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 조직, 개인
시스템 아키텍쳐 K는 프로젝트에서 난감한 상황에 직면했다. SI 프로젝트로 알고 투입된 프로젝트는 어느 순간 스마트폰, 웨어러블 기기, SNS, IOT, 빅데이터를 포괄하는 새로운 과제로 다가왔다. K는 스스로와 팀원 개인들, 팀, 클라이언트와 개발팀을 아우르는 조직에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생각할 시간이 많아졌다. 그리고 IT 프로젝트의 본질에 관해 명상하기 시작했다. 그의 가방엔 언젠가부터 코드가 나열된 프로그래밍과 프레임워크 해설서 보단 자기개발서가 들어 있었다.
동료들은 K가 언젠가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업계 사람들을 따라 시를 쓰거나, 닭을 튀기거나, 혹은 도사가 되려는거 아니냐는 농담을 던졌다.
하지만 K는 아직 현장을 떠날 생각은 없었다. 실제 IT 개발 운용을 위한 전략적- 心적-실천적 포인트를 자기 개발서를 통해 얻고 싶었다. 착한 K의 미래 ICT 전략과 리더쉽 함양을 위해 생각 해 볼거리들을 소개한다.
앞의 칼럼들을 읽어 본 독자라면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이 소개 된 것을 알 것이다. 그런 혁명을 가능하게 하는 ICT 시대의 프로젝트는 어떤 방식으로 수행되어야 하는걸까? 이 질문에 대해 심리학자인 Cort Visser의 계획-적용의 전통적인 마인드셋과 테스트-배움의 마인드셋에서 힌트를 얻어 보자.
Visser의 마인드 셋이란 소프트웨어 개발에 쓰이는 쓰이는 것이 아닌 전반적인 과학 패러다임을 다루는 것이지만 대다수의 SI 사업과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과 프로젝트 관리 방법은 전통적인 ‘계획-적용 마인드 셋’을 따른다. 프로세스를 프로젝트로 바꾸면 다음과 같이 읽을 수 있다.
1. 프로젝트 시작 시점에 목표가 정의되고 가능한 상세화 되어야 한다
2. 예측가능한 선에서 수정이 받아들여져야 한다
3. 철저한 AS-IS 해석을 통해 프로세스를 수정해야 한다
4. 수정이 가해지기 전 위험요소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외부영향력의 통제가 필요하다
5. 상세한 계획이 있는 것이 현명하다 명확한 프로젝트 계획을 가지는 게 현명하다
6. 수정은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7. 훌륭한 프로젝트는 체계적인 방법론적 평가를 통해 이뤄져야만한다
대한민국은 특이하게 SI가 발달한 나라 중 하나다. 그 결과 정부 시스템의 인프라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나 전사적 자원관리 소프트웨어의 효율을 끌어 올리는 아키텍쳐를 개발하기도 했다. 전통적 SI는 유연한 서비스 중심의 소프트웨어 관점이 아닌 정보의 정합성을 우선시한 소프트웨어 관점이 적용되기 마련이다.
수많은 의혹 어린 시선을 받으며 밀실 정책이라 일컬어지는 관이 주도하는 한국 IT의 폐쇄성엔 나름 정합적 관점이 적용되어 있다. 그 정합성이란 쉽게 권력에 봉사 할 수 있다.
반체제의 에너지라는 것
기억하라, 현대 IT 혁명의 근본은 조직과 관료제를 무너트리는 반체제적 시대의 에너지로부터 촉발 되었다.
반면 ICT시대를 가능케 하는 다양한 데스크탑 클라이언트와 이동기기 모두를 지원하며 절차가 간편한 결제 시스템 등은 작업 중심, 서비스 중심의 소프트웨어 관점이 적용된 것이다. 국내에서도 성공한 스타트업 기업들은 이미 린스타트 프로그래밍 등의 방법을 적용하고 있다. 생각 난 것이 있다면 그것이 작은 것이라도 바로 적용해 보는 새로운 방법은 기존의 보수적인 시스템이 받아 들이기 힘들다. ICT의 시대는 다음과 같은 ‘테스트-배움 마인드셋’개발 방법론을 필요로 한다.
