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York City, USA
어릴 때부터 서점에 가는 것을 좋아했다.
책을 사러 간다기보다는 나들이 가는 느낌으로 서점이라는 공간 자체를 즐겼었다.
그런 경험이 쌓인 탓에 여행지에서 서점이 눈에 띌 경우에는 꼭 한 번씩 들러보곤 한다.
더군다나 유명한 서점이라니 안 가볼 수 없지.
스케일이 큰 대형서점 특유의 매력이 넘쳤던 장소였다.
이 서점에서 내가 구입한 게 하나 있었는데, 바로 옥스퍼드 영영사전이었다.
당시 다이어리에는 5.95달러라 놀라울 정도로 저렴해서 샀다고 적혀 있다.
아마도 뉴욕에 있으면서 영어를 잘 못하는 스스로에게 필요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나 보다.
‘이제부터 영영사전으로 열심히 영어 공부할 거야!’라는 다짐과 함께 샀겠지만,
작년에 이사하면서 버렸다….. 물론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음!
뉴욕 여행을 추억할 때면 떠오르는 가장 지배적인 감정은 ‘고독’이다.
말로 표현 못할 만큼 크고 화려한 도시.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즐길거리가 많은 곳.
지구 상에서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곳을 한 곳만 꼽으라면 단언컨대 뉴욕을 꼽을 것이다.
자본주의의 꼭대기와 밑바닥을 함께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삶의 화려함과 고단함을 한 번에 훔쳐볼 수 있는 장소로도 뉴욕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혼자 여행하는 배낭여행자였기에 아는 사람도, 가진 것도 없는 나로서는
돈이 없어 외로웠고, 곁에 사람이 없어 외로웠다.
타임스퀘어에는 사람이 바글바글한데,
그 한가운데에서 나는 군중 속의 외로움을 제대로 경험했다.
뉴욕을 떠나면서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나중에라도 아주 돈이 많아진다면 제대로 즐기러 올게.
아마도 다시 갈 일은 없겠지.
2009.07.
New York City, U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