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맞이할 준비 완료
마드리드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제일 어려웠던 일은
단연 중고차를 사는 일이었다.
유럽은 한국과 달리 대부분 수동 기어라
살 수 있는 차가 거의 없었고
현지 에이전트가 도와주는 건
집과 학교에 관련된 것으로 정해져 있어서
차는 내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긴 했지만
운 좋게 출국 전 중고차 딜러를 소개받았고
내 예산에 맞는 차를 보여줬기에
가서 돈만 내면 되는 줄 알았던 건
그야말로 오산 중의 오산이었다
일단 그 딜러는 영어로 대화가 가능하다고 했지만
만나보니 번역기를 써야 겨우겨우 의사소통이 되어서
전반적으로 너무 답답했고
현금으로 산다는데
회사 월급 증명서를 내라고 하고
거주증이 나오기 전이었는데
여권만으로는 살 수 없다며
거주증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또 거주증에서 현지 주소를 확인할 수 있어야 되고
현지주소로 청구된 수도세 같은 우편이 있어야 된다고
또 보험도 들어야 되는데
보험사 사람들도 그렇게 영어를 못할 일인지
이건 결국 회사 동료에게 도움을 구했다.
아이들이 오기 전에
집도 싹 세팅해 두고 차도 딱 뽑아두고
멋지게 공항 픽업을 가려고 했는데
와 진짜 답답해 죽는 줄 알았다
다행히 어찌어찌 모든 챌린지를 다 극복(?)하고
아이들이 오기 전날
드디어!!! 차를 인도해갈 수 있다는 허락이 떨어졌다
그런데 마지막 난관이 남아있었다
당연히 집까지 차를 보내주는 줄 알았는데
내가 마드리드 남부에 있는
지하철역에서 한참 떨어진 중고차 전시점에 가서
가지고 가야 한단다
응?
한국에서 운전을 안 한 건 아니지만
솔직히 운전은 남편 담당이었고
가까운 거리만 조심조심 다니는 편이었는데
낯선 도시에서 초행길을 30분 넘게 걸리는 거리를
운전해서 가야 한다니 생각만 해도 식은땀이 났다
그래도 네비대로 따라가면 되겠지 했는데
매립형 네비가 또 작동을 안 하더라
딜러가 나중에 고쳐주겠다며
급한 대로 핸드폰 거치대를 하나 주었고
구글맵을 켜고 문자 그대로 벌벌 떨면서 운전대를 잡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마드리드를 포함한 스페인은 운전하기 나쁜 편은 아니다
아니지 좋은 편에 속한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는 거의 없는 로터리에만 적응하면
차가 그렇게 막히는 편도 아니고
운전 매너도 좋은 편이라 엄청 빨리 달리지도 않고
깜빡이 켠다고 뒤에서 갑자기 돌진하지도 않는다
고속도로 운전도 쉬운 편이고
하지만
당시엔 정말 너무 긴장됐다
길을 잘 못 들어서 헤매는 거야
시간이 좀 더 걸릴 뿐이니까 상관없지만
혹시 사고라도 나면 보험사를 부를 수도 없고
천천히만 가면 사고는 안 나겠지 하고
드디어 시동을 켰다
몇 번 길을 잘 못 들었지만
겨터파크는 폭발했지만
다행히 집에 잘 도착했다
주차까지 무사히 하고
안도감과 뿌듯함에 한 컷
그리고 기쁜 마음에 혼자 삼겹살을 굽고
맥주도 한 병 땄지
가장 어려웠지만
가장 뿌듯했던 미션 완료였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줄 장난감도 샀다
새 집에 들어왔을 때 장난감이 있으면
좋아할 것 같아서
우여곡절 끝에 준비가 끝났다
이제 공주님들이 무사히 오기만 하면 된다
14시간 비행기 잘 타고 오겠지?
보고 싶어 엄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