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티 리포트, 스타워즈, 빅데이터
빅데이터는 사물 인터넷에 의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사물 인터넷과 함께 얘기해 보자. 신문과 서점엔 모든 것의 인터넷이란 의미의 사물인터넷에 관한 시나리오가 넘쳐난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에 들기까지, 혹은 잠에 들어서 까지 인터넷은 우리의 삶을 24시간 연결한다. 이를 위해 구글을 위시한 IT 공룡들은 숟가락 만드는 회사 등 전혀 인터넷스럽지 않은 기업들을 사들이는 등 우리의 무의식에 더 가깝게 다가가려 노력 중이다. ICT는 방법적으로 인간의 무의식인 빅데이터와 확장된 마음으로서의 사물 인터넷을 다룬다.
사물 인터넷이란 무의식화된 서비스로서의 인터넷, 드러나지 않는 무의식을 드러내 주는 인터넷 서비스다. 즉 빅데이터를 조작하는 일이란 의미를 가지지 않은 기존 데이터로부터 의미 있는 의식을 이끌어 내는 작업이다.
무의식이란 보통 인간의 일상에서 작업 메모리에 정보처리적으로 로드되지 않은 의식, 자전거의 균형을 맞추는 것과 같이 자동화된 의식을 말한다. 잠재의식이란 이른바 정신분석이 말하는 잠재된 의식이다.
한편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에서 자신과 환자들의 꿈을 욕망의 원칙에 따라 해석하려 했다. 프로이트를 따르면 빅데이터가 그려야 하는 것은 인간 무의식의 욕망의 지도 일지 모른다. 하지만 욕망 만으로 인간의 모든 것이 설명되지는 않는다. 정신분석의 발달과정에서 프로이트는 모든 것의 기본 에너지가 성적 에너지라고 본 반면, 후기 프로이트 학파와 영미의 경험적 심리학 연구 결과들은 인간이 단순히 생존과 복제의 욕망인 성적 에너지 만으로 살아가지는 않는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으로 매슬로우의 욕구 위계 이론은 인간의 욕구를 아래에서부터 피라미드 모양을 가진 다섯 혹은 여덟 가지 위계로 배치한다.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애정과 공감, 존경, 인지적, 심미적, 자아실현, 자기초월이 그것들이며 인간은 발달 과정에 따라 더 상위의 욕구를 추구한다는 입장이다.
물론 욕구 위주의 프로이트라면 이 모든 욕구가 성욕의 다른 발현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프로이트라는 근-현대의 접점을 거치는 동안 인간은 그리 소박하고 간단하지 않게 되었으며 비로소 현대적 인간이란 다양한 마음의 가능성을 가진 존재를 가리킨다. 프로이트의 말대로 남자가 하루 종일 생각하는 것은 섹스인가? 이 피곤의 시대는 그런 걸 허락하지 않는다.
복잡다단한 현대적 인간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빅데이터를 다루는 분석가는 연구실을 떠나 산으로 들어가 도인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그런 구태적인 방법론이 가능하지 않기에 현재 우리 사회는 빅데이터와 인문학을 연결하는 흐름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인문학은 확실히 인간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가져온다. 프로그래밍과 언어 외에도 개발 중심의 빅데이터가 아닌 인간 의식, 기호학, 심리학, 사회학, 마케팅 측면의 심층 인사이트를 갖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또 그것들을 읽는 것 만으론 부족하다며 개발자들에게 플루트를 불고 시를 쓰라고 하는 건 더 많은 여가를 보장해 주어야 하는 일이다.
걱정하지 말라.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은 이 시대가 구시대의 방법적 필요가 없는 상태로 진화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은 어떤 것을 경험함으로써 배운다. 아니 경험 자체가 이미 교육이다. 그 경험은 대게 ‘경험-반성-향상된 경험’의 구조를 갖는다.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 중 한국에서도 10여 년 전부터 다양한 번역서가 소개되며 인기를 끈 익스트림 프로그래밍은 이와 같은 경험의 구조에 의거한 방법론이다. 그 인간 경험이란 앞에서 살펴본 욕구의 위계에 따라 무한히 심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
사물 인터넷의 가장 보편적인 욕구 충족의 경험 가능성 중 하나는 광고다. 인터넷에 연결된 수많은 기기들은 양방향으로 데이터를 처리하고, 당신의 욕구는 거의 실시간으로 자동화되어 분석되며 나아가 인공지능에 의한 자극과 보상이 산출되며, 상황적 맥락에 맞게 조작된 스토리텔링에 의해 즉시적인 작용을 이뤄낸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탐 크루즈는 이런 광고판들로 이루어진 미래도시를 살아간다. 일견 빅브라더에 의해 감시와 처벌이 일상화될 것만 같은 디스토피아적 미래로 보인다. 마케터들이 환호하는 이유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가?
C.G. 융의 후기 저작 중 하나인 「레드북」(2009)은 분석이 거의 불가능한 융 자신의 무의식을 자동 기술했다. 잠재의식이란 그것이 분석되지 않는 이상 잠꼬대에 불과하다.
융의 관점 중 중요한 것은 의간의식을 수면에 드러난 빙산으로 비유하고 그 하부에 어마어마한 크기의 얼음덩이를 예로 들어 잠재의식을 설명한 것이다. 융은 "인간의무의식은 인류공통의 집단무의식으로써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했다.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의 조합은 잠재의식을 현실의식과 연결하는 것으로서 인간 진화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생활의 발견을 가능케 한다. 선사(禪師)들은 우뇌에 현시된 잠재의식과 좌뇌에 현시된 현실의식의 만남이라는 특이한 경험을 수천년간 깨달음이라는 용어로 설명해 왔다. 현대의 도전적인 뇌과학자들은 그 상세한 연결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천재들의 United Nation인 TED에서 그런 것들을 찾을 수 있다.
결국 사물 인터넷은 잠재의식과 현실의식을 연결함으로써 전통적인 깨달음(소승적이라고 하자)을 구현함과 더불어 의식은 그것이 신비한 무엇일 수 있지만 나의 뇌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편재적이며 무아적(대승적이라 하자)관점을 구현한다. 이런 측면에서 인터넷 기술은 역시 디스토피아가 아닌 파라다이스로 가는 급행열차라 생각할 수도 있다.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이 보편화된다 해도 그것을 통해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가 어떤 질을 갖는가가 중요하고 그건 순전히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 사물 인터넷은 개인권리의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할 것이다. 그보다 우선인 것은 결국 우리가 기술들을 이용해 우리의 어떤 위계의 욕망을 다룰 수 있는가다.
스티브 잡스가 젊은 시절 마약과 명상을 했고 빌 게이츠더러 학교 때 마약을 좀 했더라면 재미있는 걸 만들었을 거라 한 얘기는 잘 알려져 있다. 어떤 명상의 수준은 마약으로 체험 가능하다는 것을 얘기하려는 게 아니다.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는 뉴에이지가 촉발된 1960년대를 거치며 시대의 공기로서의 우리 일상의 이면을 움직이는 가치에 주목했고 그것을 자기 세대와 함께 퍼스널 컴퓨터라는 장치로 구현하고자 노력했다. 그 이면의 가치가 영화 「스타워즈」 (1977)의 제다이들이 외쳤고 현대 한국의 일상어가 된 포스(Force) 이건 명상 마스터들이 외치는 할(割)이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