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연속 열린 한국 vs 호주... 국적보다 분명한 마음의 방향
외국에서 오래 살다 보면 언젠가 시민권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서류를 준비하고 시험을 보고 선서를 하면 한 장의 증서가 손에 들어온다. 그 종이 한 장으로 국적은 바뀐다.
하지만 이민자에게 시민권은 단순한 행정 절차만은 아니다. 마음과도 관련된 선택이기 때문이다.
낯선 나라에서 오래 살다 보면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여기에서 어떤 사람일까.
나는 어디에 속해 있는 사람일까.
일상은 잘 흘러가지만 마음 한쪽에는 늘 작은 틈이 남는다. 설명하기 어려운 이방인의 감각이다. 나 역시 그런 시간을 오래 겪었고, 결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거창한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는 감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적이 바뀐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함께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 사실을 가장 또렷하게 느끼는 순간이 있다. 국가 대항전 스포츠 경기가 열릴 때다.
그저께는 AFC Women's Asian Cup 조별리그에서 한국 여자대표팀과 호주 여자대표팀이 맞붙었다. A조 1위를 두고 벌어진 마지막 경기였다.
경기는 치열했다. 두 팀은 서로 물러서지 않았고 결국 3-3 무승부로 끝났다. 한국은 조 1위로 8강에 진출했다.
그리고 다음 날 저녁에는 또 다른 경기가 이어졌다.
World Baseball Classic에서 한국과 호주가 다시 맞붙었다. 이번에는 야구였다. 결과는 한국의 7-2 승리, 역시 8강 진출이었다.
생각해 보면 꽤 드문 장면이다.
이틀 사이에 같은 두 나라가 축구와 야구에서 연속으로 맞붙는 경기를 본다는 것은 인생에서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다.
이 경기에서 또 하나 인상적인 장면도 있었다.
호주·한국계 가수 임다미(Dami Im)가 여자 아시안컵 경기에서 한국과 호주의 국가를 모두 가창한 것이다. 한 경기장에서 두 나라의 노래가 이어지는 순간은 묘하게 상징적으로 느껴졌다.
이런 경기가 열리면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어느 팀을 응원하느냐는 질문이다.
사실 내게는 크게 고민할 문제가 아니다. 나는 호주에서 살고 있지만, 동시에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이다. 그래서 이런 경기에서는 자연스럽게 한국팀을 응원하게 된다.
주변이 모두 호주를 응원하고 있어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 사이에 섞여서 한국을 응원하면 된다.
그건 특별한 선택이라기보다 그냥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국에 가면 가끔 "이제 완전히 외국 사람 같다"는 말을 듣기도 하고, 호주에서는 종종 "어디에서 왔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두 나라 사이 어딘가에 서 있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런 국가 대항전 경기를 보고 있으면 오히려 마음이 단순해진다.
국적이 무엇이든, 응원하는 마음은 크게 복잡하지 않다.
다음에 한국과 호주가 또 만나게 된다면 아마 같은 장면이 반복될 것이다. 나는 여전히 화면을 보며 한국팀을 응원하고 있을 것이다. 그건 특별한 일이 아니다.
나는 그저 호주 국적을 가진 자랑스러운 한국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