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트어웨이, 소셜캐피털, 사랑
어떤 학문은 그들이 다루는 대상과 근본 가정 및 개념은 무엇인가를 규정하는데 유난히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데 비해 그렇지 않은 학문도 존재한다. 앞서 칼럼들에서 소개한 체화와 발제적 관점은 소프트웨어 공학적 관점에서 데이터와 그 정합성을 다룬다기보다 의미 있는 행위와 자연어로 이루어진 비즈니스 중심 지향이라 할 수 있다.
사회, 네트워크, 無我, 有我
발제적 관점을 주창한 바렐라는 책에서, 자신의 무아적 입장과는 다른 현대 인지과학의 큰 흐름 중 하나인 정보처리 관점을 주장한 마빈 민스키의 저서 『Society Of Mind (1988)』을 인용한다. 사회를 인정하려면 고정적이고 실체적인 자아를 인정 해야 한다.
사회(Social)란 무엇인가를 규정하는 많은 방법이 존재하지만 간단하게 두 명 이상의 실체적 주체로서의 노드(Node)의 연결을 갖는 연결망(Network)을 생각할 수 있다. 편의적으로 조난 당해 무인도에 혼자 살고 있는 사람의 사회적 행동을 상상해 보자. 어떤 사람이 모든 의료 기록에서 잊혀진 시험관에서 태어나 아무도 그를 기억 못하는 어떤 이유로 무인도에서 혼자 자라게 된 상황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무인도 조난자들은 그들을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을 외부 세계에 갖고 있다.
이런 조난자들은 마치 영화 『캐스트 어웨이』의 톰 행크스 처럼 수 많은 사람들의 기억과 그 기억이 영향을 미치는 스토리 안에서 활발히 사회적 활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인해 물리적-심리적으로 온전히 혼자인 채 사회를 이루고 살기는 힘들다. 우리는 대게 인간(人間)이란 상형문자의 조형에서 2명 이상의 사회적 연결(Social Network)을 갖는 집합체를 갖는다고 받아들이면서 그에 대해 어떤 미스테리한 긍휼함을 갖는데 별 부담을 느끼지 않기에 사회에 대한 정의는 여기서는 이것으로 일단락하고 그 사회의 구성과 작동방식을 다루는데 도움이 되는 요소들을 살펴 보자
『Society Of Mind (1988)』에서 집합적 대행자들의 모집으로서의 마음을 논의한 마빈 민스키는 계산적 지능을 다룬 50여년의 세월이 지난 후 펼쳐 낸 저서 『Emotion Machine (2006)』에서 사회적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하위요소 중 과학에서 그리 다루어지지 않았던 정서를 다뤘다.
현대 경제학은 민스키의 제목에서와 같이 인간이 계획과 계산에 의해 움직이기 보다 몸으로 체화된 추동과 정서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을 이론화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정서는 많은 순간 금욕적 종교와 문화 구성물들에 의해 억압되어 왔다.
자본으로써의 정서
그러나 현대사회의 일상과 삶은 행복, 다양한 층위의 사랑, 신뢰, 치유, 성장, 공감 들을 중요한 요소로 다루고 있다. 밤하늘을 수 놓은 별자리들과 같이, 다양하게 펼쳐진 정서의 여러 낱말들이 주는 긍정적인 느낌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 정서는 현대 자본주의 혹은 신자유주의와 연결되어 자본으로써 유통되고 있다. 사회적 자본(Social Capitel)이란 결국 정서적 자본(Emotional Capital)이며 우리 사회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감정노동은 사탕 같은 달콤한 감정을 핥으며 신장병 약을 주입하는 듯 호르몬 분비의 이상을 겪는 현대적 질병이라 볼 수도 있다.
다시 말해, 현대의 사랑이란 -Emotion이 몸이라는 Machine에 체화된, 그리고 그것이 Social한 Traits를 갖는- Capital로써 작동하며 인간을 착취하고 있다. 사랑(Emotion)과 연합(Social Network)에서 사랑은 먹고 사는 것 - 권력과 절망의 연결 강도에 봉사하고 있다.
진화하는 사랑, K-Pop 같은 것
전통적으로, 사랑(Compassion)이라는 마음은 우리나라에서 –퇴계에 의해 – 경(敬)으로 연구되었다. 사랑이란 현대적인 종교에서 지혜, 자비와 함께 제3의 현실적 요소로 실천되고 있다. 문화적으로, 현대사회에서 사랑은 특정 종교가 아니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다. K-pop 아이돌과 팬덤이란 이 절망의 시대에서 가장 순수한 형태의 사랑(욕망의 구조가 무너진, 그러나 Proactively Affectionate한)이 실체적으로 연합하고 진화하는 특이한 증후다. 2NE1의 박봄은 한 인터뷰에서 “지난 시간을 돌아 보면 … 그건, 사랑이었다” 는 알쏭달쏭한 말을 하며 왈칵 눈물을 보인 일이 있었다.
소셜 미디어
아무튼 그 정서-소셜한 것은 지금 팔리고 있고 그것을 기업이 서비스화 한 Social Network Service는 ICT의 기반이다. 이제 SNS를 해석하고 실무에 적용하는 프레임으로써 KPI에 관한 명상해 보기 위해 사회적인 것의 인지적 해석을 먼저 살펴보자. 인지적 측면에서 인간의 사회적 행동은 일단 내적 인지로서의 정보의 추리-판단을 거쳐 사회적 인지로서의 관계와 동조를 처리한다.
이런 의미에서 블로그와 커뮤니티, 메일링 서비스를 포함한 거의 모든 인터넷 서비스와 미디어는 SNS의 일부분이다. 대게 혼자 처리할 수 있는 것들은 전통적 교육의 효과를 가지며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는 데는 전문적인 채팅이나 전문적인 관계맺기 서비스가 필요하다.
응답하라
시청각의 종합적 인지를 사용하는 데에는 멀티미디어가 필요하다. 한국에서 특히 사회적 동조의 툴로 트위터가 사용되고 있는데 비해 보다 시각적 감성에 충실한 동조의 툴로 사진 나눔 SNS들이 유행하고 있다. 이런 SNS들이 관계, 사회적 자본, 기업이 원하는 브랜드 가치를 생산하는 방법은 이슈의 복제, 전파, 응답이다.
데이터의 관점에서 SNS에서 오고 가는 것은 단순히 메세지라고 할 수 있는데 하나의 메세지는 하나의 이슈를 포함한다고 가정하자. SNS에서 중요한 것은 유효한 감정적 반응을 일읠 수 있는 이슈이고 이를 쉽게 복제해 많은 사람에게 전파하게 하며 그에 따른 반응 이슈로서의 응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절차를 구현하는 것이다.
개인과 조직 차원에서의 구체적 실행 방법이란 이들 이슈, 복제, 전파, 응답을 지표화하고 그 하위 인터페이스 행동들을 규정하여 KPI(Key Performance Indicator)로 만들어 관리하는 것이다.
복잡계
ICT 시대를 맞아 전통적 방식과 새로운 혁신적 시스템을 아울러야 하는 행위의 의미는 전혀 새로운 시스템의 발생을 위한 혼란(Chaos)으로서의 복잡계(Complex System)의 필요로 귀결된다. 복잡계에 관한 명상은 본 칼럼인 인지과학으로 만나는 IT-인문학 칼럼 이후의 다른 주제를 갖는 칼럼에서 -그것이 가능하다면- 자세히 소개될 것이지만 다음 회인 마지막 칼럼에서 복잡계라는 혼돈의 가장자리에 다가갈 수 있는 혁신의 방법을 실무적 차원에서 소개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