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작게 가져도 된다

우선 행복해지자

by 호쿠시

"호랑이를 그리려 해야 고양이라도 그릴 수 있다. 처음부터 고양이를 그리려고 하면 쥐도 못 그릴 수 있다"며, 어린 시절부터 큰 꿈을 가지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그래서 나도 내가 생각할 수 있는 한에서 크게 꿈꿨다.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부모님 말씀처럼 판사가 될 거야. 검사가 될 거야. 교수가 될 거야. 성공한 CEO가 될 거야. 근데 카피라이터도 하고 싶어. 배우도 하고 싶어. 여행 작가도 하고 싶어. 목수도 하고 싶어. 하지만 나이가 조금씩 들면서, 그 심어진 이상은 어느새 현실감에서 멀어져 버리고, 하고 싶은 것은 미뤄두고 되고 싶은 것에만 집중하다 보니 그 나이 되면 이뤘을 것 같았던 꿈들은 흐릿해졌다. 큰 호랑이를 좇느라 작은 행복과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은 무심히 흘려보냈다. 좀 더 많은 세상 경험을 하고, 좋은 사람들과 추억을 쌓을 기회는 많았지만, 그저 '언젠가 이루어질 큰 꿈'을 핑계 삼아, 일상의 순간들을 미뤄두었다.

이때만 지나면 그때가 올 거야 하면서.


법학을 전공했던 나는 여느 법학생도 들이 그러했듯이 기왕 법공부했으니 더 크게 목표를 잡았다. 사법고시부터 입법고시로 도전해 갔다.

나를 둘러싼 세계에서의 나를 향한 기대, 그것에 부응하고 싶었던 나는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충분히 생각하지 못한 채 많은 시간을 노 없는 배에 몸을 싣고 그저 바람이 부는 방향대로 타고 떠내려 왔다. 그렇게 내 것이 아닌 것들로 20대의 대부분을 채우고 나니 '혹시 나의 꿈은 원래부터 없었던 걸까? 아니면 다른 사람의 꿈을 내 것으로 착각하고 살아온 걸까?' 이런 질문들이 내 안에 떠올랐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 잘할 수 있는 것,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들은 무엇이었을까?


30대가 돼서야 내 안의 깊은 곳에서 나만의 모서리를 찾고 싶다는 열망이 움트고, 나의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어디에 쏟을지 선택하고 집중해야 할 때가 다가왔던 것이다. 그러다 들어간 직장에서의 새로운 경험들에 시간은 본격적으로 빠르게 달려가기 시작했고, 때로는 시간을 접으면서 가듯 일주일이 우습고, 한 달이 일주일 같이 흘러갔다. 렇게 또 몇 년이 흘렀다. 또 큰 꿈을 꾸면서.


그러다 문득 생각해 본다. 작은 꿈을 다 이룬 사람과 큰 꿈을 꾸고 이루지 못한 사람 중 누가 더 행복할까?


어느 날 그렇게 나는 또 앞만 보며 달리던 나의 고삐를 쥐며 생각의 방향을 조금 바꿔보기로 했다. 돌아보면, 스스로는 평범하다고만 여겼던 모든 날들에도 나만의 행복이 가득 차 있었음을 깨달았다.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었고, 남들이 말하는 '성취'나 '큰 꿈'이 없어도, 나의 하루하루는 무리 없이 행복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별히 사람과의 갈등으로 힘들어했던 기억도 없었고, 모두와 무던하게 잘 지내며 자주 재밌던 일들도 있었다. 물론, 더 큰 세상도 둘러보고 어린 나이에 해볼 법한 수많은 시행착오들을 겪는 경험들을 좀 더 쌓았으면 좋았겠지만, 그보다 나는 내게 주어진 작은 행복들이 많은 삶을 살아왔던 것이다.


사람에게 정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요소들 중 유독 한 글자로 된 것들이 많은데, 그중 하나가 꿈인 것 같다.

어릴 적부터 간직한 나의 꿈.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고 싶다.

나는 늘 작가이고 싶었다. 이제는 나의 마지막 직업이 작가로 남길 원한다.

작가가 작은 꿈이라는 말이 아니다.

크고 작은 것을 떠나 직장인이 아닌 직업인으로서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왔다고 남기고 싶다는 의미이다.

내가 원하는 나의 삶의 모습을 찾았으니, 애정과 열정을 담아 뭉근하게 오래 가려한다.


그래서 이제 나는 처음부터 고양이를 그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그려지는 것은 쥐가 아니라,

아기 고양이다. 그리고 꽤 귀엽다.


작게 꿈꾸는 매일이지만, 나는 그 꿈을 이루고 있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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