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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거울

거짓말로 하는 자기소개

<와사비 라이팅 클럽 4기>

by LEESHOOP 리슙



나는 거짓말이 제일 싫다.

하얗건 빨갛건 샛노랗건 까맣던 아무 상관없이 모조리 질색이다. 잘 치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차라리 입이나 싹 다물고 있으면 중간이라도 갈 텐데. 제대로 부리지도 못할 거짓말을 왜 자꾸 시전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조악한 거짓말로 애꿎은 사람 비위를 건든다. 이럴 때면 비릿한 도마 위에 올라 배가 갈라지는 기분이다. 무능한 인간들 때문에 사는 게 피곤하다. 거울은 들여다보면서 정작 자기가 얼마나 저열한 거짓말을 하고 다니는지는 모른다니. 어서 사방에 있는 거울을 깨뜨려서 돌아볼 시간을 확보하길 바란다. 무식하니까 어쭙잖은 거짓말을 하고 사는 거다. 우아하고 세련된 거짓말은 현대인이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 지성이자 기본 예의이다. 물론 눈치 없이 나대는 인간들이 차고 넘치는 이 시대에 한 번에 터득할 거라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건 멍청한 소리이다. 잘 될 때까지 이 악물고 연마해야 한다. 거짓말 낭비하지 말고 솔직함 아끼고 살자는 게 내 신조이다. 이렇게만 살아도 평판이 바닥을 기어 다닐 일은 평생 없을 거라 자부한다.








나는 거짓말이 제일 좋다.

어떤 상황이라도 좋게 좋게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나는 특히 착한 거짓말을 적극 활용한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던 주님 말씀을 철저히 따른다. 혹여나 상대방이 눈치채더라도 크게 염려하진 않는다. 언젠가는 그 역시 구원받아서 나의 선한 의지를 깨달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모두 다 우리 목사님이 전해주셨다. 작년에도 6일 빼고 새벽 기도회에 모두 참석했다. 그래야 용서받고 구원받는다. 물론 주님의 순진한 양인지라 가끔 남의 사생활을 캐묻거나 오지랖 부리고 싶은 아주 가끔, 거짓말을 이용하는데 먹힐 때마다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다.

언제부턴가 습관적으로 '나는 진짜 솔직한 사람이야'라고 말하고 다닌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내 앞에서 고민을 터놓는 사람이 사라졌다. 덕분에 인생이 한결 편안해졌다. 가끔 잠수 탄 지인이 생겼을 때는 규칙적으로 성경 구절과 함께 주님께서 당신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다. 오늘 밤도 교회에 안 오는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눈물로 기도할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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