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싱그러운 한 접시가 남긴 것

by 호주아재

어릴 적 생일상 위에 놓였던 마요네즈 사라다는
특별한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엄마의 손맛을 느낄 수 있었고, 아이들은 아무 의심 없이 숟가락을 들었습니다.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왜 그런 맛이 나는지 묻지 않아도 충분했습니다. 그때는 이유를 묻는다는 생각 자체를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요리사가 제 직업이 되었고, 이제는 샐러드를 설명하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재료를 고르고, 맛의 균형을 생각하고, 어떤 접시에 담아야 할지까지 고민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정교해져도 그 시절 엄마의 사라다와는 다른 지점에 서 있다는 느낌은 남습니다.
그 차이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재료의 품질도, 손의 숙련도도 아니었습니다.
그 음식이 놓였던 시간과 마음은 같은 방식으로 다시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이 글에 담긴 샐러드들은 모두 그런 한계를 알고 시작된 이야기였습니다. 완성도를 말하기보다는 어떤 마음으로 한 접시를 내놓는지에 더 가까웠습니다. 누군가의 하루를 방해하지 않고, 조용히 옆에 머물 수 있는 그런 음식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굳이 말을 걸지 않아도 되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했습니다.

샐러드는 언제나 주인공은 아닙니다.
하지만 식탁에서 빠지면 허전한 자리에 있습니다.
앞에 나서지 않으면서도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는 음식이었습니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나서야, 이 음식의 진짜 매력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사람의 삶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을지 모릅니다.

이제 이 이야기는 여기에서 멈춥니다.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각자의 기억 속에 다른 맛으로 남을 것이라 믿습니다.
누군가는 엄마의 마요네즈 사라다를 떠올릴 것이고,
누군가는 어제 먹었던 샐러드를 기억할지도 모릅니다.
어느 쪽이든,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샐러드는 늘 누군가의 식탁에 놓여 있고 크게 기억되지는 않지만, 식사가 끝난 뒤에는 이상하게 떠오르는 음식처럼, 저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 조용히 남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동안 '음식에 담은 인생 레시피 – 샐러드' 편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각자의 기억 속에 있는 저마다의 마요네즈 사라다처럼 이 글도 그렇게 남았으면 합니다.

이전 29화가지, 구운 적양파, 페타 치즈, 민트 샐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