어났다. 아직 어둠이 남아 있는 길을 달려 브리즈번 공항으로 향했다. 잠이 덜 깬 얼굴들이었지만 그날의 외출은 평소와 다른 무게를 가지고 있었다.


출국 수속을 마친 뒤 한 사람씩 돌아가며 어머니를 안았다. 다음 만남을 쉽게 약속할 수 없는 순간이었다. 어머니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는 것이 보였지만 나는 울지 않았다. 내가 먼저 무너지면 어머니가 더 힘들어지실 것 같았다.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어머니가 몇 번이나 눈물을 훔치실지 떠올렸다. 다시 혼자가 되는 생활과 전화기 너머로 가족을 바라봐야 하는 시간이 시작될 것이다. 그 모든 것을 안고 쓸쓸히 가시는 뒷모습이 출국 게이트 너머로 오래 남아 있었다.


이번 방문은 짧지 않았다. 함께 살았던 5년의 시간이 있었고, 그 뒤로 다시 떨어져 지낸 세월이 있었다. 그 그리움을 견디지 못해 어머니는 이 먼 길을 선택하셨다. 잘 지내다 가셨다는 말로는 담기지 않는 이야기들이 집 안 곳곳에 남아 있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음 한쪽이 계속 무거웠다. 더 잘해드리지 못한 마음과 더 오래 붙잡아두지 못한 미안함, 한국에 돌아가 다시 혼자가 되실 어머니의 일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차창 밖 어둠 속에서, 나는 어머니의 손길을 느끼려 애썼다.


가족은 함께 있을 때보다 헤어질 때 더 분명해진다. 같은 하늘 아래 있어도 같은 시간대를 살지 못하는 순간들이 있다. 그 거리감은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집에 도착해 문을 열자 어머니의 손길이 남아 있었다. 가지런히 정리된 신발과 반듯하게 접힌 수건, 아무 말 없이 챙겨두고 가신 작은 물건들이 보였다. 그것들은 오늘 아침을 더 조용하게 만들었다.


아마 당분간 새벽 공항의 공기와 마지막 포옹의 온도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그 기억들은 밤하늘의 별처럼 마음 한편에 오래 빛날 것이다. 손끝에 남은 포옹의 흔적과, 부엌의 향기, 손자가 흘린 웃음소리까지 모두 마음속에 스며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 빛과 흔적을 안고 다음 만남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그렇게 조용히 남겨진 손길과 기억을 품는 일이다.


오늘 아침, 어머니를 배웅하고 난 뒤의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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