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Cecilia Choi Oct 6. 2023
이번 일본 여행에서 방문한 네번째 미술관은 구글지도로 검색하던 중 우연히 발견한 쿠마카이 모리카즈 미술관입니다. 머물고 있던 숙소에서 그렇게 멀지 않아 주말에 빈둥거리다가 결국 지루함을 참지 못 하고 한번 방문해볼까하는 마음으로 찾아갔어요. 솔직히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대만족이었습니다.
작가의 이름이 쓰여져있는 콘트리트 건물을 보고는 대체 이 안에 무엇이 들어있을지 전혀 상상이 안갔습니다. 지인의 말로는 일본 내에서는 상당히 유명한 작가라면서 미술관을 어떻게 찾았냐고 놀라워하더군요. 오픈 시간 전에 방문하여 잠시 밖에서 기다리다가 안내에 따라 관람을 시작했습니다.
미술관 내에서는 촬영이 금지되어있습니다만, 지금도 처음 작품을 보기시작했을 때의 신선함은 고스란히 기억 속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훌룡한 작가의 작품에서 나오는 보이지 않는 내공의 오로라를 느꼈으니까요. 작품마다 자세한 설명이 옆에 붙어있으니 일본어를 하시는 분들이라면 더욱 깊게 감상할 수 있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합니다. 하나하나 설명을 읽으며 작품을 보니 작가의 인생사와 희노애락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평범한 미술학도에서 하나둘씩 세상을 알아가며 세상을 보는 눈이 변하면서 화풍이 변하고, 사랑하는 딸의 죽음으로 역설적이게도 그의 예술세상이 정점을 찍었지요. 조용한 슬픔과 고통이랄까요. 딸의 죽음 이후 그린 그의 그림에서는 딸에 대한 애정과 그에 비례하는 고통, 그리고 결국 세상에 대한 달관을 단조로운 그림 속에서 깊숙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미술관에서 느낀 두 번째는 무엇보다 그의 예술을 사랑한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힘을 모아 작품을 모으고 미술관을 건립했다는데서 작가의 훌룡한 작품세계 못 지 않은 훌룡한 인품이었습니다. 1층의 카페에 앉아 조용히 커피와 작품을 다시 한번 음미하며 쿠마가이 모리카즈의 인생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니 하루가 풍요로워졌습니다. 덕분에 이번 일본여행도 한층 풍성해졌지요. 근대미술에 관심을 가지고 계시고, 일본어를 잘 하는 분이라면 무조건 추천해 드리고 싶은 쿠마가이 모리카즈 미술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