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라디오에서 내 글을 들었다

by 호주아재

어젯밤 라디오에서 내 글이 흘러나왔다.

내가 쓴 문장이 누군가의 목소리를 타고 방송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음식에 담은 인생 레시피 – 샐러드."


https://brunch.co.kr/brunchbook/hojuazsalad


잠시 말을 하지 못하고 그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글을 쓰는 시간은 늘 혼자다.

밤에 조용한 공간에서 문장을 고치고 지우고 다시 쓰는 반복 속에서 글이 완성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글을 라디오에서 듣는 경험은 생각보다 특별했다.


조용한 밤이었지만 마음은 조금 들떠 있었다.

그 방송을 라이브로 듣기까지 과정이 간단하지 않았다.


외국에서 오래 살다 보면 한국의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할 때 자주 막히는 부분이 있다. 회원가입 마지막 단계에서 등장하는 휴대폰 인증이다.

이름과 이메일, 주소까지 모두 입력해도 마지막 단계에서 멈추는 일이 많다. 한국 휴대폰 번호가 없으면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 이런 경험이 여러 번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익숙한 장면이 되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의 Spoon Radio에서 진행되는 'Go Now' 방송을 듣기 위해 회원가입을 시도했지만 역시나 마지막 단계에서 멈췄다.


Go Now 방송은 좋은 음악과 함께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을 'BJ Go Now님'이 감미로운 목소리로 읽어 주는 방송이다.



그래도 어제는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브런치에 연재했던 글

'음식에 담은 인생 레시피 – 샐러드'를 방송에서 매일 한 편씩 읽어주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라이브로 듣고 싶었다.


주변의 글벗 작가님들의 도움으로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통해 BJ와 소통하며 방송을 함께 들을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어젯밤 내 앞에는 휴대폰 두 대가 놓여 있었다.

하나는 라디오 방송을 듣는 화면이었고, 다른 하나는 카카오톡 채팅창이었다.

라디오를 들으면서 채팅창을 확인하고 또 다른 화면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조금 복잡한 방식이었지만 그 순간에는 그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방송이 진행되는 동안 여러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이 감미로운 BJ의 목소리로 읽혔다.

어떤 글은 짧은 일상이었고

어떤 글은 긴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BJ가 정성스럽게 읽어 내려가는 동안 그 글들은 또 다른 형태로 살아 움직였다.


라디오라는 매체가 가진 힘이 그런 것 같다.

글을 다시 한번 다른 방식으로 만나게 해 준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이 방송을 계속 듣다 보면 언젠가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 누군가의 문장이 또 흘러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평범하게 올려둔 브런치 글 한 편이 어느 날 라디오에서 읽힐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드디어 방송 말미에 내 글이 소개되었다.

문장이 한 줄씩 읽혀 나갔다. 활자로만 존재하던 문장이 목소리를 만나면서 다른 느낌을 만들었다.

글을 쓸 때는 느끼지 못했던 호흡과 온도가 생겼다. 혼자 쓰던 문장이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통해 전달되는 경험은 예상보다 깊은 울림이 있었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살다 보면 한국과 연결되는 순간이 가끔 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한국어, 익숙한 말투, 그리고 내가 쓴 문장이 다시 돌아오는 순간이다.

어젯밤의 라디오 방송은 그런 시간 중 하나였다.

이 글을 마치면서 감사 인사를 남기고 싶다.


BJ Go Now님께.

'음식에 담은 인생 레시피 – 샐러드'를 정성스럽게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라디오에서 들었던 그 목소리와 문장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멀리 있는 곳에서도 글로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어젯밤에 다시 느꼈으며, 무엇 때문에 제가 글을 쓰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P.S 언젠가 Go Now 방송을 듣다가 여러분의 브런치 글이 흘러나오는 순간도 만나게 될지 모른다.


스푼 | DJ Go Now 님의 채널 https://www.spooncast.net/kr/channel/1692165/tab/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