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청소년 SNS 금지, 부모와 아이가 마주한 두 달

by 호주아재

작년 12월 중순쯤, 호주가 세계 최초로 추진한 '청소년 SNS 셧다운' 정책에 대해 한 번 글을 쓴 적이 있다.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사용을 제한하겠다는 이 정책은 당시 큰 화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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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사용을 제한하는 정책이 시행된 지 두 달이 지났다.

뉴스에서 보던 정책은 이제 각 가정의 일상 속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 변화는 생각보다 작고 조용한 방식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때 당시 정부는 청소년 정신 건강 보호를 이유로 내세웠고, 언론은 연일 뜨겁게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아직까지도 찬반 논쟁은 뜨겁지만, 정책의 실제 무게는 각 가정의 식탁 위에서 조용히 드러난다.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12살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이 정책은 뉴스 기사 한 줄이 아니라 일상의 문제가 되었다. 아이가 유튜브를 보거나 친구와 온라인으로 소통하려면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승인 절차는 생각보다 자주 반복된다. 처음에는 안전장치라 여겼지만, 두 달이 지나자 '관리'라는 단어가 더 어울린다는 느낌도 든다.

변화는 분명히 있다. 일부 가정에서는 화면 시간이 줄었고, 저녁 식탁에서 휴대전화 대신 대화가 오가는 시간이 늘었다고 한다. 친구와의 관계를 온라인이 아닌 운동장과 도서관에서 이어가는 모습도 보인다. 정책이 일정 부분 '속도 조절'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정적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빠르게 새로운 길을 찾아낸다. 부모나 성인의 계정을 빌려 쓰기도 하고, 비교적 규제가 느슨한 다른 플랫폼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가기도 한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세대답게, 막히면 돌아가는 방법을 스스로 배워간다.
그래서 규제가 촘촘해질수록 사용이 완전히 사라지기보다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으로 이동하는 모습도 보인다. 정책이 만든 경계선 바깥에서 또 다른 방식의 이용이 이어지는 셈이다.

SNS는 단순한 오락 공간이 아니다. 또래 관계를 형성하고, 관심사를 나누고, 자신을 표현하는 장이다. 접근을 차단하는 방식이 장기적으로 아이들의 사회적 경험을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보호와 차단 사이의 균형은 여전히 숙제로 남는다.

전문가들은 '금지'보다 '교육'을 강조한다.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 개인정보 보호, 온라인 위험 신호를 구별하는 능력은 사용을 막는다고 길러지지 않는다. 결국 가정에서의 대화와 학교에서의 디지털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해외에서 아이를 키우다 보면 정책의 변화가 곧 가정의 풍경을 바꾼다. 이번 조치는 통제 정책이면서 동시에 질문이기도 하다. 디지털 시대에 부모는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가. 아이의 자율성과 보호는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가.

요즘 많은 가정에서 부모와 아이는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각자의 휴대폰 화면을 바라본다. 대화는 짧아지고, 질문은 줄어든다. 그렇다면 이 불편한 규제가 잠시 멈춰 서서 서로를 바라보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완벽한 해법은 아닐지라도, 부모와 아이의 대화를 다시 시작하게 만드는 장치라면, 그 의미는 가볍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