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보지 않은 길
사진으로 숱하게 담긴 만큼 실제의 모습도 아름다운 곳이었다. 이미 세상에 충분히 좋은 사진이 많은 장소에서 ‘내가 여기 서서 이걸 봤어.’ 같은 나의 증명을 남기고 싶어서 계속해서 거기서 거기인 사진을 찍었다. 작은 프레임 바깥에 펼쳐진 넓은 녹차밭을 좀 더 보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산 중턱의 밭 전망대 벤치에 오래 앉았다가 바다 전망대까지 올라갔다. 차밭에서 멀어지는 바다전망대까지는 힘들면 굳이 가지 않아도 좋다고 했던 어느 블로거의 후기를 이미 보았지만,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싶어서 애써 올라갔다. 목포에서의 하룻밤 말고는 계속해서 잠을 설친 탓에 온몸이 녹초였다. 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과 그래도 가면 좀 더 좋은 걸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사이에서 갈등하며, 기다시피 오른 흙돌 길 꼭대기 끝에는 벤치 하나가 있었다. 축축한 안개에 가려 아래는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뒤로 난 하산 산책길이 있었지만 또다시 새로운 것에 실망감을 느끼게 될까 봐 왔던 길을 내려갔다. 중턱의 차밭 전망대에 있는 아까의 그 벤치에 다시 한번 앉아보고 돌아가야지 하고 돌길로 다시 내려갔다. 땀을 흘리며 힘든 표정으로 산을 오르는 사람들을 보았다. 안개에 가려서 아무것도 안 보인다고 말해줄까 잠깐 고민하다 말았다. 블로그의 후기를 보고도 나 역시 꼭대기까지 갔으니까.
하산하는 산책로의 끝에는 차밭 전망대가 연결되어 있었다. 지도를 미리 확인했다면 좋았을 텐데 그렇게 넓은 곳인지 몰랐다. 이후 읽은 어느 누군가의 여행후기에는 바다전망대에서 내려오는 하산 산책로가 시원하고 한적해서 좋았다고 했다. 지나고나서는 가지 않았다면 또 가지 않은 대로의 무언가 좋았을 가능성을 상상하며 아쉬워하게 되고 마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