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가 들어왔다.
대만여행을 가는데 그곳의 아는 현지인에게 코리아 프로페셔널 마스터가 만든 거라고 하며 도자기를 선물해야겠다고 했다.
35CM 정도 높이의 용추항아리(고려청자 같은 모양)를 원했다.
OK. 만들면 되지
근데 되지 않았다.
흙 중에는 다루기 쉬운 흙이 있고 그렇지 못한 흙이 있다.
밝은 백색의 빛깔 좋은 흙은 다루기가 어렵다.
수분함량을 높여 연하게 만들면 다루기 쉽지만 크게 만들면
무게를 못 이겨 무너져 내렸다.
수분함량을 낮춰 단단한 상태에서 만들어 봤다.
팔 힘도 손가락 힘도
따라주질 못했다.
흙을 이겨내지 못하니 흔들리게 되고 높고 고르게 만들지를 못했다.
내가 이걸 못 하는구나.
한 달 밖에 시간이 없는데
당장 만들어야 건조하고 초벌, 재벌하고 시간을 맞출 수 있는데.
긴장이 빡 됐다.
연습하고 실력 키울 시간이 없었다.
생활 식기 정도만 만들고 있어서 알지 못했다. 만만히 봤다.
그렇다면
꼼수를 써야지. 위, 아래를 따로 만들어 붙였다.
겉으로는 티 나지 않도록 잘 다듬었으나 안쪽까지 감쪽같지는 않았다.
전장이었다.
예비로 3개를 만들었는데 건조 중 2개는 금이 가버렸다.
아웃 됐다.
하나만 무사하면 된다
그러나 안쪽을 살피면 엉성함이 적나라하다.
마음이 무겁다.
유약을 무광, 광택이 없는 것으로 했다.
무광은 소수 취향인데,
대부분은 유광을 좋아하는데,
왜 그랬을까.
삼촌에게 보여준 예시의 용추항아리가 무광이었고
내 개인 취향이 무광이었고
유광은 흔하고
무광은 품위 있고…
이런저런 생각으로 괜찮다는 결론을 끌어왔다.
정신 승리를 위해서 취면을 걸었다.
삼촌은 벌써 그 사이즈에 맞는 고급 케이스를 주문했다고 한다.
택배 보냈다.
한 달 후 사촌동생의 결혼이 있었다. 삼촌을 만났다.
대만은 잘 갔다 왔는지.
선물을 했는지.
그런 것들이 궁금했지만 물어보지 못했고
삼촌도 별 말이 없었다.
잘 됐으니까 말이 없는 거겠지
전문가가 아니니 모자람이 잘 보이지 않겠지.
안쪽은 살피지 않았겠지.
무광은 질리지 않으니까. 언젠가는 좋아하겠지.
최면을 걸어봤지만 승리하지 못했다.
코리아 프로페셔널 마스터가 만든 거라고는 안 했겠지.
초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