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관광지에서 한국인을 단숨에 알아보는 법

조용하지만 효율적인 여행자들

by 호주아재

외국에 오래 살다 보면 관광지에서 한국인을 알아보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다. 대화를 듣지 않아도 어느 정도 짐작이 된다. 한국인 특유의 움직임과 행동에 익숙한 리듬이 있기 때문이다.

외국의 관광지에서 한국인은 묘하게 눈에 띈다. 시끄럽지도 않고 그렇다고 존재감이 없는 것도 아니다. 눈에 띄고 싶어 하는 건 아닌데도 결국 시선에 들어온다.

가장 먼저 보이는 건 여행지를 둘러보는 '속도'이다.
한국인 관광객은 걷는 속도부터 다르다. 명소 앞에서도 오래 머뭇거리지 않는다. 사진을 찍고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이면 주저 없이 바로 이동한다. 여행을 온 것이 분명한데 어딘가 출퇴근길 같은 서두르는 리듬이 있다.

식당에서도 비슷하다. 메뉴를 오래 들여다보는 경우는 많지 않다. 서로에게 무엇을 먹을지 묻기는 하지만 이미 마음속에서는 선택이 끝나 있는 경우가 많다.

길을 잠깐 헷갈려도 오래 멈춰 서 있지는 않는다. 휴대폰 지도를 확인하면서 계속 걷는다. 설령 방향이 틀려도 많이 당황해하지 않으며, 움직임이 끊기지 않는다.

단체 여행을 와도 크게 떠들지 않는다. 대신 휴대폰을 누르는 손가락은 계속 움직인다. 주변 풍경은 잠깐 훑어보는 듯 지나가지만 휴대폰 화면 속 단체 채팅방은 정신없이 움직이며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고 이동 상황을 공유한다. 누가 뒤처지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사진을 찍는 방식도 특징이 있다.
한국인은 한 장 찍고 끝내지 않는다. 각도를 보고 빛을 보고 위치를 바꾼다. 외국인들에게는 낯선 파노라마 사진도 찍어보고 누가 찍고 누가 모델이 될지 자연스럽게 역할이 나뉜다.

사진은 풍경 기록이라기보다 여행의 시간을 남기는 장면에 가깝다. 그래서 음식도 찍고 호텔 방도 찍고 창밖 풍경도 찍는다. 지나가는 순간을 정리하고 기억에 담아 두는 모습이다.

쉬는 시간에도 완전히 느슨해지지는 않는다. 벤치에 오래 앉아 있기보다는 편의점이나 기념품 숍을 먼저 찾는다. 그리고 손에는 하나쯤 도시 이름이 붙은 냉장고 자석 기념품이 들려 있다.

외국의 유명 박물관이나 미술관 앞에는 늘 긴 줄로 기다리고 있다. 티켓을 사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 줄 한쪽을 지나 당연하다는 듯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휴대폰 화면을 보여주고 QR코드를 찍고 자연스럽게 입장한다.

이런 모습의 여행자들 대부분이 한국인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이미 숙소와 함께 서둘러 입장권을 예약해 두었기 때문이다. 박물관, 전망대, 공연 티켓까지 일정과 시간을 함께 미리 준비해 둔다. 줄을 서는 시간보다 이동 시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에 살다 보면 관광지에서 이런 장면을 자주 보게 된다. 빠르게 사진을 찍고 다음 장소를 이야기하고 남들보다 한 발 먼저 움직이는 모습이라면 거의 확신이 선다.
한국에서 온 여행자들이다.

낯선 도시에서 그런 장면을 보면 괜히 발걸음이 멈출 때가 있다. 길을 찾는 것 같으면 근처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 입구를 알려주고, 전망이 좋은 장소 하나쯤 더 이야기해 주고 싶어진다.

멀리 떨어진 나라에서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생각보다 더 반갑다. 짧은 안내 하나만으로도 여행이 조금 편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국 관광지에서는 종종 이런 장면이 생긴다. 한국인 여행자는 길을 찾고 있고, 근처에 살던 한국인이 잠깐 말을 건넨다.

그 순간 낯선 도시의 공기가 조금 부드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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