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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혁 Oct 07. 2016

세계일주 그 이후의 삶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가?

직장을 관두고,
세계일주를 하고,
그리고 창업까지.

안녕하세요. 간단히 제 소개를 드리면 한국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을 해오다가 올해 3월부터 유럽을 시작으로 쿠바, 멕시코, 페루를 포함한 중남미 이어서 모로코, 동유럽, 스리랑카와 인도 여행을 했어요. 인도를 마지막으로 여행을 마치고 현재는 태국의 치앙마이라는 곳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 여정에서 배낭여행자 또는 저와 같은 장기 여행자, 각국의 현지인 등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희로애락의 감정 안에서 서로 위로하고 울고 웃기도 하며 때로는 미친 사람처럼 보일 정도로 열광하기도 했었죠



가끔 이 친구들에게 잘 다니던 회사 그만두고 왜 세계일주를 가게 된 거야?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었는데요.

처음에는 이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니 그럴듯한 이유도 없었습니다. '그냥' 너무나도 가고 싶어서 가게 된 것뿐 이였죠.  



무엇보다도 '내가 좋아하는 업을 앞으로 지치지 않고 더욱 즐겁게 할 수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계획은 처음에는 아래와 같았어요.


- 8개월간 세계일주
- 4개월간 태국 치앙마이, 인도네시아 우붓에서의 Digital Nomad 의 삶을 살아보면서 내가 만들고 싶은 소프트웨어 개발하기


비슷하지만 여행이 끝난 지금은 이렇게 되었지요.

- 2개월간의 어학연수
- 5개월간의 유럽, 중남미, 북아프리카, 동유럽, 아시아 여행
- 현재는 태국 치앙마이에서 전혀 앞이 보이지 않는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어요.

여행을 하면서 저는 모든 과정이 즐거울 것이라고 예상했어요. 하지만 여행의 중반이 지났을 때 '나는 남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아'라고 자기 최면을 걸던 녀석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죠,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주관이 명확하지 않았어요.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가?

시간이 지날수록 여행을 통해서 무엇 인가를 얻으려고 발버둥 치는 제 모습을 발견하였습니다. 결국 저는 여행을 시작하면서 스스로에게 처음 했던 질문을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었어요. 세계일주를 하고 있는 동안에도 말이죠. 모로코에서부터 인도에 도착하기까지 3개월 동안 스스로에게 다시 던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과정은 결국 저를 점점 괴롭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 때문일까요? 아니면 7개월간 16개국을 거치면서 피로가 누적이 되었던 걸까요. 마지막 여행지였던 인도에 도착하자마자 갑작스럽게 응급실에 간 적이 있습니다. 극심한 두통과 고열, 물갈이에 의한 설사로 시작된 증세가 결국은,


한 시간 가까이 온몸을 움직일 수 없게 만든 전신마비로 이어졌습니다. 다행히도 옆방에서 투숙하던 현지 여행자인 Sandib과 남미에서부터 인연을 맺은 동생들에게 도움을 받아 응급실에 갈 수가 있었습니다.

이 때는 그가 생명의 은인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고마워 Sandib, 그리고 변화의 계기 


그러나 이미 입술까지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던 이 녀석은 그 당시 제 모든 오감과 신경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고, 호흡은 점점 힘들어지고 서서히 의식이 희미해져 가는 순간. 지켜만 보고 있는 인도 의료진을 보면서 죽는다는 기분이 바로 이런 것일 수도 있겠구나 했습니다. 불행 중 다행히도 상황은 조금씩 진정이 되어 회복될 수가 있었어요.


원인은 고열이 내리지 않아 국내에서 가져온 해열진통제를 정량의 이상을 투약하였고 그것마저 효과가 없어 인도 현지에서 투약한 해열진통제가 말썽이었습니다. 그것들로 인한 아나필락시스 쇼크, 나중에 알아보니 심하면 사망에 까지 이를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지금은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는 원칙과 함께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저는 지금 살아있습니다만 공황장애라는 페널티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이겨 나아갈 것이 있기에 더욱 치열하게 집중할 수 있겠구나 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보통은 약물치료를 한다고 하지만 현재는 태국의 치앙마이라는 도시에 거주 중이라 장기적으로 스스로 이겨내는 게 맞다 라고 판단했습니다. 한 달이 지난 지금은 간혹 증상이 올 때마다 육성으로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를 반복하면 완화될 정도로 많이 좋아졌어요.

마지막 여정이였던 인도를 뒤로하고 일상으로


마지막으로 제가 Brunch 에 이와 같은 글을 작성하게 이유는, 제가 현재 겪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고 피하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사실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는 컴퓨터 앞에서 Programming 만을 했던 사람인 제가 이렇게 일기처럼 글을 쓰고 있을지 그리고 브런치를 통해서 다른 분들에게 제 경험을 공유하게 될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어요.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을 했지만, 그 결과 모든 결정을 함에 있어 저를 혼란스럽게 했던 걱정들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계기가 되었어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 이 과정이 결국은 저를 그저 행복해지는 것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 줬습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얻은 게 있다면 내가 무엇을 했을 때 행복한지에 대한 주관이 명확해졌다는 것과,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 모든 연결고리가 이어져 현재는 여행을 마치고 한 달 전부터 치앙마이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스타트업 창업을 위해서 사회생활을 함께 시작했던 디자이너인 동료와 Hola라는 작은 조직을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Hola를 통해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에 도전하고 싶어요. 물론 장기간 여행을 다닐 때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힘든 여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작은 거창하기보다는 사소하고 소소한 그것에서부터 출발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이유로 큰 그림 속의 작은 그림들을 먼저 그리면서 창업 이후에 빠르게 실패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이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것들을 바탕으로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을 이어나갈 겁니다.


개인의 성장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구성원 간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협업할 것 인가'가 핵심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함께 일하는 동료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여겨집니다. 여행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았듯이 앞으로는 제가 가진 철학을 같이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좋은 동료와의 협업을 통해 더욱 나은 경험을 만들어 나아가고자 합니다. 그 시작으로 치앙마이에서 저와 같은 Junior 엔지니어의 성장을 돕기 위해 작지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서 제가 겪은 경험을 정리하는 일을 가장 먼저 하고 있습니다.


이 Brunch 매거진은 앞으로 여행을 마치고 천천히 일상으로 돌아가고 모습, 스타트업 창업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 겪은 경험 그리고 여행을 마치고 장기간 머무르기 위해 왜 이 곳 치앙마이에 오게 됐는지에 대한 일기 정도로 쓰이게 될 것 같아요. 올해 초 제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도전을 했었는데 앞으로의 이 새로운 도전도 여행처럼 일상이 되길 바랍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을 되새기며 앞으로의 삶을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즐겁게 해보겠습니다.


깨알 IT상식,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무슨 일을 하죠?
-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프로그래밍 언어 또는 소프트웨어 공학이라는 학문을 통해서 소프트웨어를 설계, 개발, 유지보수, 테스트 그리고 평가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 쉽게 예를 들자면, 기타 연주자가 좋은 음악으로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것에 행복을 느끼듯이 브런치를 개발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지금 여러분을 즐겁게 만들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기뻐하고 있을 것입니다.
깨알 건강상식, 아나필락시스 쇼크란?
- https://goo.gl/V4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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