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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HOLIDAY Sep 20. 2023

뜨거운 교토밤

교토, 일본(8) - 08/09/2023, 마지막 저녁

메뉴 선정에 어느 때보다 진지한 남매
'특대' 띄고 '가리비'
내 사랑 고등어초밥 / 생각보다 심심했던 바지락우동


스시로


 교토에서 보내는 마지막 저녁. 아쉬움과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우리는 프랜차이즈 회전초밥 전문점인 <스시로>를 방문했다. 둘째 날 저녁에 제대로 된 초밥(물론 마트 초밥도 충분히 맛있었지만, 전문점 초밥이 아니었다는 점은 분명 아쉬운 대목이었다)을 먹을 수 있었다면 아마 마지막 저녁 메뉴는 야키니꾸 같은 고기 종류였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까지 와서 마트 초밥만 먹기는 아쉬웠고, 결국 기온시조 근처에서 <스시로>를 찾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먼 거리를 걸어 <스시로>에 도착했다. 입장부터 퇴장까지 마음만 먹으면 직원을 한 번도 만나지 않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무인화가 잘 되어 있었다. 우리는 약간 이른 시간에 도착한 덕에 웨이팅 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보니 한 시간이 채 흐르지 않았음에도 대기석이 꽉 찼던 것을 보니 평소에는 사람이 많은 식당이었던 것 같다.


 이 가게는 특별할 것이 두 가지 있었는데 하나는 기대했던 것보다 초밥이 훨씬 맛있었다는 것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테이블마다 주문한 초밥이 배달되는 개별 '레일'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초밥 맛의 경우 일본 전역의 평균 초밥 퀄리티가 높다는 것을 인지하고 먹었음에도 꽤 괜찮은 수준이었다. 비릿한 것도 없었고 초도 적당했다. 내가 아무거나 잘 먹는 탓에 <스시로>를 너무 고평가 한다는 의견도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회전초밥 치고' 괜찮은 수준은 넘어섰다는 것이다.


 그리고 레일. <스시로>에는 테이블마다 먹고 싶은 메뉴를 주문할 수 있는 태블릿이 설치되어 있다. 이는 일본 곳곳의 식당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스시로>의 주문 시스템은 이 태블릿으로 먹고 싶은 메뉴를 주문하면 음식을 담은 접시가 식당 가운데 메인 레일을 타고 오다가 우리 테이블 전용 개별 레일로 빠져 배달되는 형태였다. 마치 자유로를 달리다가 각자 갈길을 따라 빠지는 자동차들처럼. '일본 회전초밥 가게에는 테이블마다 전용 레일이 있다'는 말을 듣긴 했으나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라 신기했다.


 점점 불러오는 배와 함께 테이블도 빈 접시로 채워져 갔다. 태블릿에 저장된 주문내역 정보를 바탕으로 계산하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중간중간 빈 접시를 치워줘도 괜찮을 것 같았지만, (마치 뷔페처럼 말이다) 모든 테이블이 하나 같이 산처럼 높은 빈 접시로 채워져 있었다. 우리 가족은 '원래 이런 곳인가 보다' 하는 생각으로 빈 접시를 차곡차곡 정리해 가며 식사를 마무리했다.


"잇츠미"
'간단하게' <돈키호테> 쇼핑. 봉투의 절반은 킷캣으로 차있다.


 돈키호테


 식사 후에는 오는 길에 봐뒀던 <돈키호테>에 잠시 들려 쇼핑을 했다. <돈키호테>는 일본 전 지역의 여행 필수 코스라는 인식이 박혀 있어 '한 번쯤은 가봐야지'라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방문하게 되었다. 우리가 갔던 <돈키호테 시조가와라마치>는 후쿠오카나 오사카의 돈키호테에 비하면 규모도 물건 종류도 많지 않았다. 어차피 선물은 공항에서 살 생각이었으므로 외할아버지를 위한 돋보기 달린 손톱깎이와 특이한 맛의 킷캣 몇 봉지를 산 후에 밖으로 나왔다. 우리 집에는 녹차를 좋아하는 사람이 없어서 녹차맛 킷캣은 사지 않았는데, 혹시 녹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지하 한편에 '녹차 킷캣 섹션'이 무려 따로 마련되어 있으니 찬찬히 구경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돈키호테>와 몇몇 길거리 가게들까지 구경을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교토에서의 마지막 밤이 흐르고 있었다. 교토의 마지막 밤이 나에게 남긴 것은 아쉬움과 또 다른 '무엇'이었다. 이 '무엇'은 행복이기도 했고 피로감이기도 했고 이유 모를 향수이기도 했다. 여행을 다녀온 지 2주가 다 되어가도록 이 '무엇'이 무엇인지 정의하지 못했다. 하나 확실한 것은 이 '무엇'으로 가득 찬 여행 마지막 밤이 나쁘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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