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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 끝나고 난 뒤

시험이 끝나고 난 뒤

by LEESHOOP 리슙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남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 적이 있나요

음악소리도
분주히 돌아가던 세트도
이젠 다 멈춘 채 무대 위에
정적만이 남아있죠
어둠만이 흐르고 있죠
배우는 무대 옷을 입고
노래하며 춤추고
불빛은 배우를 따라서
바삐 돌아가지만


끝나면 모두들 떠나버리고
무대 위에 정적만이 남아있죠
고독만이 흐르고 있죠


샤프, <연극이 끝난 후> 가사






세 번째 1학기 중간고사가 끝났다. <연극이 끝난 후>라는 노래를 듣는다. 텅 빈 객석을 바라보는 마음이 이런 마음이었으려나. 다 쏟아내고 미련 없는 마음. 성적이 잘 나온 아이들은 별 말을 안 할 테고 성적이 안 나온 아이들 중에는 가사 그대로 떠나 아이들도 있겠지. 또는 연극이 마음에 안 들었다고 항의를 할 수도. 뭐가 됐든 보러 와줘서, 함께 극을 만들어줘서 고마웠다. 다음 극을 같이 준비할지 안 할지는 언제나 알 수 없기에 그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사실만 여전하다. 어쨌든 22년에 처음 시작했던 초연보다 조금씩 관객이 늘어나고 있다.




여러 우여곡절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시험지와 성적표에서는 만질 수 없는 살아있음의 증거이다.


엄마와 학원을 하는 지금 이 순간이 평생 기억에 남기고 싶을 추억이라는 걸, 평생 가슴 아프게 그리워할 시간일 거란 걸, 마침내 올해 들어서야 느낀다. 이 여유가 귀하다. 현재와 미래가 동시에 그려진다는 건 그만큼 현재가 소중하다는 의미 거다. 주차장에 차를 대는, 생선 조림을 먹는, 복도를 장난스럽게 다다다 걷는, 고로케를 씹고 공룡처럼 그루프로 머리를 말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동으로 찰칵찰칵 각인된다.








시험이 끝나고 난 뒤
붉은색 꽃잎을 따라
사랑이 짓는 미소를 본 적이 있나요


모든 봄마다 좋아하고 그리워할 게 하나 더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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