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점의 저주-또 시작된 운명의 장난"

by 호주아재

1개월쯤 지나자, 브리즈번의 홍수 피해도 어느 정도 복구되었고, 시민들은 다시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도심의 카페에는 다시 활기가 돌기 시작했고, 강변 공원에서는 조깅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하나둘씩 눈에 띄었다. 물론 완전히 예전 같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은 묵묵히, 그리고 성실하게 일상을 회복해나가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Pig 'N' Whistle 주방에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홍수 이후 식자재 공급망이 불안정해져 메뉴를 수시로 조정해야 했지만, 그 덕분에 오히려 새로운 요리를 시도할 기회도 많아졌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주방의 팀워크는 점점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몸에 익은 루틴, 눈빛만 봐도 통하는 동료들과의 호흡. 칼날처럼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주방의 리듬 속에서, 우리는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였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오랫동안 기다려온 순간이 다가왔다.

이제 8주 후면… 영주권 신청할 수 있어!”

그런데, 신청을 하려면 영어 점수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때 현실은 아주 세게, 내 뒤통수를 쳤다.

하필 그 시점에, 영주권 관련법이 더 까다롭게 바뀌었다.
이전에는 IELTS에서 각 과목점수 5.0 이상이면 충분했지만, 이제는 각 과목점수 6.0이 기준.
게다가 내 나이는 어느덧 만 34세를 넘어, 영주권 신청을 위한 나이 점수 10점이 사라졌다. 그 부족한 점수를 채우려면, 각 과목점수 7.0 이상이라는 고지(高地)를 넘어야 했다.

문제는, IELTS는 네 과목(리스닝, 리딩, 라이팅, 스피킹) 중 단 하나라도 기준 미달이면…
전 과목을 다시 봐야 한다는 거였다.

하지만 난 자신 있었다.

"영어? 뭐, 이 정도면 되지!"

그리고 대수롭지 않게 시험을 봤다.

결과는?

"망했다."

스피킹만 7.0을 넘었고, 나머지는 6.0 혹은 그 아래였다.

"말이 돼? 리스닝은 나름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멘붕이 왔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래, 부족한 걸 알았으니 다음엔 잘 보면 되겠지."

그렇게 매일 퇴근 후에는 집에서 공부하고, 쉬는 날엔 도서관에 틀어박혔다.

그리고 두 번째 시험.

결과는?

"또 망했다."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그리고 여섯 번째.

매번 0.5점 차이로 탈락. 특히 라이팅과 리딩이 번갈아 가며 내 발목을 잡았다.

"0.5점? 이건 진짜… 미쳐버리겠다."

한 번 시험에 $320. 여섯 번이면 거의 $2,000 가까이 날아갔다.
시험 볼 때마다 내 정신도 함께 탈탈 털려나가는 기분이었다.

그때 비로소, 깨달았다.

"아… 이건 혼자 해선 안 되겠구나!!!"




결국 아내와 상의 끝에, IELTS 전문 학원에 다니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문제는, 학원 수업을 들으려면 최소 4개월 휴직이 필요했다.

"직장에 공부한다고 휴직하겠다고 하면… 그걸 받아줄까?"

게다가 휴직을 하면 생활비는?

영주권을 향해 잘 정돈되어 달려가던 인생의 길이, 다시 또 뿌연 안갯속으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IELTS 란?

International English Language Testing System의 약자입니다.
IELTS는 업무, 공부, 연구 및 이민을 포함하여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용도로 사용됩니다. 140개국의 10,000개 이상의 단체가 IELTS 시험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 세계의 영어 전문가들이 IELTS를 개발했습니다. 그만큼 시험의 퀄리티 면에서 다른 시험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납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IELTS는 실질적인 시험이며 그렇기 때문에 IELTS를 공부하신 분들은 그리고 높은 점수를 획득하신 분들은 실제로 외국에 나가서 생활하며 공부하는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처음 제 에세이를 접하시는 분들께*

2권에 담긴 모든 이야기는 "웰던인생, 미디엄레어 꿈" 1권에서부터 이어지는 흐름 속에 놓여 있습니다.
아직 1권을 읽지 않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어주시면 더욱 깊이 있고 생생하게 다가올 거라 생각합니다.
정주행을 추천드립니다. 감사합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hojua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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