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5월 26일 22시 45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말이야. 그랬다면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편의점 근처 주차 자리에 차를 대지 않았을 거야.
그래야 새벽 4시에 울린 전화 소리에 깨지도, 엄마의 충격받은 목소리를 듣지도, 옆 차에서 낸 불이 우리 차에 옮겨 붙었다는 경찰관의 이야기를 듣지도, 유리창이 다 터지지도, 오른쪽 사이드 미러와 문짝이 우그러지고 그슬려지지도, 온 가족이 이른 아침 공기 속 빼곡한 매캐한 냄새를 들이마시지도, 허망하게 차를 바라보지도, 고의적 방화라 상대방 보험에서는 처리할 수 없다는 내용을 듣지도, 엄마가 속상해서 울지도, 부모님이 열심히 벌어서 산 차였다고 안타까워하지도, 혹여나 사과 한 번 제대로 못 받을까 씁쓸해하지도 않았을 테니까.
그랬다면 지금쯤 20대 운전자가 번개탄을 피웠다가 이내 빠져나왔다는 얘기를 안타까운 어조로 혀를 쯧쯧 차며 전하고 있겠지. 폴리스 라인이 처진 차 3대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흘깃거리며 곧장 지나쳐 가겠지. 동시에 우리는 저기에 차를 안 대서 천만다행이라고 내심 안도하겠지. 그렇게 처량하게 떨고 있는 저 검은 차를 금세 기억에서 잊었겠지.
걔는 불이 옮겨 붙자 곧장 빠져나와 구급차에 탔대. 뭐, 어쨌든 살 운명이었으니까 살았겠지. 참 별일이 다 있어, 그치? 물론 내 속은 아직 많이 까맣긴 해. 아직 그 자리를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겠고 말이야.
이것 말고도 할 얘기가 엄청 많지만 이 5월을 얼른 떠나보내고 싶으니까 여기에서 마무리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