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내용보다는 뉘앙스, 억양이
중요한 것 같다.
나를 무시하는 건가.
공격하는 건가.
말은
감정을 주고받는 것이지
논리를 주고받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아이가 마무리 단계에서 잘못하고 있었다.
급하게 그만이라고 외쳤다.
내가 해줄게요!
깜짝 놀란 아이는 황급히 손을 내리고 가만히 있었다.
그렇게 체험이 끝나고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 아이는 웃음끼 없이 공방을 나섰다.
너무 단호했다.
잘 못 됐어도 나중에 수습할 수 있었을 텐데.
여유 없는 마음이 밖으로 튀어나왔다.
뒷 모습이 계속 마음에 걸려있다.
유쾌한 집안이었다.
아빠, 엄마, 아이가 체험을 했다.
아빠는 업되 있었다.
기분 좋은 일이 있나 보다 했는데
예전 일을 얘기하며 웃었고
지금 하는 걸로 웃고
앞으로 이 그릇에 뭐 담아 먹을 지로 웃었다.
웃음이 디폴트 구나.
무슨 일을 하고 살기에 저럴까.
아이는 웃음이 웃음을 낳는 환경에서 자란 것 같다.
다 만들고 잘했다고 아는 부모와 달리
아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유는 마무리하는 내 표정이 화내는 거 같아서 였다.
아닌데?
별생각 없는데?
아이에게 나의 무표정은 화난 모습이었다.
뒤늦게 입꼬리를 올렸지만 탠션을 높이진 못했다.
얘야.
난 너의 아빠 처럼 안돼.
여기까지야.
한참 바쁜데 장문의 문자가 왔다.
전날 체험했던 사람이었다.
불친절해서 체험을 망쳤다 까지는
아니지만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는 내용이었다.
장문인만큼 억울함을 풀고 싶었던 것 같은데
장문의 내용으로도 나의 어떤 면이 그렇게 느껴졌는지 짐작이 가질 않았다.
그만큼 문제가 큰 것이다.
다시 물었다.
따지려는 것은 아니기에 공손한 느낌을 주기 위해 ^^과 ~을 신경 써서 문자에 넣었다.
시간을 보채는 듯한 느낌을 계속 받아서 쫓기는 마음에 대충 하고 공방을 나왔다고 답장이 왔다.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인 거 아닌가?
그의 탓을 하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
만들고자 하는 것에 따라 기본 난이도라든가
다듬어야 할 것이 달라 소요 시간이 다르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정보제공 차원에서
시간이 어래 걸려요.
어려운 거에서요.
이런 식의 설명을 덧 붙인다.
괜한 설명인가?
하지 말라는 뜻으로 들리나?
설명이 너무 사무적이었나?
설명을 빠르게 했나?
여러 생각이 들었다.
같이 온 친구가 먼저 끝을 내서 많이 기다리셔야겠다는 얘기도 압박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괜한 얘기를 했구나.
나는 좀 둔감하게 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정도도 못 받아 들이면 상대가 문제인 거야 하며
거칠게 상대를 대하는 모습이 있다.
나는
나에 대해서는 민감한 사람인 거 같고
타인에 대해서는 둔감한 사람인 거 같다.
선의로 가득 찬 세상에서 곱게 자란 사람들처럼
말을 하고 싶다.
아무 생각이 없을 때도
너 지금 웃냐
웃상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