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igo, Ireland
평범한 내 삶에 나름 커다랬던 사건은 2009년 경험했던 6개월 간의 장기여행인데,
한국에 돌아온 이후로 제대로 되돌아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 없었던 일인지 헷갈릴 만큼 흐릿한 기억들을
당시 기록했던 다이어리에 의지해서 온라인에 틈틈이 복기해보려 한다.
잔뜩 찍어두었던 사진을 담은 외장하드가 복구 불가능한 수준으로 망가졌기 때문에
돌아와서 좌절감이 컸는데.. 다이어리가 남아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2009년 4월, 아일랜드에 체류 중이었던 나는
자동차를 빌려 아일랜드 여행을 하고자 하는 그룹에 운 좋게 합류할 수 있었다.
(그때 그 친구들 다들 잘 살고 있을까?)
다이어리에는 날짜와 묵었던 숙소 이름만 적혀 있길래 구글 검색을 해봤는데,
여전히 성업 중이었다. 그리고 숙소 사진을 보니 살아나는 기억도 있었다.
숙소가 서핑스쿨을 겸하고 있어서 특이하다 생각했었다.
서핑은 물을 너무 무서워하고, 균형감각도 꽝인 나와 거리가 먼 취미라고 생각하면서도
이런 서핑을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의 여유가 부러웠다.
그러고 보니 여행을 다니는 내내
힘들게, 열심히 살아야 하는 한국에서의 삶을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했었다.
미래와 여행경비를 걱정하느라 여행의 순간을 온전히 즐기지 못한 날이 너무 많았다.
나는 그게 후회가 된다.
이십 대의 나는 왜 그렇게 젊음을 누리지 못하고 걱정이 많았던 걸까.
부끄러운 생각과 감정들이 마음 깊은 곳에 고여 있어서 과거를 똑바로 바라보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다이어리에는 생각보다 유쾌하고 따뜻한 추억들도 많이 적혀 있었다.
사실 좋았던 순간이 더 많았다. 부정적인 감정을 더 강렬하게 기억하는 내가 문제지.
예쁘고 깨끗했던 슬라이고의 호스텔,
서핑은 못하지만 다시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