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면 특별해진다

by 호쿠시

누구에게나 삶의 흐름은 다르고, 그 속에 담긴 하루의 감상도 다르다.

나는 너무나 소중한 하루를 보낸 여느 사람들처럼 일상의 자잘한 틈에서 피어나는 특별함을 찾아내고 싶다. 찾아낸 것들을 기억하고자 잘 기록해두고 싶다.

문득 사진을 왜 찍는 걸까, 생각해 보았다. 사실 나는 여행에서 찍었던 수천 장의 사진들을, 공들인 시간들에 비하여 하나하나 다시 보는 경우는 드물었다. 오히려 카메라 렌즈를 내리고, 두 눈에 담고자 애썼던 순간들의 느낌이나 인상이 더 강렬하게 기억 속에 남아 있다.

그러나 그렇게 찍어둔 수천 장의 사진들은 여전히 그 시간에 멈춰 나를 기다려준다. 시간이 오래 지나 다시금 사진을 마주할 때, 나는 그 순간 그 자리에서의 나로 돌아간다. 그때의 분위기와 향기 같은 것들이 다시금 이 공간에 스며드는 듯한 경험을 한다. 어디선가 봤던 장면이 생각났다.〈셜록〉이라는 드라마에서 셜록이 어떤 위기에 처했을 때의 장면인데, 사람은 이론적으로 한 번 본 것은 뇌 속에 깊이 자리를 잡아서 계기만 있다면 다시 되살릴 수 있다고 했던 에피소드가 기억이 난다. 그만큼 기록을 한다는 것은 삶을 살아가며 매우 중요한 행위다.


사실 일상에서, 여행 중에, 많은 부분을 사진을 찍어서 남기는데 대부분 솔직히 인스타그램에 올리거나 내가 보기 위한 사진이 아닌 남에게 보이기 위한 사진을 많이 찍었던 것 같다. 그런 생각에 이른 어떤 시점에는 내가 정말 좋아하고 나에게 의미 있는 기록을 남긴다는 것은 무엇일까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한 가지,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것들 중 특히 목소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제일 먼저 기억에서 옅어진다고 들었다. 그래서 요즘은 많은 순간을 영상으로도 남기려고 애쓴다. 부모님, 사랑하는 사람, 친구, 강아지, 그리고 오늘날의 내 모습을.

언젠가 불현듯 그리울 때, 그날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긴 사진과 영상들을 꺼내볼 수 있도록.

또는 다시 보지 않더라도 기억 속 깊이 간직할 수 있도록.

비록 프로 사진가는 아니지만, 취미로 사진을 찍고 글을 남기다 보면 일상이 조금씩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순간순간을 기록하고, 마음을 담아내는 작업은 예상을 넘어, 우리의 하루를 풍성하게 채워주는 힘이 있다.

기록을 한다는 것.

기억을 한다는 것.

세상에 하나뿐인 소중한 나와 당신의 오늘의 특별한 하루를 그냥 흘러가게 두지 않기를.

존재는 사라지더라도 기록은 남아있고, 기억은 계속되기에.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는 오후 다섯 시에 보는 영화를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