1. 수정을 위해 작은 보폭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2. 새로운 것들을 바로 시험해 보는 것이 좋다.
3. 성공적인 변화를 위해선 작은 것들이 작동하는지 시험해 보는 것이 좋다
4. 변화가 성공을 위해선 내적인 인사이트가 중요하다
5. 변화 과정에서 외부환경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6. 변화의 적용을 위해선 무엇이 작동하고 작동하지 않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7. 변화의 프로세스에서 경험에 근거해 접근 방법을 변화시키는 것이 좋다
8. 변화과정의 경험에 근거해 골을 수정하는 것이 좋다
이를 ROBERT CHAMBERS은 다음과 같은 적응적 다원주의 방법 (Adaptive Pluralism Practice)라 말한다. 테스트-배움 마인드셋에서 발견되는 경험이란 결국 개인의 관점을 중요시 하는 접근법이다. 혁신과 진화의 관점에서 경험이란 물리적, 감각적 경험의 경험이라기보다 훨씬 심리적이며 깊은 차원의 내적 탐구를 필요로 한다. 그런 의미에서 개인에 대한 자아적 관점의 수정이 필요하다.
해체되는 판옵티콘, 생존의 조건
영화 『The Matrix』(1999)의 주인공 네오의 직업이 거대 조직의 프로그래머라는 설정은 흥미롭다. 워쇼스키 남매가 인터뷰에서 밝혔듯 이 영화는 불교적 영향을 받아 만든 것으로 삶을 내적으로 객관화 함으로서의 삶이라는 스토리의 벗어남을 다뤘다.
그런 관점 외에 <매트릭스>는 모든 것이 감시되고 처벌되는 판옵티콘의 사회구조 안에서의 버그를 통한 혁명=깨어남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아무튼 그런 인간은 내면으로부터 욕망과 외로움의 구조에서 벗어나 존재함으로써 세상을 전복시키는 자다
현대의 객체지향 소프트웨어는 근본적인 철학적 구멍을 지니고 있는데 그것은 엄밀하게 정상적인 언어구조에 의한 프로그래밍 만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인간의 언어는 주어와 목적어가 없는 등 말이 되지 않을 수도 있으며 표현된 것과는 다른 온갖 실수에 의해 지탱된다. 미래의 애매모호하고 불명확한 언어를 다루려는 시도와 행간의 의미를 밝히려는 시적 감성을 것을 다루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이런 개인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조직이란 유연함을 포함하는 의미에서의 Chaos적인 조직이다. 그런 조직은 기존의 수직적 명령체계나 보고 체계, 조직적 위치는 의미 없으며 실제 유효하고 의미 있는 작업에 의해 임시적인 역할이 주어진다. 좋은 얘기다.
ROBERT CHAMBERS는 그의 블로그 포스트에서 사회철학자인 Eric Hopper의 말과 Tom Stoppard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끝낸다.
변화의 시기에, 배우는 자들이란 땅에 내려와 있다. 반대로 이미 배운 자들이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솜씨 있게 다루는 데서 스스로를 발견한다.
당신이 믿었던 모든 게 틀렸다는 걸 알게 될 때는 살아 남는 게 중요한 시기다.
지하철의 문이 열리고 K는 그를 축복하듯 쏟아지는 형광등 불빛을 받으며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다. 지금 이 시간도 강남에서, 분당에서, 가산동에서 혹은 대전에서 대한민국 ICT시대의 문을 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자들이여 그대들에게도 축복이 있기를 바라며 8회차로 예정된 인지과학으로 만나는 ICT-인문학 칼럼을 모두 마친다.
이 글의 원문은 과학기술정보협의회 (http://www.astinet.kr/)에 ‘인지과학으로 만나는 IT-인문학 ‘이란 전문위원 칼럼으로 게재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